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사회 구석구석에 만연된 부정부패등 국가발전에 장애가 되는 모든 것들을 일대개혁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앞에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여러분들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무엇을 어떻게 개혁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가지고 평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다섯 가지 분야에 대해서 제 소신을 밝히고자 합니다.
첫째, 정치개혁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 동안 우리정치는 오히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 주실 정도로 실망을 안겨드린데 대해 정말 국민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저희 민자당의 경우도, 국민 여러분들께 많은 걱정을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회의 경우도 여야간의 소모적 대결로 민생문제를 외면한 채, 6개월 가까이 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또한 엄청난 돈이 들어가고 상호비방하는 선거풍토를 아직도 고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대통령 선거만 보더라도 우리는 아직도 선거후진국이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무엇을 개혁해야 할 것인가? 저는 민자당부터 개혁해 나가겠습니다. 그 동안 잡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당의 규모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정책정당으로 국민 속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육성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명실상부하게 당내 민주화를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원칙적으로 모든 당직은 단계적으로 경선에 의해 선출되도록 하겠습니다.
국회는 일년 열두달 열릴 수 있어야 합니다. 주요 법안이 통과되는데 1년 이상씩 걸리는 이런 타성은 극복해야만 합니다. 특히, 국회의 개원이 여야(與野) 협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자동적으로 열릴 수 있도록 해야만 합니다. 아울러 국회의 활동이 전국민에게 공개될 수 있도록 TV생중계를 실현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국민이 국회의원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거제도도 과감히 개혁해서 선거혁명이 일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돈이 들어가는 선거는 청산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정치부패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습니다. 그 방법 중의 하나가 철저한 선거공영제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회의원의 선거구 문제도 과연 지금의 제도가 바람직한 것인지 신중히 검토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저는 새롭고 참신한 정치 신인들을 육성하기 위해 가능한 방법을 강구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민자당 만이라도 각종 선거의 후보공천 과정에서 유능한 젊은 세대를 흡수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앞으로 1년 이내에 정치개혁의 차원에서 현재의 정당법, 국회의원 선거법, 국회운영제도, 그리고 공천의 방식을 고치는 문제를 적극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행정개혁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미 작고 강한 정부를 실현하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정부가 모든 것을 안고 있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해야할 일은 책임지고 분명하게 해야 합니다. 정부기구도 시대에 맞게 개편해야 합니다. 과거 권위주의시대에 만들어진 행정 편의주의는 대담하게 개선해야 합니다. 아울러, 지방화시대에 맞추어 중앙으로부터 지방으로 넘겨야 할 것은 넘겨야 합니다.
공무원 인력관리도 그렇습니다. 해마다 공무원 수를 늘리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다시 조정해야 합니다. 공직자들의 봉급도 이제는 현실화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공직자라고 하여 일방적으로 희생만 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개혁해야 할 것인가? 우선 행정을 위한 행정이니 탁상행정이니 하는 지적이 없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행정으로 탈바꿈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집권후 6개월 이내에 각종 민원서류의 50%를 줄이는 작업에 착수할 것입니다.
정부기구를 어떻게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새 정부 출범 3-4개월 이내에 협의기구를 만들어 1년 이내에 완료하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안기부의 경우, 정치사찰과 같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기능에서 완전히 손을 떼도록 하겠습니다. 안기부 본연의 대공업무에 전념하면서, 국제정 세의 변화에 맞추어 대외정보 기능을 강화하겠습니다.
공무원 인력관리에 대해서는 우선 교육공무원, 군인등 불가피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상당 기간동안 증원을 억제하겠습니다. 공무원의 보수를 국영기업체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행정운영과 관련하여 저는 지시해 놓고 흐지부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과는 반드시 챙기겠습니다. 그래서 일하는 정부, 문제를 해결하는 정부, 책임질 줄 아는 정부가 되도록 일대 행정개혁을 단행하겠습니다.
세 번째로 인사에 관한 문제입니다. 저는 그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사는 만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만큼 정부의 인사가 중요하다는 것이 저의 기본 인식입니다. 저는 평소 인사정책에 대해서 다음의 세 가지 원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우선 사심 없는 인사입니다. 인사야말로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그 바탕 위에서 능력본위의 인사를 하겠습니다. 아무리 학벌과 경력이 좋다고 해도 능력이 없으면, 기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울러 중요한 것은 지역 편중 없는 균형인사입니다. 당연한 말 같지만 이런 일들은 실천을 하기란 어렵다는 것을 역대정권의 인사운영을 보면서 느껴 왔습니다. 그러나 저는 반드시 실천하겠습니다. 인사정책에 있어서 이 세 가지 원칙이 제도적으로 지켜질 수 있도록 독립성이 보장된 중앙 인사위원회를 만들어 인사질서를 확립하겠습니다.
네 번째, 부정부패에 대한 문제입니다. 나라가 망하는 것은 전쟁이 아니라 부정부패 때문이라는 것이 역사의 교훈입니다. 로마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하겠습니다. 요즈음 우리사회의 부패는 상당히 우려할 수준에 와있다고 봅니다. 이제 부정 부패를 뿌리 뽑는 것은 나라를 구한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역대 어느 정권도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한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우선 대통령 자신의 자세가 제일 중요한 조건입니다. 대통령 자신이 깨끗해야 함은 물론이고, 추상같은 의지가 제도보다도 더 중요합니다. 그 다음은 부패와 연결될 수 있는 소지를 근본적으로 없애야 한다고 봅니다. 각종 불필요한 인가와 허가를 대폭 줄여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가장 큰 장애가 되는 것이 바로 부정부패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차원에서 부패척결에 단호히 임하겠습니다.
다섯째로 경제개혁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우리경제를 살리기 위해 신경제 정책을 추진할 것입니다. 우선 경제정책을 대기업중심에서 중소기업중심으로 바꾸도록 하겠습니다. 정부가 직접 간섭하고 통제하던 방식에서 민간의 창의와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바꾸겠습니다. 과거의 풍부한 노동력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과학기술을 진흥시키는 방식으로 바꾸겠습니다. 이런 시각에서 우선 금융 분야에 대한 개선방안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은행금리가 높고, 문턱마저 높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좋은 기술, 좋은 제품을 가지고도 돈을 구하지 못해 무너지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 그것은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간섭 때문입니다. 금융기관을 자율화 해야합니다. 그래야 금융기관 사이의 경쟁을 통해 금리가 내려갈 수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은행장을 포함한 금융기관 인사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완전히 없애겠습니다. 금리도 2년 이내에 한자리 수로 끌어내리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우선 물가를 2년내 3%수준으로 안정시키겠습니다. 아울러 담보가 없더라도 신용만 있으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재정문제 또한 개혁해야 합니다. 국민이 낸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제정지출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습니다. 중산층 이하의 근로소득에 대한 세부담을 대폭 줄이면서, 불로소득에 대해서는 무거운 세금을 부과해야 합니다. 국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세무행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습니다. 금융실명제도 빠른 시일 안에 시행하여 돈이 깨끗하게 흐르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경제의 미래는 기술에 달려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기술혁신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삼아 기술한국을 반드시 이룩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도 대폭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어느 한 중소기업인의 죽음을 접하고,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제 중소기업을 실질적으로 육성하지 않으면 안돼는 절박한 실정입니다. 먼저 중소기업의 기술혁신과 시설 현대화를 위해서는 싼 금리로 장기융자를 제공하겠습니다. 특히 영세한 제조업체에 대해서는 법인세와 소득세를 면제하는 특별 지원을 마련하겠습니다. 아울러 창업절차도 대폭 간소화하겠습니다. 앞으로 젊고 유능한 분들이 중소기업에 많이 참여하도록, 20대 30대의 젊은 인재들에게 최대한 기회를 주겠습니다.
우리의 농어촌문제 또한 심각합니다. 그 동안 성장의 혜택이 모든 지역에 골고루 미치지 못했습니다. 저는 지난 30여년 동안 계속되어온 도시와 농촌간의 불균형에 종지부를 찍겠습니다. 우리 민주자유당이 이미 추진하고 있는 농어촌 구조개선사업을 앞당겨 실현하겠습니다. 이와 별도로 생활이 어려운 농어민들에게 농업소득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농어민들의 노후생활을 보장해주는 연금제도도 95년부터 시행하겠습니다. 또한 우리 농촌의 생활환경을 개선해서 떠나는 농촌에서 돌아오는 농촌으로 시대를 바꾸어 나가겠습니다. 농지거래에 대한 규제도 대폭 줄이겠습니다. 이 모든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대통령의 직속으로 농어촌 발전 위원회를 설치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까지 저는 정치개혁, 행정쇄신, 인사원칙, 부패방지, 그리고 경제 체질 개선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이러한 개혁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치 사회적 안정이 절대조건입니다. 안정 없는 개혁은 일대혼란을 가져올 뿐입니다. 개혁은 고치는 것이지 뒤집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여러분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되면, 초기에는 내정개혁에 최우선을 두겠습니다. 저는 평소 집안을 편안히 하는 것이 모든 것의 근본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정치도 마찬가집니다. 내정을 튼튼히 해야, 외교도 통일도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소신입니다.
늦은 시간 끝까지 저의 말씀을 들어주신 국민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안녕히 주무십시오.
(1992. 12.16, KBS-1 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