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또 다른 의미로서 이야기한다면, 보복 없이 민주화에 이른다는 얘기이다. 보복 없는 정치를 구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합의에 의한 개헌은 그러므로 보복 없는 정치에의 전제요 담보인 것이다. 이는 실로 역사의 신기원을 창출해내는 일인 것이다. 그러므로 평화적 개헌의 합의는 우리 모두의 새 나라를 우리 손으로 새롭게 가꾸고 키워나가는 첫걸음이요, 보복 없는 정치의 시작을 알리는 화해의 메시지가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현 단계에 있어서 개헌의 의미는 나라와 국민에게 있어 다같이 크고 소중한 것이다. 그것은 크게 보면 나라의 민주화의 일환이면서 동시에 그 핵심이다. 이처럼 크고 소중한 개헌의 의미에 진정으로 동의한다면, 개헌 시기에 대한 합의가 궁색하게 유예되거나 흥정될 것이 아니라 결단으로서 선언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그래야만 개헌내용에 대한 국민의 의사표시가 보장된 가운데 국민의 참여와 토론을 거쳐 민주화의 실체로서의 개헌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찾아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개헌에의 동의는 곧 민주화에 대한 동의인 만큼 민주화가 지체 없이 착착 진행돼야 한다고 믿는다. 먼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정치적 이유와 관련한 투옥사태가 즉각 중지되어야 하며, 일찍이 그 유례를 볼 수 없을 만큼 많이 갇혀 있는 정치범이 석방되어 민주화의 큰 길에 함께 합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유신시대 이래 정치적 이유로 법의 제한에 묶여 있는 사람들은 마땅히 사면 복권되어야 한다.
또한 국회에서는 이른바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양산된 반민주적 반인권적 법령의 개폐를 비롯, 민주화로의 역사적 이행을 위한 제반문제가 활발하게 토론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론에 대한 통제와 간섭이 철폐되어 자유언론이 보장되어야 한다. 민주화와 개헌에의 흔쾌한 합의는 이 나라에서 전제적 억압이 사라지고 위대한 민주주의 시대를 알리는 새벽 종소리가 되어야 한다. 그것은 오랜 억압에 찌들어 있는 우리 국민에게는 더할 수 없는 반가운 소리요, 모처럼 흥겨운 축제인 것이다.
성급한지는 모르나 나는 개헌의 의미와 민주화, 개헌으로 가는 길의 모습을 내 나름대로 그려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마땅히 우리 모두가 함께 가야 할 길이며, 또한 마침내 갈 수 있는 길이라고 나는 마지막까지 믿고자 한다. 이러한 도정의 한 가운데서 우리의 개헌논의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2.12 총선 이후 신민당과 민주진영의 개헌주장에 대하여 정부.여당은 당초에는 상당히 오랫동안 호헌론을 피더니, 금년 2월 12일 신민당의 개헌서명운동 시작 이후에는 현행 헌법에 의해 차기 대통령을 뽑은 후 89년에나 가서 개헌을 하자고(개헌용의 표명인지, 개헌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인지 여권 내부에서도 명확치 않았지만) 했다가 최근에는 89년에 개헌하자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지만, 여야가 국회에서 합의한다면 임기내 개헌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개헌에 대한 입장이 대충 정리되어 있다. 언뜻 보면 개헌에 대한 입장이 발전적인 방향으로 진행되어온 것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