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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이민우 총재


분노한 이민우 총재


    사실 개헌 투쟁을 위해서는 5월 대회는 시기가 좋지 않았다. 봄에 개헌 투쟁을 해야 하는데 전당대회 준비와 겹쳐 비주류 쪽에서 당권 경쟁에라도 나서면 개헌 투쟁이 뒷전에 밀릴 염려도 있기는 했다.

    "연구해 보자."

    이런 정도로 얘기는 끝났다. 그러나 아무래도 가능성은 없었다. 연말이 바로 눈앞에 있고 당내 사정이 둘이 합한다고 될 만큼 단순치가 않았다.그런데 갑자기 이 총재가 "두 사람은 실세고, 나는 허세라고 하지만 나의 총재 임기를 단축하는 것조차 나와는 한마디 의논도 없이 결정하다니 … 김대중 씨는 그럴 수 있다 해도 김영삼 씨가 내게 그럴 수 있느냐." 그러면서,"나는 나의 임기를 더도 덜도 안한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왔다.

    그 무렵 청와대 전용어였던 임기를 더도 덜도 안하겠다는 말을 이 총재가 썼다는 건 상당히 격앙된 감정을 드러낸 것이었다. 누가 다시 그 사연을 전했다.이 총재 말로는 며칠 전에 내게 어떤 당외 사람이 만나자더니 총재 자리를 앞당겨서 김영삼 씨한테 내주라고 권하더라. 그런 얘기라면 김영삼 씨가 직접 상의를 해야지 건달 비슷한 사람을 보내다니 몹시 불쾌해서 당신이 뭔데 그 따위 소리 하고 다니느냐고 면박을 주었다. 그런데 동교동 쪽 사람이 오더니 전당대회를 꼭 앞당기자는 것이 아니라 이 총재가 개헌 돌파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방책을 강구해 달라는 것인데 그런 것이 보이지 않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이 총재의 구상이 있고 계획이 있다면 적극 지원할 생각이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결국 이 총재는 내게 유감 표시를 한 것이었다. 도무지 모를 일이었다. 김대중 씨의 권유를 받고 내가 총재를 맡아 이끌어 가는 것도 방법이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 총재한테 총재를 내가 하겠다, 해야 할지 어떨지를 미처 결정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내가 이 총재한테 사람을 보낼 까닭이 없었고 더욱이 이 총재가 말하는 그 사람은 내가 알기는 해도 그런 일을 맡을 만한 사람도 아니었다. 내가 그런 일을 그런 방식으로 하지 않으리라는 건 이 총재가 알아야 하는데 터무니없는 오해를 하다니 도리어 내가 섭섭했다. '이 분이 총재자리에 연연하는구나' 이런 생각도 들고 조기 전당대회는 김대중 씨 제안이니 불을 끄든 키우든 알아서 하겠지 하고 나는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가만두어서는 안될 일을 뒤늦게 들었다. 10월 말인가 비민추 사람들이 당직 사표를 내고 당이 좀 어수선할 때인데 총재단 회의에서 동교동계의 양순직 씨가 이 사태를 지도부가 책임을 지라고 말하는 순간 이 총재가 갑자기 "전당대회를 하자는 얘기냐. 할 테면 해보자."라고 언성을 높였다는 것이다.양 부총재가 당황해서 "그런 뜻이 아닙니다"라고 해명을 하는데도 이 총재는 "민주화 일념 때문에 수모를 참아왔다. 두 김씨도 반성해야 한다"고 혼잣말처럼 하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