저는 오늘 마지막 연설에 앞서 이번 부산 기관장 사건에 대해서 먼저 개탄스러운 심정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거를 불과 3일 앞두고 발생한 이 사건은 저에겐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날벼락입니다. 저는 공작정치와 정보정치의 최대의 피해자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가장 큰 피해자가 바로 저 자신입니다. 저를 낙선시키려는 음모와 공작이 배후에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서 관련자 전부를 엄중 조치하도록 중립내각에 강력히 촉구했습니다. 중립내각도 이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부산의 기관장 사건은 매우 충격적이고 불행한 사건입니다. 선거에 중립의지를 펼치고 있던 중립내각의 권위를 손상시켰습니다. 여권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정정당당하게 정권을 창출해보려던 저의 결단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국민을 실망시킨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몰지각한 일부 공무원의 언동으로 역사의 진로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 여러분은 냉정하게 국가의 장래와 민족의 운명을 생각하면서 표를 행사해야만 합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의 이 김영삼을 있게 해 준 힘의 원천은 바로 국민 여러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40년 가까이 정치생활에서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이 없었다면 오늘의 이 김영삼이가 없었을 것입니다.
제가 독재정권에 포위되어 가택연금 상태에 놓여 있을 때 국민 여러분은 저에게 격려와 용기를 주셨습니다. 제가 의정생활을 하는 40년 가까운 기간동안 국민 여러분은 저에게 채찍과 성원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를 정의의 길로 인도해 주셨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이날까지 국민의 뜻에 따라,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를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 왔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우리의 정치가 격랑과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 한 몸 편하자고 현실정치로부터 도피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러한 암울한 현실에 당당히 맞서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켜 왔습니다.
1972년 유신이 선포되었을 당시 저는 미국에 있었습니다. 주위의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통받고 있는 국민들을 외면할 수 없었기에 귀국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80년초 2년간의 가택연금중 민주화의 새벽을 열기 위해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가졌습니다. 그때 단식에 들어가면서 저에게는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나의 목숨을 바치겠다는 일념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그때와 똑같은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와 앉아 있습니다. 신한국을 창조해 자랑스러운 나라를 후손들에게 넘겨줘야 하겠다는 일념밖에 없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유권자여러분 ! 저는 이번 유세기간중 어느 후보보다도 많은 지역을 다녔습니다. 그리하여 많은 국민의 생생한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었습니다.추곡수매 현장에서 만나본 어느 농부는 오늘날 농촌이 처한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쌀 개방만은 꼭 막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직업이 없다는 한 젊은이는 지방대학 출신은 취직할 곳이 없다. 공정한 취업기회를 달라고 항의했습니다. 한 근로자는 아무리 절약해도 내집마련은 어렵기만 하다. 주택문제만은 꼭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한 중소기업가는 어느 사장의 자살은 중소기업인 모두가 공감하는 비극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 나라의 중소기업은 하나도 살아남기 어렵다고 절규했습니다. 봉급은 적게 올려줘도 좋으니 물가만은 꼭 잡아 달라는 주부들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평생을 교육에 몸바쳐 정년퇴직 했으나 손에 쥔 퇴직금은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액수였다고 하소연하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도 들었습니다. 돈 많은 사람은 생수를 마시고 돈 없는 사람은 수돗물을 마셔야하는 현실을 고발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저는 국민들의 불만과 애로사항 하소연을 그 어느 것 하나 예사롭게 흘려 버릴 수가 없습니다. 유세장에서 부닥친 국민의 소리는 산적한 고충을 하루빨리 해결하라는 엄숙한 명령이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 그 동안 민주화는 진전되었지만 이에 걸맞게 국민들의 실질적인 생활은 아직도 안정되지 않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법과 제도도 많이 고쳐 왔지만 개선된 것이 적다고 느끼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가 부족했고, 막힌 데는 뚫고 매듭은 제때 풀어주는 정책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무기력과 목표상실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국가 목표의 설정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담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 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우선 정치적으로 안정이 되어야만 합니다. 안정이 없는 개혁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습니다. 개혁과 안정을 동시에 무리없이 추진할 수 있는 세력은 국회에서 안정 과반수를 확보하고 있는 우리 민주자유당과 이 김영삼 뿐입니다. 민주화 과정에서 다져 온 저의 개혁 열정과 집권여당에서 경험한 국정운영의 산 지식은 다른 후보들이 갖지 못한 저만의 강점이라고 감히 자부합니다.
국민 여러분! 대통령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저의 주변에는 많은 인재가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당과 저만의 자랑이기도 합니다. 나라의 살림살이와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다릅니다. 이른바 행정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 많이 있어야 합니다. 그들은 제가 집권하면 저를 도와 다시 뛰는 한국인, 신한국 창조의 신화를 만들 역군이 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야당은 이번에 정권을 바꾸어 보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변화를 가져오겠다고 소리 높여 외치고 있습니다. 과연 그들이 변화를 가져올 수 있겠습니다. 안정을 지키면서 개혁까지 추진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히려 안정기조까지 흔들게 될 것입니다. 정치와 사회의 혼란이 뒤따릅니다. 그나마 지탱해 오던 경제는 완전히 주저앉아 다시 살아날 수 없을 것입니다. 언제 안정을 얻고 언제 개혁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국민 여러분! 대통령은 무한책임을 지는 자리입니다. 저도 다른 후보들처럼 아파트를 반값에 제공하겠다. 농어촌 부채를 탕감하겠다. 이런 공약을 내 놓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실현성 없는 공약을 가지고 국민을 속일 수는 결코 없습니다. 말보다는 실천으로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달콤한 공약보다는 우리 모두가 피와 땀을 바치는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하겠습니다.
앞으로 미래의 한국을 이끌어 갈 유권자 여러분! 저는 신한국의 창조를 국가의 최고의 목표로 설정한 바 있습니다. 신한국은 무엇입니까! 21세기의 국가상입니다.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다 함께 사는 화합의 공동체를 말하는 것입니다. 씨를 뿌린 자가 추수하는 공정한 사회를 말하는 것입니다. 땀흘린 사람이 정당한 대가를 받는 정의로운 사회를 말합니다. 소외 받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 신바람 나게 일하고 사는 복지사회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신한국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합니까. 낡은 틀을 과감하게 깨어 갈 때 가능합니다. 새로운 발상과 새로운 인식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무엇이 필요하겠습니까? 제가 국민 여러분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되면 정치 행정 경제 사회 각 분야에 걸친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겠습니다.깨끗한 정치 구현을 위한 제도적 개선도 충실하게 추진하겠습니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일하는 정부를 실현하기 위한 행정의 개혁도 단행하겠습니다. 현재 활력을 잃고 있는 이 경제를 다시 살리도록 하겠습니다. 금리도 인하하고 은행의 문턱도 낮춰 부진한 기업투자 활동을 활성화시키겠습니다.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긴급 안정 시책을 강구하도록 하겠습니다. 농어촌 문제도 제가 직접 챙겨 떠나는 농촌에서 돌아오는 농촌의 시대를 반드시 열겠습니다.
저는 이러한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바로 변화와 개혁을 시작해야만 합니다. 젊은 세대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는 일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저 자신이 스물 다섯 살의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으로서 젊은 사람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젊은 세대의 정치인을 본격적으로 육성하는 일에 착수하겠습니다. 민자당만이라도 각종 선거의 후보공천 과정에서 유능한 젊은 세대를 등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습니다. 젊은 기업인들을 적극 지원하는 대책도 마련할 것입니다. 20대 30대의 젊은 인재들이 마음껏 사업을 펼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경제가 나빠진 후로 취업의 문이 좁아졌습니다. 젊은 인력의 취업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해결할 것입니다. 젊은 세대에게는 군 복무기간의 단축이 큰 관심사인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 30개월인 군 복무기 간을 일단 24개월로 단축하겠습니다. 그리고 남북관계의 변화를 살펴보고 점차적으로 18개월로 줄여나갈 것입니다.
친애하는 유권자 여러분! 여러분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지는 것은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인 것입니다. 그러나 당선 가능성이 없는 후보에게 가는 표는 죽은 표가 됩니다. 표가 흩어지면 민주정치도 흩어집니다. 정치가 흩어지면 경제도 병이 듭니다. 6공 초기의 여소야대 정국이 대표적인 선례입니다. 여러분의 귀중한 한 표한 표가 죽은 표가 되지 않도록 저에게 몰아줘야만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믿을 만한 후보를 지지할 것인가, 아니면 믿지 못할 후보를 지지할 것이냐, 국민 여러분의 선택에 따라 '안정 속의 개혁인가 혼란 속의 파탄인가' 이것이 결정될 것입니다. 이 김영삼만이 안정을 지키면서 경제를 다시 살릴 수 있습니다. 이 김영삼과 함께 다시 한번 시작합시다.
국민 여러분! 저의 이 연설이 표를 달라는 정치인으로서의 마지막 호소입니다. 저의 지난 40년은 참으로 어렵고 험난한 길이었습니다. 함께 민주화 투쟁을 하며 그 오랫동안 고난을 겪었던 수많은 동지들이 생각납니다. 감시와 탄압 속에서도 선거 때마다 저를 지지해 주시던 국민 여러분의 지원을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여러분께 참으로 많은 빚을 진 사람입니다. 저는 이 빚을 결코 잊지 않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경쟁했던 다른 후보들, 선거가 끝난 후에도 국정을 같이 논의하고 협조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밤늦게까지 시청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1992. 12. 17, MBC-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