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제 14대 대통령 1차 선거 연설


제 14대 대통령 1차 선거 연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민주자유당 대통령 후보 김영삼입니다.

     지금 이 시간은 전국 각처에 계신 농어민, 근로자, 상인, 주부 등 우리 국민 모두가 힘찬 하루의 출발을 준비하는 바쁜 시간입니다. 저는 몇 일전 아침 일찍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을 방문하였습니다. 도.소매상인, 물건을 싣고 온 화물차 기사, 주부들과 만나 보았습니다. 또 얼마 전 추곡수매 현장을 찾아 농민들의 땀과 눈물이 어린 벼 알을 씹어 보기도 했습니다. 항만.부두 노동자들과도 만나 그들의 현황과 어려움에 대해서 들었고 많은 건의도 들었습니다. 많은 어려움과 부당함이 있고 그 어려움이 쉽사리 고쳐지지 않음도 잘 알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 누구 하나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말로만 하고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병이 들어도 단단히 들었습니다. 제가 한국병이라고 진단해 온 것도 바로 이것입니다. 권위와 질서가 무너졌습니다. 사회 기강도 흐트러졌습니다. 위도 아래도 없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합니다. 돈이면 다 된다는 황금만능주의가 판을 치고 도덕이 땅에 떨어졌습니다. 정직하고 근면한 기업인들이 의욕을 잃고 있습니다. 근로자들의 근면성도 빛을 잃었습니다. 한마디로 사회의 많은 분야가 활력을 잃고 불안과 침체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우리는 우리의 목표인 보다 나은 생활과 밝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고치지 못하면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더욱 기약할 수 없습니다. 세계는 지금 자기 나라의 이익만을 위해 치열한 경제 전쟁과 기술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선진국은 높은 기술 장벽을 쌓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무조건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장벽 이외에도 동남아와 12억 인구의 중국이 또 맹렬한 속도로 우리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멈출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야만 합니다.

     국민 여러분! 출근길에 이 방송을 들으시는 분도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혹시 교통 체증 때문에 짜증을 내고 계시는 분도 계실 줄 압니다. 교통 체증은 이제 대도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도시에서 도시로 연결하는 도로도 막히고 출.퇴근길 모든 시간이 따로 없습니다. 30분이면 갈 수 있는 길이 한시간 두시간도 예사입니다. 길 위에 낭비되는 시간과 허비되는 자원은 어떻습니까? 저는 도로를 넓히고 막힌 곳은 뚫으며 지하철 등 대중교통 수단의 보다 근본적인 확충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짜증나는 교통체증을 과감히 해소하고자 합니다. 또 마찬가지로 우리의 나아갈 길을 막고 있는 한국병의 체증도 시원스럽게 뚫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 여러 가지 병중에도 우리가 제일 먼저 고쳐야 할 것은 경제입니다. 경제가 살아야 나라가 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는 매우 어려운 지경에 빠져 있습니다. 지난 3.4분기에 3.1%가 성장한 것은 11년만의 낮은 성장입니다. 우리 경제는 살아나야 하고 낮아진 성장률 또한 회복되어야 합니다.

     저는 경제 회복의 첫출발은 중소기업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중소기업은 자금난과 인력 부족을 포함한 여러 가지로 최악의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말로만이 아닌 실질적인 우리 경제의 뿌리가 되어야만 합니다. 또 경제 회복은 과소비와 같은 거품 경제가 아니라 첨단산업을 육성하고 제조업의 설비 투자를 추진시키는 내실 있고 건강한 성장이어야만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솔선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함은 물론입니다. 또 여기서 더 나아가 국민 각자가 자신의 분야에서 스스로의 창의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금까지 해 온 불필요한 간섭과 규제가 최소화되어야 합니다. 집을 하나 짓고 중소기업 하나를 창업하는데도 수없이 관청을 드나들어야 하며 수십 개의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없어져야 합니다. 정부의 규제와 간섭으로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그 방식으로는 더이상 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제가 주장하는 신경제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와 창의가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국민의 경제입니다.

     가정에 계시는 주부 여러분!

     주부들의 걱정은 무엇보다도 물가일 것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물가는 주부 여러분이 느끼는 물가와 판이하게 다르다고 합니다. 저는 반드시 주부들이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를 최우선적으로 안정시키겠습니다. 앞으로 2년 안에 물가 상승률을 반드시 3% 이내로 낮추겠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저축하는 소박한 서민들과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들을 실망시키는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는 반드시 뿌리를 뽑도록 하겠습니다.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과학 기술자 여러분은 평소에 과학기술 발전 없이 우리 나라가 국제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주장해 왔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값싼 노동력에 의존한 발전은 더이상 기대할 수 없습니다. 세계는 바야흐로 기술 패권주의 시대입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의욕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면 국제 수지도 2년 안에 흑자로 돌려놓을 수 있습니다. 또 5년 이내에 국민소득을 선진국 수준인 15,000달러에 이르도록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방송을 들으시는 주부와 학부모 여러분!

     고등학교 입학 연합고사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고 대학 입시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수험생 여러분은 물론 수험생 자녀를 둔 가족 모두의 어려움이 태산 같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의 교육열은 가히 세계적입니다. 또 이 교육열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음도 사실입니다. 하지만은 자녀들의 입시 지옥과 과중한 학부모의 과외비 부담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병폐 중의 하나입니다. 저는 제가 추구하는 신한국 건설이 교육의 정상화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사랑으로 국가의 최고 경영자가 된다면 교육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교육은 무엇보다 사람다운 사람으로 기르는 인성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또 입시 지옥은 어떠한 방법으로든 해소되어야 합니다. 학부모들도 과중한 과외비 부담에서 해방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대통령 직속의 교육개혁위원회를 만들어 교육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이 달은 12월로 금년을 마감하는 달입니다. 추워지는 날씨 속에 되어지는 걱정 중에는 집 없는 도시 서민들의 어려움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저는 도시 서민의 주택 문제 해결에 정책적 우선 순위를 둘 것입니다. 한해에 50만에서 60만 채 이상 소형 및 임대주택을 건설하여 하루 속히 서민의 주택난을 해소하도록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가 이같이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지도력과 결단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강력한 지도력과 결단력은 어디서 나옵니까? 이것은 국민이 바로 뽑은 깨끗한 지도자만이 할 수 있습니다. 깨끗하고 사심이 없는 지도자만이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강력한 지도력은 집권 과정부터 정당성을 가져야만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선거가 공명정대 해야만 합니다. 공명선거는 관권 선거와 금권 선거 그리고 흑색선전이 없는 선거입니다. 저는 집권 여당의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중립 내각의 구성을 제의했습니다. 이는 우리의 선거를 더럽혀 온 관권 선거를 뿌리뽑기 위해서입니다. 이제 관권은 사라졌으나 금권 타락이 찾아와 우리 선거를 더럽히고 있음은 심히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돈으로 권력을 부패시켰던 사람들이 돈으로 아예 권력을 사고자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금권 선거를 철저하게 경계해야만 합니다. 돈으로 권력을 사려는 것은 총칼로 쿠데타를 하는 것보다 더 나쁜 짓입니다. 아무리 돈 선거로 권력을 사려고 해도 수준 높은 우리 국민들은 그러한 그릇된 후보들을 단호히 배격할 것으로 저는 확실하게 믿습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의 선거 기준은 누가 이 시대와 이 나라를 변화시키고 개혁 시킬 수 있는가에 두어야 합니다. 국회의 과반수 의석을 가진 저와 우리 민주자유당만이 국정을 책임질 능력이 있습니다. 우리는 6공화국 초기에 여소야대 정국이 야기한 무질서와 파괴적 혼란을 기억합니다. 국민적 지지가 국회 의석의 1/10 이나 1/3 밖에 안되는 정당에서 대통령이 나온다면 과연 이 나라 정치가 안정될 수 있겠습니까? 침체된 경제를 되살릴 수 있겠습니까? 통일을 위한 준비가 원만히 이루어질 수 있겠습니까? 현명하신 국민 여러분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시리라 저는 믿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새로운 결의로 다시 뛰기 시작하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 등 각 분야에 걸쳐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모든 것을 희생하고 헌신하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땀과 고통도 요구하겠습니다. 고통을 함께 나누며 일한 끝에 거두는 열매는 더욱 값진 것입니다. 우리는 세계 중심 무대에 우뚝 서서 우리 국민 모두가 인간답게 더불어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국민 모두가 신바람이 나서 일하는 사회를 건설해야만 합니다. 농민도 근로자도 도시 서민도 누구나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잘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신한국을 만들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가 꿈꾸는 신한국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 또 자기 주변부터 고쳐 나가야만 합니다. 저도 저 자신부터 솔선할 것입니다. 누구보다도 제 자신을 비롯한 정치 지도층부터 고쳐 나갈 것입니다. 윗물이 깨끗해야 아랫물이 깨끗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윗물맑기운동을 제창했습니다. 또 그것을 앞장서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저와 제 가족의 자산을 공개했습니다. 저는 정치 생활 40년 가까운 동안에 땅 한 평을 사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땅 한 평을 사지 아니할 것입니다. 대통령이 되었다 물러날 때에도 지금의 상도동 그대로의 집으로 반드시 저는 돌아갈 것입니다. 대통령이 되면 바로 반부패선언을 할 것입니다. 부정부패를 없애는 일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정치 부패를 추방하고 돈 적게 쓰는 선거를 위해 국회의원 선거 제도를 바꾸는 문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깨끗한 정치에는 반드시 깨끗한 인사 정책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인사가 만사라고 하듯이 공평무사한 인사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신뢰 받는 정부를 만들 방침입니다. 지연.학연.혈연 그 어느 것에도 매이지 않는 공정하고 대담한 인사를 하겠습니다.

     공장에서 땀흘리는 기업가와 근로자, 논밭에서 흙을 파고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농어민 그리고 믿음직스러운 군경과 공직자 여러분!

     저는 여러분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신한국을 창조하겠습니다.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 꼭두새벽 시장에서 채소를 파는 아주머니, 이른 아침부터 거리를 쓰는 미화원, 지하 막장에서 석탄을 캐는 광원 여러분!

     여러분이 떳떳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신명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저의 사명입니다. 미래를 위해 교단을 지키는 교육자, 책과 씨름하는 자랑스러운 젊은이, 그리고 문화 창조의 보람찬 일에 헌신하는 창작 예술인 여러분, 여러분 모두 이 김영삼과 함께 신한국을 만드는데 동참합시다.

     바쁜 아침에 끝까지 경청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여러분의 행복을 기원해 마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도 보람찬 시간이 되기를 빌어 마지 않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1992. 12. 4, KBS-1 라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