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노 대통령과 최종 합의


노 대통령과 최종 합의


    민주계 의원들이 모두 나한테 내려왔다. 나는 그들의 의견을 주로 들었다. 소장파들을 중심으로 다수가 합당은 여기서 끝이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나는 내 생각을 말하지 않았지만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합당이 성공하면 우리 정치는 최소 10년을 단숨에 뛰어넘는 발전을 한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었다. 이 정도 난관은 예상했던 일이고, 이만한 문제로 깨기에는 합당의 뜻은 훨씬 크고 높다고 나는 생각했다.심각한 파동이고 수습하는 데는 여러가지 곡절이 있었으리라고 생각들을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이것은 판단할 일이고 결심의 문제였다.

    나의 생각이나 판단을 이해하고 수습책을 제시한 이가 당시 김윤환 총무다. 김 총무는 내게 와서 김 대표가 반대하면 개헌은 어차피 불가능한데 이 시점에 내각제를 추진한다면 민자당은 망한다는 것이 김 대표의 확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이것을 대통령에게 충분히 전달했고 대통령도 현실적으로 내각제 추진이 어렵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각제 개헌을 포기하고 당의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대표의 위상(位相)도 강화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대통령에게 수습책으로 건의했다고 말했다.

    김종필 최고위원은 내각제에 대한 집념이 강했고, 박태준 최고위원은 내각제를 바라는 민정계 다수 의사를 대표하고 있는 입장이었다. 그 때 상황에선 최고위원 두 분까지 완전하게 납득시킨다는 것은 어려웠다. 그러나 대통령과 나는 국민이 반대하는 개헌을 할 수도 없고 할 생각을 해서도 안된다는 데 완전한 합의를 했다.

    대통령이 나와 만나기에 앞서 두 분 최고위원을 만나 두 분을 설득하고 나와 회담해 개헌 불가(改憲不可)를 공식 발표한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이다.1990년 10월에 있었던 내각제 개헌 파동은 개헌 논쟁을 종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 전까지 모두들 개헌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이 파동 후에는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