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사태 후 민주세력은 '민주화'라는 말로 앞으로 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였다. 그 말은 물론 민주제도로의 개헌 뿐만 아니라 유신잔재의 청산까지를 함축하고 있었다. 즉 새롭게 나라를 민주적으로 건설하자는 뜻이 담겨져 있었다. 그러나 민주화의 전망은 안개정국 속에 삼켜져 버렸고, 5.17계엄 확대조치와 광주사태를 거쳐 완전한 암흑상태로 차단되었다. 그리고 이내 계엄 하에서 이른바 '위인설법식'의 현행 헌법이 제정되고 현 정권이 출범하게 되었다.
그 헌법의 내용이라는 것도 5.17이전의 국민적 합의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 직선제가 외면되고 대통령의 임기가 어제는 5년, 오늘은 6년, 내일은 7년 하는 식으로 바뀌어져 갔으며, 3권분립의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고, 국민의 기본적 권리에 대한 제한의 철폐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즉 현행 헌법은 민주화를 역행하고 국민적 합의를 외면하여 만들어졌으며, 제정과정과 그 내용이 또한 반민주적이며, 그 체질이나 성격이 유신헌법에 방불하거나 그 모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오늘의 체제와 현실을 유신체제의 확대와 연장 또는 그 심화라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은 유신체제 붕괴이래 갈망해 왔던 그 '민주화'를 지금도 목타게 기다리고 있다. 여전히 민주화된 나라를 건설하고자 하는 것이다. 5년의 단절을 뛰어넘어 그 염원은 더욱 간절한 것이다. 그 1차적 과제가 개헌일 수밖에 없는데, 그것은 민주화된 새나라 건설, 곧 새로운 건국을 위한 제헌적(制憲的) 성격의 개헌 요구인 것이다. 이러한 개헌운동의 성격을 똑바로 알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개헌논의는 평면적인 개헌, 호헌의 논쟁이 아니며 그 차원을 뛰어넘는 구국, 새로운 출발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