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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반대하는 개헌은 불가


국민 반대하는 개헌은 불가


    그러나 이것은 개헌 추진을 위해서도 아무 도움이 안 되고 당만 손상하는 어리석은 일이었다. 개헌은 여당이 제기해서 이룰 수 없다. 개헌에 대한 당내의 합의는 자칫하면 일을 그르친다고 내가 말해왔는데 이를 무시했다.더욱이 그때는 김대중 평민당 총재가 단식을 끝낸 지 사흘만이기도 했다.

    단식 기간, 내가 김대중 총재를 찾아가 만났다. 단식 투쟁을 하는 이유 중에 민자당은 내각제를 포기하라는 요구가 있었는데, 내가 김대중 총재한테 야당이 반대하면 개헌이 안된다는 것을 당신이 더 잘 알지 않느냐고 이야기했다. 그때 당도 공식적으로 국민이 반대하면 개헌을 할 수 없고, 야당이 반대하면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었다.

    그것이 바로 엊그제의 일인데 개헌 추진에 관한 당내의 합의를 공개해서 어쩌자는 것인가. 개헌을 하자는 것인지 당을 깨자는 것인지 나의 이미지에 손상을 주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의도가 어디에 있었든간에 내각제가 마치 합당의 목표인 것처럼 비치게 된 것은 가장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합당의 목표는 어디까지나 정치 안정이고, 정치 안정을 통해 민주화를 해서 통일 시대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합당을 하게 되니까 장래의 계획과 관련해 여러가지 문제를 예견하게 되고 내각제도 그런 논의사항 중의 하나일 뿐이다. 대통령제에도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다. 내각제가 그 문제점 몇 가지를 보완해줄 수 있다. 우리나라 형편에서 보면 대통령제보다 내각제가 더 적절한 권력구조가 아니겠는가 라는 의견을 두 분이 역설했다. 나도 일장 일단이 있지만 내각제도 훌륭한 민주제도라는 데 동의했다. 당의 입장에서도 내각제가 낫다고 두 분은 말했다.

    우리가 30년 넘게 다른 길을 걸었는데 통합한 후 화합적 결합을 이루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내각제라면 세 정파가 공존하고 협력하는 게 낫지 않겠는가. 이렇게 의견이 접근해 내각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것은 당내 문제가 아니고 우리들만의 합의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나는 이 기회에 개헌에 관한 문제는 분명하게 선을 긋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개헌에 집착한 나머지 자꾸 일을 일으키니 분명히 단안을 내려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겠다. 당의 기강도 이 기회에 바로 잡아야 한다. 이런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다른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도 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받아들인 것만큼 사태를 심각하게 보지 않은 듯했다. 당내에 내각제를 둘러싸고 혼선이 있어 왔는데 이 기회에 당론을 조정 통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생각을 정리할 겸 지방으로 내려갔다. 민주계 의원들이 동요하니까 노 대통령이 진정시키려고 김재광 부의장 등 중진 몇사람을 불렀는데 모두 가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