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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미국 나들이


오랜만의 미국 나들이


    나는 김대중 씨나 그 측근들이 재수감을 걱정해서 입당을 보류하자는 것이 아니고 입당이 사면 복권을 하지 않는 구실로 이용될 것을 염려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점에서도 견해가 달랐기 때문에 입당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는데, 이민우 총재의 말로 나는 인정머리 없는 사람처럼 되버렸다. 김대중 씨가 입당을 안하는 것으로 되니까 나 혼자라도 입당하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바로 이때 문제의 역할 분담론이 나오고 나의 입당 문제는 묻히고 말았다.

    두번째 입당 문제가 얘기된 것이 8월이다. 8월 전당대회에서 신민당은 나와 김대중 씨를 상임 고문으로 추대했는데 당직 개편 문제, 학원 안정법 파동 이런 일로 쫓기다가 1주일쯤 뒤에 상임 고문 수락 여부를 논의했다. 나는 그때 미국 초청을 받고 있었는데 떠나기 전에 이 문제를 결정하고 싶었다. 셋이 모인 자리에서 내가 상임 고문을 수락하자고 했는데 의견이 안 맞았다.

    - 당신은 당원될 자격이 있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다. 내게는 사면 복권이 더 급하다.

    - 그럴수록 입당해야 한다. 당신 말대로라면 우리가 어떻게 민추협을 만들었겠나. 정치 규제법을 무시하고 만들지 않았나. 내가 연금에서 풀려나와 선언문이다 민추협이다 해서 다니니까 규제법을 내세워 협박을 했지만 일절 무시해 버렸다. 무시해서 기정 사실로 만들자.

    - 그것도 일리는 있지만 그러면 더욱 사면 복권을 할 수 없다는 구실을 주게 되지 않겠나.

    - 어디 이 사람들이 정당한 이유가 있어서 사면 복권을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안할 작정이면 구실은 얼마든지 만든다. 도리어 그런 것 무시하고 국민에 의해 사면 복권이 된 것이라는 당당한 행동을 하는 것이 도리어 사면 복권 투쟁이 된다고 보는데 …둘이서 이런 말을 주고받고 있는데 이민우 총재가 법의 제약이 있고 여당이 무슨 풍파를 일으킬지 모르니 입당을 보류하는 것이 좋겠다고 나섰다. 2대 1이니 별도리 없이 내가 더 말을 안 해 버렸다.

    8월 29일 미국 방문 전날 나는 김대중 씨를 만났다. "같이 입당하자, 우리가 입당을 안 하고 있으니 마치 감옥 가는 게 두려워서 입당을 안 하고 있는 것처럼 오해를 받고 있다. 전두환 정권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우리들의 신민당 입당 아니냐. 만일 당신이 않겠다면 나라도 혼자 입당하는 것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그랬더니 김대중 씨는 "감옥 가는 것을 두려워해서 내가 입당을 안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국민들이 알 것이다. 입당했다 해가지고 나를 연금해 버리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정기 국회까지 보고 그 후에 결심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단독 입당은 당신 문제고 내가 말릴 생각은 없다" 라고 말했다. 동반 입당은 안하겠고 나 혼자 먼저 입당하는 것도 맘내키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결국 아무런 합의도 못 보고, 그럼 내가 미국 다녀와서 다시 의논하자. 그러고 말았다.

    참으로 오랜만의 미국 나들이였다. 교포들도 반겨주고 미국 조야에서도 특별한 관심을 보여 주었다. 신민당 소속 의원 몇 사람이 나를 수행하고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나는 그때 국회의원도 아니고 신민당원도 아니고 한 사람의 민권 운동가라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