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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계 말 들었으면 당 깨졌다"


"민주계 말 들었으면 당 깨졌다"


    달라져야 하는 것은 야당만이 아니었다. 민주 대 반민주의 대결 구도가 아닌 민주 시대니까 과거의 여와 야가 함께 달라져야 했다. 과거의 야당 계열은 부정(否定) 일변도에서 국정의 책임 쪽으로 좀 다가서고 과거의 여당은 비판 기능을 회복하는 것 그래서 두 계열이 모두 상대편 쪽으로 다가서서 만나는 중간 접점이 합당한 민자당의 가장 바람직한 위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합쳐지지 않았더라도 조금씩 달라져야 하는데 함께 지내게 되니까 서로 조금씩 상대를 배우고 그래서 3당합당은 이 점에서도 성공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당무회의를 비롯해서 각급 기구의 분위기나 운영이 과거의 여당하고도 다르다는 말도 들었다.그런데 가장 곤란한 문제가 당의 장래에 대한 대립이었다. 내각제를 놓고 그리고 다음 총재를 놓고 융합이 어려운 대립을 보였다. 민주계 사람들은 나한테 와서 "민정계 사람들은 당신네들은 김 대표가 대권 주자가 되지 않으면 떠날 사람 아니냐, 우리는 당신들이 언제 떠나는지에만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는 것이었다. 한두 사람이 그러는 것이 아니니 어떻게 당을 합니까"라는 얘기였다.내가 후보가 되고 총재가 되는 데 대한 거부감과 불안이 넓고 깊었다. 곤란한 것은 내가 총재가 되면 민정계는 모든 것을 잃는다는 것, 특히 특정인이나 특정 그룹은 가장 나쁜 상태에 빠진다는 불신과 불안을 말하고 다니는 문제였다.

    실제로 그렇게 오해하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 줄을 알면서도 다른 목적이 있어서 짐짓 그러는 것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용납이 안되던 적대 세력이기는 했다. 더욱이 나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부정적으로 보도록 훈련되고 교육되고 또 그런 자료만 제공받아서 읽었던 사람들이다. 정서나 감정의 정리가 쉬울 리 없었다.

    민주계는 이것이 불안했다. 통합을 했고 엄연히 당의 대표 아닙니까, 그런데도 저 사람들은 마치 정권도 당권도 다 뺏기고 자기네 생존기반이 날아가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 대표께서 절대로 정치 보복 같은 것은 하지 않을 성품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저러니 희망이 없다는 것 아닙니까. 그런 얘기를 수없이 했다. 아마 민주계의 말을 들었으면 당은 몇 차례 깨졌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