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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계의 정치적 사고, 판단, 행동


민주계의 정치적 사고, 판단, 행동


    나는 노 대통령을 통해 옛날 야당과는 소원했던 분야인 군이라든가 공안 기관 같은 분야를 배웠고, 대통령은 나를 통해서 민주화 운동을 하던 각계 지도자나 재야 단체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주례 회동에서 인상적이고 오래 기억에 남는 일들은 중요 현안을 얘기했던 것보다는 경험을 나누면서 이해를 넓힌 그런 대화가 아니었던가 싶다. 그리고 그런 대화를 통해 쌓아나간 이해와 신뢰가 합당을 성공시켜 발전된 질서를 만들어나가는 밑거름이 되지 않았나 한다.노 대통령과 나 사이에 거리를 좁히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듯이 정파의 통합에도 어려움이 많았다. 민정계와 공화계는 서로 익숙한 사이였다. 그런데 민주계는 그렇지 않았다. 민정계와 공화계 그리고 민주계가 아주 분명하게 구분이 된다고 했다. 정치적 사고(思考), 판단, 행동 이런 것이 마치 다른 곳에 살다 온 사람 같은 느낌이 든다고까지 과장해 말하기도 했다.

    국회 상임위원회에서도 만나고 가까운 이웃도 있고 학교 동문 사이도 있고 그런데도 거리감이 넓다고 했다. 30년을 여당과 야당, 반민주와 민주 이런 식으로 갈라져 있었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 주었다. 나는 민주계가 여당의 생각, 여당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합당한 뒤 첫번째 열린 임시 국회 때 민주계 의원들이 질문자로 많이 선정이 되었다. 그런데 막상 질문을 하려니까 상당히 어려웠던 것 같았다. 여당이 되었으니까 야당 때와는 좀 달라야 하는데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가늠이 어려웠던 것 같다. 어느 의원이 나보고 지침 같은 건 없느냐고 했다. 국회의원이 질문하는데 지침은 누가 주나, 질문할 의원 스스로 정할 일이지. 내가 답변을 그렇게 했다가 이런 얘기를 해 주었다.

    우리가 야당이던 때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때로 강하게 비판할 수 없는가를 생각했던 때도 있었을 것이다. 야당이 대안같은 건 생각지 않았던 때도 있었던 것같다. 책임을 덜 생각했고 현실적인 가능성 같은 걸 생각하는 데 소홀했던 점이 있다.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주장하면서 이런 부분들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판단하는 것이 수월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는 국민의 뜻을 헤아렸다. 지금도 그런 기본 입장은 지키면서 다만 좀더 책임을 생각하고 현실적인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정부의 입장이나 고충도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여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을 대신 질문하고, 당이나 정부 입장에서 널리 알릴 만한 일도 묻고 그러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