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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9회 국회 정기회 대표 연설문


제 159회 국회 정기회 대표 연설문


     존경하는 박준규(朴浚圭) 의장(議長)과 의원(議員) 여러분! 현승종(玄勝鍾) 국무총리(國務總理)와 국무위원(國務委員) 여러분!

     이 자리에 서서 여러분을 뵙게 되니 참으로 반갑고 기쁩니다. 또한 감회가 새롭습니다.

    저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열린 이번 정기국회에서 집권여당의 대표가 아니라 다수당 대표로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과반수 의석을 가진 정당이면서도 집권당의 지위를 갖지 않은 것은 우리 헌정사상(憲政史上) 유례없는 일입니다.

     저는 그동안 집권여당의 후보로서 부정(不正)한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될 생각은 꿈에도 없다는 것을 밝혀 왔습니다. 그러기에 저는 스스로 집권여당 후보의 기득권을 포기한다는 전제 아래 중립선거내각(中立選擧內閣)을 제안했습니다. 노태우(盧泰愚) 대통령이 우리 민주자유당(民主自由黨)의 당적(黨籍)을 떠났고 이 자리에 새 중립내각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출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와 민주자유당으로서는 자기희생이요 자기혁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는 어떤 후보와도 똑같은 출발점에 서서 엄정한 선거 규칙에 따라 국민의 냉정한 심판을 받고자 합니다. 이러한 선거를 통해서만 정통성(正統性) 시비 없는 완벽한 민주정부를 만들 수 있습니다. 깨끗한 정부, 도덕적인 정부만이 국가공동체(國家共同體)를 강력히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이 나라 공무원들이 특정 정당이 아닌 국민에게만 봉사한다는 자랑스런 공무원상(公務員像)을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합니다. 우리 당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직업공무원제(職業公務員制)의 확립과 신분 보장책 그리고 획기적인 처우개선책을 마련할 것입니다.

     그러나 공명선거(公明選擧)에 대한 위협은 관권선거(官權選擧)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상대후보에 대한 중상비방과 흑색선전 그리고 금전살포에 의한 매표행위 역시 공명선거에 대한 중대한 위협인 것입니다. 돈으로 권력(權力)을 사거나 권력으로 돈을 만들 수 있는 풍토는 사라져야 합니다. 저는 공명선거 결의를 분명히 다지면서 이번 대통령 선거를 사상 유례없는 깨끗한 선거로 멋진 승부를 펼칠 것을 각 당의 대통령 후보에게 정중히 요청합니다. 새 중립내각도 엄정한 법 집행으로 선거 문화의 혁명을 이룩해 주리라 믿습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하나의 꿈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저의 꿈이자 우리 모두의 꿈이기도 합니다. "신한국(新韓國)을 창조(創造)하자!" 이것이 바로 그 꿈입니다. 지금 이 땅은 권위와 질서가 무너지고 사회기강이 해이해지면서 무책임의 풍조가 만연되고 있습니다. 과소비와 사치가 기승을 부리며 황금만능주의가 이 땅에 번져 있습니다. 한때 세계에서 소문난 한국인의 근면성과 창의성은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지역간, 계층간, 세대간 갈등의 파고는 더욱 높아져만 갑니다. 경제가 침체국면에 빠지면서 국민들은 좌절감, 패배감에 젖어 있습니다. 정치에 대한 불신(不信)은 깊고 부정부패(不正腐敗)는 이 땅에 만연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를 총체적으로 한국병(韓國病)이라 진단했습니다. 이같은 한국병을 치유하여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는 [신한국(新韓國)]으로 만드는 것이 저의 꿈이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이 한국병의 가장 큰 원인은 윗물이 흐려졌기 때문입니다. 집권과정이 정당하지 못했거나 집권후 도덕성을 갖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편의주의(便宜主義)가 아래로 스며들어 한국병의 만연을 초래했습니다.

     저는 이를 치유하기 위한 1차적 처방으로 지도층이 앞장서는 [윗물 맑기 운동]을 제창합니다.먼저 깨끗한 정치, 도덕정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집권과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거가 공명정대(公明正大)해야 합니다. 제가 중립선거내각 구성을 제의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선거 뿐아니라 모든 정치가 민주주의의 원칙(原則)과 상식(常識)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우리 모두 정치공해(政治公害)부터 추방하자는 것을 감히 부탁드립니다. 깨끗한 정치는 지도자의 솔선수범(率先垂範)으로부터 비롯됩니다. 저는 가까운 시일안에 소정(所定)의 절차(節次)를 거쳐 저 자신과 가족의 재산(財産)을 국민 앞에 공개할 것입니다. 그 다음 저는 반부패선언(反腐敗宣言)을 하고자 합니다. 정경유착(政經癒着)의 고리를 끊을 것입니다. 부정 공무원의 정화작업(淨化作業)을 강화하는 한편 기업윤리(企業倫理)도 확립하겠습니다. 돈안드는 정치를 위해 정치자금법(政治資金法), 모든 선거제도(選擧制度)등 법(法)과 제도(制度)를 개혁할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부정부패 방지 특별법(不正腐敗防止特別法)] 제정도 추진하겠습니다.

     2차 처방으로 전국민을 상대로 한 근검절약, 공중도덕 등 새 가치관을 확산하는 건전한 시민사회운동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우리 교육의 근본적 개혁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교육제도 자체가 개인적 이기심, 편법주의(便法主義)를 부추기면서 질서를 파괴시키고 있습니다. 지나친 지식(知識)위주의 경쟁을 강조하여 인간을 비인간화(非人間化) 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병의 근원적 치유는 교육개혁(敎育改革)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신한국은 더 나아가 삶의 양(量)과 질(質)이 높아진 나라를 말합니다. 무엇보다도 신한국은 경제적 풍요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지금 대다수 국민들은 우리 경제가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달려가는 한국인]에서 [쫓기는 한국인]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하루속히 경제가 활성화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 경제의 활력(活力)을 되찾기 위해 먼저 정치가 더이상 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깨끗한 민주정부가 들어서는 것 자체가 경제활력의 기폭제가 되리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도 역시 낡은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치적 민주주의 체제에 걸맞게 경제도 민주화해야 합니다.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參與)와 창의(創意)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과거처럼 정부의 계획과 통제에서 벗어나 모든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경제가 우리의 기본목표입니다. 따라서 오늘날 경제침체의 원인을 아직도 남의 탓으로만 돌리고 무력증에 빠져있는 각 경제주체들이 모두가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공직자, 근로자, 기업인, 농어민 모두가 참여하는 의식개혁운동(意識改革運動)이 전개되어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의식개혁 노력과 함께 행정규제의 완화, 금융개혁, 재정개혁 등 경제제도의 개혁도 아울러 단행되어야 합니다. 금융개혁은 금융인의 손에 맡기는 자율화, 재정개혁은 효율과 형평을 보다 증진시키는 합리화, 그리고 행정개혁은 권위주의를 청산하는 규제완화를 핵심으로 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의식개혁 노력과 제도개혁 조치로 땀흘린 만큼 열매를 거두는 새로운 풍토가 정착되고 다시 일하는 분위기가 일어날 것입니다. 저는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재도약(再跳躍)할 수 있을 것으로 굳게 믿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틀 위에 우리 당은 물가안정등 경제와 민생의 안정에 노력할 것입니다. 빠른 시일 안에 제조업(製造業)의 경쟁력(競爭力)을 살리기 위해 기술개발 투자를 GNP의 5%까지 늘려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부족한 사회간접자본(社會間接資本)을 확충하여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내년도 예산(豫算)을 반드시 법정기일 내에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중소기업(中小企業)을 우리 경제의 뿌리가 되도록 해야 지속적인 경제발전이 가능합니다. 중소기업의 부도사태(不渡事態)를 방지하고 자금난을 완화시키기 위한 신용보증기금(信用保證基金)의 확충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금년도 추경예산안(追更豫算案)을 하루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농업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구조개선 사업에 앞으로 10년간 42조원을 투자하겠습니다. 우리 농어민(農漁民)이 땀 흘린 만큼 보상을 받도록 하기 위해 농수산물 가격을 안정시키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올해 추곡(秋穀) 수매량과 수매가격의 책정에 있어서는 우리 농민(農民)의 희망을 최대한 반영하여 작년 수준을 웃도는 선(線)에서 결정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신한국은 경제적 풍요에 걸맞게 생활의 질이 높아져야 합니다. 그것은 사람다운 삶을 뜻합니다. 모든 혜택이 계층, 성별, 연령, 지역에 상관없이 골고루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문화복지사회(文化福祉社會)를 열기 위해 지금부터 차분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美風良俗)과 가치규범(價値規範)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통문화(傳統文化)를 지키고 가꾸는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 문화의 국제화(國際化)를 위한 해외문화교류(海外文化交流)도 더욱 확대해가야 합니다. 국민의 다양한 문화욕구(文化欲求)에 부응하고 문화적 소외계층(疎外階層)이 문화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전국 각지에 문예회관, 공연장, 미술관, 도서관 등 문화공간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갈 것입니다. 청소년들의 정서를 좀먹고 있는 퇴폐문화(頹廢文化)를 추방하는 데도 더욱 노력해 나가겠습니다.

     삶의 질을 높이는 데는 고아, 장애자, 노인, 영세민 등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독립유공자, 상이군경 가족도 돌봐야 합니다.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여 복지예산(福祉豫算)을 계속 늘려야 합니다.

     여성(女性)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는 것이야말로 더욱 삶의 질을 높이는 일입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차별 받지 않도록 관련 법과 제도 그리고 관행을 고쳐 나가겠습니다. 여성인력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고용(雇用)을 촉진시키겠습니다. 여성의 사회정치 참여를 확대하며 [성폭력 방지법(性暴力防止法)]을 제정하여 모든 여성이 안심하고 밤거리를 다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보육시설(保育施設)의 확충은 여성의 생산활동, 사회활동의 바탕이 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중의 하나는 환경문제(環境問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세계적으로는 [지구(地球)를 살리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만,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공기는 숨쉬기조차 거북한 상태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강물은 이제 식수(食水)로서는 위험한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우리 아들 딸들에게 이같은 강물, 이같은 공기를 물려줄 수는 없습니다.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대도시의 교통문제(交通問題)는 참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짜증나는 교통체증을 시원히 뚫어주고 서민들의 발을 늘리는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나라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는 지역간의 불균형(不均衡)입니다. 너무 비대해진 수도권 그리고 동서간의 불균형이 그것입니다. 이 불균형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신한국은 불가능합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대담한 새 국가경영설계(國家經營設計)가 마련돼야 합니다. 중국과의 수교(修交)로 서해안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개발의 그늘에 있던 충청권(忠淸圈)과 호남권(湖南圈)은 남북교류와 함께 새로운 전초기지(前哨基地)로 바뀔 것입니다. 건강한 나라는 더불어 골고루 사는 공동체입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한반도(韓半島)와 주변, 그리고 세계로 눈을 돌려보겠습니다. 궁극적으로 신한국은 우리 한민족이 하나가 되어 인간답게 사는 [통일(統一)된 선진(先進) 민주국가(民主國家)]를 말합니다. 오늘의 주변정세는 그같은 통일의 날이 금세기안에 다가오리라는 확신을 주고 있습니다. 한,소 수교(韓蘇 修交)에 이어 한.중(韓中) 관계의 정상화는 바로 한반도 주변의 냉전구조(冷戰構造)가 사라지고 있음을 뜻합니다. 남북대화도 그간 남북고위급회담(南北高位級會談)을 통해 [남북합의서(南北合議書)]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韓半島 非核化 共同宣言)] 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북한의 핵개발(核開發) 의혹은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는 대남(對南) 적화노선(赤化路線)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드러난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은 이러한 북한의 이중성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북한이 우리 체제를 안으로부터 붕괴시키려는 음모를 버리지 않는 한 남북한 관계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더욱 한심스러운 일은 우리 내부에 있습니다. 이번에 적발한 간첩단(間諜團)의 관련자 규모가 수백명이 넘는데도 누구 한사람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말해 우리 정부의 직무태만(職務怠慢)이요 국민의 대북 경각심이 완전히 풀려있다는 반증입니다.

     여러분, 정신을 바짝 차립시다. 이 문제는 정권(政權)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존망(國家存亡)의 문제입니다. 저는 안보정책은 통일지향적으로 수립하되 통일정책은 반드시 안보에 바탕을 둘 것입니다. 그러기에 대(對)중국, 대러시아 관계를 강화하겠지만 미.일(美日)과의 기본축은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것입니다. 통일(統一)은 자주, 평화, 민주의 3대 원칙 아래 남북한이 국가연합(國家聯合) 단계를 거쳐 민족대통합(民族大統合)을 이룩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통일에 대비하여 안으로는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사회적 내실(內實)을 다져 나가야 하며, 밖으로는 북한의 변화를 꾸준히 유도해 나가야 합니다. 그리하면 머지않아 한민족공동체(韓民族共同體)가 현실로 나타날 것입니다. 세계 중심무대에 우뚝 서서 더불어 인간답게 사는 한민족공동체를 창조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저의 꿈이요 신한국입니다.

     국민 여러분! 신한국은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신한국 창조는 수많은 자기변화, 자기혁신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구시대의 발상과 타성 그리고 낡은 관행과 틀을 벗어 버려야 합니다. 옛 껍질을 벗어버려야 합니다. 저는 우리 모두의 자기변화(自己變化)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국민들에게도 당당히 요구할 것은 요구하려고 합니다. 먼저 오늘의 난국(難局)을 헤쳐 나가기 위하여, 밝고 희망찬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열기 위하여 국민 여러분께 '고통(苦痛)의 분담(分擔)'을 호소하고자 합니다. 더 열심히 일합시다. 그리고 고통을 나누어 가집시다. 그렇게 함으로써만 우리는 금세기 말까지 우리의 염원인 [선진 통일한국(先進統一韓國)]을 실현시킬 수 있습니다. [2천년대 신한국]을 창조할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의장, 동료의원, 그리고 국민 여러분!이 자리에서 저의 일신상(一身上) 문제를 말씀드리게 됨을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먼저 최근 우리 당에서 일어났던 일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드려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저와 우리 당을 아껴주시고 지지하면서 안정적 정권창출(政權創出)을 바라는 국민 여러분께 일시적이나마 불안감을 드렸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저 자신의 부덕(不德)의 소치(所致)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위기(危機)는 기회(機會)와 통한다는 저의 신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격려를 받으면서 이 신념은 더욱 굳어져 가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역사와 민족 앞에서 부끄러움 없는 일을 할 때 국민이 항상 저와 함께 있었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끝내 승리(勝利)의 기쁨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게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는 국정(國政)에 책임 있는 제1당(第一黨) 대표로서 의연하고 당당하게 정치의 중심을 잡고 국정을 운영하는데 온 힘을 다하겠다는 것을 약속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지금 이 여의도 국회의사당(國會議事堂)에서 국회의원으로서는 마지막이 될 연설(演說)을 여러분에게 드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 연설을 끝으로 제 한평생 몸담아 온 국회를 떠나고자 합니다. 민주자유당 대통령후보로서 전력투구(全力投球)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다음 14대 대통령의 지위와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20세기를 마감하고 21세기를 여는 역사적 전환점에서, 그리고 한국이 세계의 먼 동쪽 끝나라에서 세계의 한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 역사적 시점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의 지위와 책임이 얼마나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아들 딸들에게 희망찬 미래(未來)를 유산(遺産)으로 남겨주고, 밖으로는 조국(祖國)을 동방의 등불로 부상시켜야 합니다. 이같은 미래가 이번 대통령선거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기에 대통령후보(大統領候補)는 이 나라, 이 민족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저는 대통령후보로서 혼신의 힘을 다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없으므로 국회의원직을 사임하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

     막상 이 의정단상을 떠나려 하니 저의 마음속에는 만감(萬感)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이 의사당 구석구석은 저의 손길이 닿아있고 저의 땀과 눈물로 얼룩져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25살의 젊은 나이에 이 민의(民意)의 전당(殿堂)에 들어왔습니다. 지금까지 아홉 번이나 국회의원을 지내온 저의 의정생활(議政生活)은 파란 많던 우리 헌정사(憲政史) 바로 그것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입니다. 저는 이승만(李承晩) 대통령의 3선(選出)을 위한 개헌(改憲)에 대한 반대투쟁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민주화투쟁(民主化鬪爭)을 해오는 동안 의회주의자(議會主義者)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했습니다. 즐거웠던 일도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 고통과 고난으로 이어졌습니다. 초산테러를 당하는가 하면 직무정지(職務停止) 가처분(假處分)으로 야당총재직(野黨總裁職)에서 쫓겨났습니다. 심지어 여당보다 더 많이 득표했던 야당총재인 저를 의원직(議員職) 제명처분(除名處分)으로 국회에서 쫓아내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때 독재(獨裁)의 회유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잠시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하지 않겠다]며 의사당을 떠난 것입니다. 1979년 10월 4일 제가 국회(國會)에서 제명(除名)되던 그 날을 영원히 잊지 않고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 국회의사당을 한바퀴 돌고 현관을 나올 때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80년대 정치정화법(政治淨化法)으로 묶여 상도동집에 오랫동안 갇혀 있을 때는 더욱 고통스러웠습니다. 광주(光州) 민주화운동 3주년(周年)을 맞았을 때 한 알의 민주화 씨앗을 뿌리기 위해 23일간 단식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의식(意識)이 가물가물할 때마다 떠오른 것은 바로 이 의사당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의사당에 대한 그리움을 무엇으로도 달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끝내 이 의사당으로 돌아 올 수 있었습니다. 민주화(民主化)의 새벽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완전한 문민 시대(文民時代)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변화(變化)와 개혁(改革)이 일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 새로운 책임(責任)으로 인해 스스로 이 의사당을 떠나지만 저의 마음은 이곳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이제는 성숙해질 의회정치(議會政治)에 대한 소망(所望)을 간직하면서 떠납니다.

     그동안 저의 의정 생활에 성원을 아끼지 않았던 국민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의원 동지, 사무처 직원, 그리고 언론인 여러분의 협조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1992년 10월 13일

    민주자유당 총재 김영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