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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대 대통령 3차 선거 연설


제 14대 대통령 3차 선거 연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민주자유당 대통령후보 김영삼입니다.

     TV를 통해서 세 번째로 인사를 드립니다. 모처럼 맞은 휴일을 편안히 보내고 계십니까?

     오늘은 제가 국민 여러분께서 심각하게 걱정하시는 교육문제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이제 대학입시가 9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금년의 입시경쟁은 예년보다 훨씬 더 치열하다고 합니다. 해마다 입시철이 되면,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님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이 바로 교육문제입니다. 귀여운 내 자녀들을 입시지옥에서 해방시킬 방법은 없을까? 과외공부 안시키고 쉽게 대학에 보낼 길은 없을까? 이른 아침에 도시락을 두세개씩 싸들고 학교를 간 자녀가 자정이 넘어 돌아올 때까지 어머님들은 조바심으로 기다립니다. 3시간 자면 합격하고, 4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얘기가 유행입니다. 그래서 밤을 세워 공부하는 자녀가 안타까워, 기도하는 마음으로 덩달아 밤을 새우는 어머님들도 많이 계십니다. 어디 그 뿐이겠습니까, 학교성적을 비관하고 어린 목숨을 스스로 끊는 수험생들의 자살사건도 가끔 있습니다. 이럴 때마다 우리 어머님들의 마음은 또 얼마나 아프십니까? 저도 다섯 자녀를 둔 아버지로서 지난날 적지 않은 마음 고생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 여러분의 노심초사하시는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왜 밝고 건강하게 자라야할 우리 자녀들이 고3병으로 고생해야만 합니까? 왜 미래의 우리 조국을 짊어지고 나가야 할 자녀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만 합니까. 무엇이 우리 어머니들을 고3 어머니 병에 시달리게 하고 있습니까? 참으로 가슴 아프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좁게는 잘못된 입시제도, 넓게는 우리 교육 전반의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제가 민주자유당 총재로 취임한 다음날 제일먼저 찾아간 곳이 교원 총연합회였습니다. 교육문제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되겠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였었습니다. 그날 저는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혁명적으로 개선하는 교육대통령이 되겠다는 신념을 밝혔습니다. 교육개혁이야 말로 제가 주창하는 신한국 창조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오늘 저는 우리 교육이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국민 여러분들의 한결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그 해결방안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 오늘날 입시지옥이라고 하는 한국교육의 고질적인 현상은 교육의 병목현상에서 그 원인이 있습니다. 지원자의 1/4 밖에 들어가지 못하는 대학의 좁은 문 앞에서 40만명이라는 우리 자녀들이 낙오자가 되어 거리를 방황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대학의 문을 활짝 열어버리자는 소리도 있습니다. 또 어떤 후보는 이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즉흥적으로 대증요법으로 고칠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리의 교육문제 입니다. 금년 초 부푼 꿈을 안고 대학의 문을 나선 졸업생 가운데 아직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졸업생이 10만 명이나 됩니다. 게다가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새로운 대학 졸업생 20만 명이 직장을 찾아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합니다. 당면한 우리의 현실이 이런데, 대학의 문을 일시에 완전히 개방한다는 것은 당장은 듣기에 좋을 지 모르지만, 전혀 현실성이 없는 주장입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산업의 인력수급과 대학의 수용능력을 감안해서 대학의 문호를 단계적으로 과감하게 개방하겠습니다. 저는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입시제도등 구조적인 문제점을 바로 잡기 위해, 우선 다음과 같은 조치들을 취할 것입니다.

     첫째, 대학에 학생선발권을 대학 자율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94년부터 시행되는 새 입시제도는 일단 그대로 실시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봐서 시험부담을 줄이고, 과열과외를 해소하는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자율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대학에 대해서는 입시방법을 대학에 맡기겠습니다.

     둘째, 능력을 갖춘 대학에는 정원을 대폭 늘려 줌으로써 대학의 문호를 과감하게 넓히겠습니다.

     셋째, 취업이 잘되는 전문대학과 산업대학의 정원을 계속 늘려 나감으로써, 4년제 대학을 선호하는 경향을 줄여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넷째, 대학에 들어가지 않는 학생에 대해서는 취업 후에도 산업대학이나, 방송통신대학에 다닐 수 있는 기회를 넓혀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다섯째,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각 분야의 기능인력을 양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전자, 컴퓨터등 공업계와 실업계 고등학교를 대대적으로 늘리겠습니다.

     여섯째, 우리사회의 학력중시풍토를 과감히 없애겠습니다. 4년제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산업구조와 임금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겠습니다.

    이러한 조치들이 취해지면, 우리의 자녀들이 입시지옥에서 어느 정도 해방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저는 오는 22일 입시날에 수험생들과 학부모님들이 겪는 불편을 다소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우리 민주자유당의 전국 각 지구당으로 하여금 민박을 주선하도록 지시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교육이 당면한 또하나의 과제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그것은 국제화, 정보화, 산업화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을 뜻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전쟁도 따지고 보면, 과학기술이 그 핵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첨단과학기술 없이는 치열한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첨단과학 기술의 개발은 바로 질 높은 교육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초-중등학교는 탐구력 중심의 교육을 실시하고, 실험실습의 비중을 높이겠습니다. 그리고 대학의 기초과학교육, 연구비 지원을 대폭 늘리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교육의 또다른 병폐는 획일적 타성과 암기위주의 교육입니다. 그리고 철학이 없는 교육제도 때문에 개성과 창의성 개발에 소홀해 왔다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적성과 능력이 서로 다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각자의 재능에 맞는 다양한 학교를 만들어 잠재능력을 최대한 개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이를 위해 영재 및 특수재능교육을 위한 특수 고등학교를 늘리겠습니다. 대학 또한 각기 특성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교육구조를 개편하겠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의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문제도 따지고 보면 인간교육을 소홀히한 결과입니다. 범죄와 무질서등 사회병리현상도 인간교육, 도덕교육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도덕이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저는 지식전수에만 힘써온 각급 학교를 성숙한 인격체를 길러내는 요람으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도덕과 예절, 질서의식등 인간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이 강화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의 교과내용을 개편하겠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가정교육입니다. 국민 여러분, 학교에만 모든 교육을 떠맡길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자녀들에게 배불리 먹이고, 따뜻하게 입히는 데만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닙니까? 그 결과 배타적이고, 이기심만 강하고, 조금만 고통도 참지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도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청소년들의 가정교육에 보다 깊은 관심을 기울여 주셔야만 합니다. 저는 우리 청소년들이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자연학습장등 각종 시설을 늘려 나가겠습니다. 이와 함께 청소년들을 유혹하는 해로운 환경도 없애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교육자 여러분, 이 나라 교육의 마지막 승패는 바로 교단에 계시는 여러 선생님의 손에 달려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러기에 교권을 바로 세워야 하며, 교원의 지위 향상이 수반되지 않는 교육정책은 효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우리사회가 이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훌륭한 교육이 이루어지려면, 선생님들이 사명의식을 가지고 가르치는 일에는 전념할 수 있도록 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 선생님들이 근무하시는 학교 교무실에 가보셨습니까? 수십 명이 근무하는 교무실에 전화기 서너 대가 고작입니다. 수업준비를 하시다가 전화가 오면, 자리에서 일어나 멀리 있는 전화로 급히 달려가야 합니다.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책임지고 계시는 선생님들의 교무실은 이처럼 무관심하게 버려져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다른 곳에 들어가는 예산을 뚝 잘라서라도 우리 선생님들의 근무환경은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선생님들의 보수 역시 연구전문직 수준으로 인상하고, 여선생들의 자녀교육을 위한 탁아시설도 늘려야 합니다. 교육행정 업무의 교육전문직의 임용을 늘려, 교육의 전문성을 높이겠습니다. 그리고 교육자치단체의 행정과 인사관리의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교직의 자주성을 보장하겠습니다.

     저는 또한 지역간, 계층간에 균등한 교육기회가 제공되도록 다양한 교육시설을 늘리고 교육환경을 개선하는데 가능한 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조기교육의 실현을 위해 도서벽지나 농어촌은 물론 대도시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공립유치원을 대폭 증설하겠습니다. 특히 전국에서 5살된 아동의 60%이상이 유치원에 다닐 수 있도록 무상교육을 확대하겠습니다. 국민학교 어린이들의 학교급식을 전면적으로 실시하겠습니다. 그리고 현재 농어촌 지역에만 실시하고 있는 중학교 무상 의무교육을 95년부터 시지역까지, 98년에는 전국적으로 실시하겠습니다. 지역별로 개방대학의 설립도 늘려나가겠습니다. 또한 청소년, 여성, 노인들을 위한 종합 사회교육원을 전국 10개 지역에 건립할 것입니다. 그리고 재정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립학교 지원을 대폭 강화할 것입니다. 사립유치원과 사립학교에 대한 재정지원을 국공립 수준으로 높이고, 사립대학에 대한 지원 규모도 확대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까지 우리 교육이 오늘의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하고, 희망찬 미래를 열기 위한 비장한 각오와 신념의 일단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정책에는 막대한 재원과 정책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저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교육재정만큼은 현재의 10조원 수준에서 98년까지 GNP의 5% 수준인 20조 이상으로 끌어올리겠습니다. 그리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개혁을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교육개혁위원회를 설치할 것입니다. 교육개혁위원회는 교육의 전면적인 재검토와 함께 획기적인 개혁을 단행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교육개혁없이는 제가 국민 여러분께 약속한 신한국의 창조는 물론 오늘의 한국병 치유도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러분, 교육개혁은 신한국창조의 출발점입니다. 대통령이 되면, 저는 교육입국의 선봉에 설 것입니다. 획기적인 교육개혁과 과감한 재정 투자로 교육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서, 역사의 큰 획을 긋도록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국민 모두의 행복한 삶, 풍요로운 미래가 담긴 신한국의 꿈을 기필코 실현하겠습니다.

     경청해 주신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1992. 12.13, KBS-1 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