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그 이유부터 얘기를 하겠다. 개헌이라는 것이 국회에서도 안되고 이민우 총재가 어쩌다 청와대에 들어가는 기회가 생기면 그때 전 대통령에게 얘기해 봐도 소용이 없고 방법은 국민 여론을 동원하는 것뿐이었다. 국민 여론을 동원하자면 집회를 하고 선전을 하고 운동을 하고 그야말로 신민당이 원내외를 통한 전면 투쟁을 하는 것뿐이었다. 이 운동은 나나 김대중 씨가 앞장을 서야 효과가 높다. 그런데 나도 김대중 씨도 신민당 당원이 아니다. 당원이 아닌 상태에서 신민당 개헌 투쟁의 중심에 나설 수가 없다. 뒤에서 돕는 거야 당원 아니라도 할 수 있지만 집회에 직접 나서고 데모도 하자면 신민당원이 아니고는 안된다. 내가 당원이 되겠다는 것은 단지 이것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홉 달이 걸렸다. 처음 입당 문제는 개헌 투쟁 때문이 아니고 좀 다른 문제로 얘기가 나왔는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져서 입당에 그토록 말이 많았나, 하면서도 그 일은 그때나 지금이나 나쁜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처음 입당 문제가 나온 것은 당 밖에서 두 사람이 감놓아라 배놓아라 한다는 말썽 때문이었다. 사면 복권이니 국회 대책이니 학원 문제, 재야 문제 해서 끊임없이 문제가 생기고 신민당의 대책에 대해 나와 김대중 또는 이민우 총재가 함께 셋이서 회의를 했는데 이걸 우리 두 사람의 신민당에 대한 간섭이라고 했다. 당내 비민추계라는 사람들이 더 극성스레 비난을 했다.
이렇게 되니까 당 간부들이 우리 둘 다 신민당에 입당을 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그런데 우리가 결정도 하기 전에 정부가 먼저 협박을 하고 나섰다. 당원 자격이 없는 김대중 씨가 신민당에 입당하면 그것은 위법이다. 형집행 정지자의 위법은 재수감의 사유가 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나는 정부의 이런 태도가 도리어 김대중 씨에게 입당을 결심하게 하지 않나 생각했다. 김대중 씨는 민추협 공동의장이었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민추협은 비합법 단체고, 신민당은 합법 정당이다. 그들 말대로라면 형집행정지자의 경우 비합법 단체의 의장을 맡아 있는 것보다 합법 정당의 당원 되는 것이 더 위법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런 형식은 제쳐놓고라도 김대중 씨는 민추협 의장으로서 정치 활동을 하고 있었고 신민당의 당 고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재수감 사유는 이미 발생해 있는 셈인데 당원이 되면 재수감 사유가 된다니 이건 협박이고 협박에 굴복할 수 없으니 입당을 하게 되는 것 아닌가 생각한 것이다.
신민당 확대 간부회의에서도 우리 둘이 함께 입당해 신민당을 지도해 달라고 결의를 했다. 그런데 김대중 씨와 그 측근들은 판단이 달랐던 것같다. 별도로 회의를 가진 뒤 신민당은 입당 권고를 일단 보류하고 김대중 씨의 사면 복권에 당의 힘을 집중해라, 이렇게 결의를 했다.김대중 씨도 입당을 주저했다. 뜻밖에 이민우 총재까지도 김대중 씨의 신상에 불행한 사태가 올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라고 권유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