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신민당을 일컬어 만년야당(萬年野黨)이라고 하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그런데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 여당 사람들이었다. 물론 야당인사들이 자조섞인 목소리로 곧잘 하기도 했지만 정색하고 하는 사람들이 정부나 여당쪽 사람들이 아니었나 싶다. 만년야당이 되고 싶어하는 정당이 이 세상에 어디에 있겠는가 말이다. 정당이라면 무릇 집권을 지향한다. 그리고 신민당의 뿌리라 할 민주당은 민의의 심판을 받아 집권을 했던 것이다. 민의에 의해 집권한 민주당을 몰아낸 것이 누구이며, 야당의 길로 내몬 것이 누구인가. 그리고나서 삼선개헌(三選改憲), 유신정변(維新政變)들을 통해 영구집권을 획책한 사람들이, 감히 만년야당을 하는 사람들을 힐난할 수 있는가 말이다. 야당이 될 것이 두려워 유신정변을 일으켜, 영구집권을 획책한 사람들이 억지로 만년야당을 만들어놓고, 그것을 오히려 조롱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비판받아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조롱을 받아야 할 사람이 있다면, 거꾸로 만년여당을 하면서 양심을 팔아 권력에 붙어먹는 사람들일 것이다.
얘기가 다소 빗나갔지만, 신민당은 해방 후 반독재 민주구국운동의 정통성을 잇고 있다. 이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유린되는 인권과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붙잡아 일으키고자 국민과 더불어 가시밭길을 걸어온 것이 바로 신민당의 뿌리였고, 신민당이었던 것이다. 진정코 민주주의를 지켜왔던 정치세력이 조국의 민주화를 주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며, 또한 역사의 순리인 것이다.
신민당의 집권이 역사의 순리라는 데는 몇 가지 더 부연해야 할 것들이 있다. 신민당은 고여 있는 물처럼 정지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상황에 따라 자기쇄신과 개편의 유연성을 보이려고 했고, 또 그것은 역사적 요청이기도 했다. 신민당의 집권이 역사의 순리라고 하는 말은 이러한 신민당의 자기쇄신을 전제로 한 것임은 물론이다. 쇄신된 신민당은 특정 시점에서의 신민당이 아니라 새로이 탄생된 신민당이어야 했을 것이다. 나는 새로이 탄생되는 신민당을 전제로, 그와 같은 얘기를 했던 것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당시 드러나 있는 그대로의 신민당이 집권하는 것이 역사의 순리라고 내가 말한 것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신민당이 걸어온 역정(歷程) 가운데 억압의 체제인 유신에 들러리나 서고 타협을 했다는 등 신민당으로서는 아픈 기억들을 들추어 내려고 했을지 모른다. 나는 야당, 특히 신민당의 전체의 역정이 결코 내놓고 떳떳하다고 말할 만큼 후안(厚顔)은 아니다. 어떤 장(章)은 신민당의 역사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것도 있다는 것을 나는 솔직히 시인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신민당은 쇄신되어야 하고, 보다 많은 민주인사의 참여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당시 전체 민주역량을 한데 묶어 하나의 민주적 정치집단을 형성하거나, 또는 신민당을 주축으로 하여 결집하거나간에 그것이 민주적 정통을 계승하는 것으로 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었다. 민주역량의 통합과 단결이 그때만큼 절실히 요청된 적도 없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여 나는 신민당의 집권이 역사의 순리라고 말했던 것인데, 만약 나의 말이 나의 충정대로 표현되어 전달되지 않았다면 그것은 오로지 나의 부덕한 소치(所致)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