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의 결정은 내가 만든 것도 아니고 민주계가 노력해서 이룬 것도 아니다. 민정계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진정한 파벌 통합을 시작했다. 민자당이 나를 총재요, 대통령 후보로 선출함으로써 비로소 권위주의 정치세력과 이에 맞서 민주화 투쟁을 벌여왔던 정치 세력이 화학적 결합을 시작했다고 보고, 이것을 어느 교수는 민주주의의 동양적 수용이라는 글을 읽었다. 이런 견해는 민중 봉기 추방, 정치 보복, 투옥 같은 살벌한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 기득권층의 불안감을 배려해 공존 속의 권력 교체를 했다는 긍정적 평가로 해석했다.
합당 2년 8개월에 민자당은 변화를 만들어냈고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성취한 중요한 하나는 문민 정치 문민 정부 시대를 개막한 것이 아닌가 한다.우리는 지난 5월 지명대회에서 경선이라는 과정을 통해 문민의 색깔이 있는 사람들, 이를테면 쿠데타 주역이었거나 쿠데타 주역에 선발되어 정치에 참여한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정권 도전을 주저앉혔다.노 대통령은 6공 정부의 과제를 문민 정부로 가는 징검다리라고 했는데 합당을 통해 이 공약을 실현했다.
내가 정치를 통해 여당 총재가 된 것도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정부 수립 이래 반세기에 이르기까지 정치가 가운데 정상에 오른 여당 총재도 대통령도 없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독립운동을 통해서,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로 집권했다. 노 대통령 역시 5.17 신군부 주역이었기 때문에 권력을 승계했다.나는 정치를 통해 여당의 총재가 되고 후보가 되었다. 내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정치를 통해 정상에 도달하는 첫번째 대통령이 된다고들 말한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쉽게 예를 하나 들겠다.
건전한 사회는 질서 있는 사회다. 집을 사기 위해 적금한 사람이 먼저 집을 사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렇게 되지 않았다. 부동산 투기를 한 사람 혹은 무엇인가로 돈을 몇 배로 불릴 줄 아는 사람이 집을 샀다. 열심히 적금한 사람은 뛰어오르는 집값을 따라잡지 못해 집을 못 샀다. 집만이 아니라 이 사회 대부분의 일이 그랬다.어느 날 군대를 몰고 나온 사람이 정권을 가로챘다. 민중 속에서 슬픔과 기쁨을 함께 하며 한 계단씩 올라가던 정치인은 연금당하고 최루탄에 눈물 흘리는 고된 길을 걸었다. 이제는 가로채는 것이 없는 질서를 가꾸어 나가야 한다. 정직한 사람, 부지런한 사람, 목표를 세우고 저금한 사람이 계획한대로 목표에 도달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민자당의 선택이 정치의 정상적 질서를 열고 정착시키기로 작정했는 데 높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