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헌법에 의하면 대통령은 발의권자이고, 또 발의권이 있는 과반수 이상의 절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집권당의 총재이다. 자신의 결단으로 개헌을 발의할 수도 있고, 자신이 총재로 있는 집권당을 통해서 발의하게 할 수도 있다. 말하자면 개헌에 대한 발의권을 양쪽으로 쥐고 있는 셈이다. 또한 현행 제도 아래서는 대통령의 결단 없이 여.야가 개헌에 합의할 수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국민은 물론 내외로부터 비상한 관심이 쏠려 있는 개헌문제에 있어 보다 분명한 입장표명과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개헌이 갖는 의미의 중대성에 비추어서 더욱 그렇다.
나는 하루라도 빨리 정부.여당이 보다 확고하고도 분명한 태도를, 국민이면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게 확실하게 표시해 주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개헌논의를 보다 진지하게, 보다 한 걸음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개헌의 시기문제가 이렇게 다소는 엉거주춤한 가운데 개헌의 내용과 방향은 어느 만큼 그 논의가 진척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논의는 아직 여.야 양쪽 모두가 최대의 쟁점을 제시하고 있는 통치구조 및 통치권자의 선출 방법의 문제 주변을 맴돌고 있는 느낌이다. 집권여당은 어떠한 안을 최종 안으로 할지 모르겠으나 신민당은 2.12총선 당시의 공약인 대통령 직선제 안을 내놓고 있다. 통치구조는 대통령 중심제요, 대통령의 선출방법은 국민이 직접 선거하는 제도인 것이다. 대통령 직선제 안은 80년 우리가 모처럼 맞이했던 '민주화의 봄'때 이미 국민적 합의로 되었던 것이다. 또한 유신정변이라는 사실상의 헌정 중단상태가 빚어지기까지의 헌법, 즉 제3공화국의 헌법체제가 대통령 직선제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대통령 직선제에 대한 국민의 선호는 유신정변 이래 빼앗겼던 국민의 정부 선택권, 즉 내 손으로 우리의 지도자를 뽑아보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우리의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아보지 못했다. 대통령 선거는 국민이 나라의 주권자임을 확인하는 행사로서가 아니라 단지 남의 일을 구경하는 것처럼 나와는 무관하게 생각되었고, 실제로 그것은 체육관 같은 데서 치러졌다.
정부 선택권을 빼앗겼던 데 대한 반사심리가 내 손으로 내 한 표의 주권 행사를 직접 하고 싶은 욕망으로 연결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