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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으로 해결해야 될 과제


공동으로 해결해야 될 과제


    대체로 이상에서 지적한 것이 2.12총선에서 제시된 민의를 수렴, 완결하지 못한 채 86년으로 이월된 가장 중요한 현안문제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86년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것을 그 숙제로 안고 있다. 이러한 내재적인 문제 외에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문제, 남북대화문제, 최근 급격히 대두되고 있는 미국의 한국상품에 대한 수입규제와 전 산업에 걸친 수입개방압력 등 우리 앞에 시급하고도 절실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민족의식과 애국적 바탕에 입각해 온 민족, 온 국민의 지혜와 창의를 모아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 국민의 생존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는 미국 측의 한국상품에 대한 수입규제와 미국상품과 산업에 대한 개방압력은 국민의 단결되고도 독단적으로 대응 또는 결정할 사항이 아닌 것이다. 최근 미국 측이 요구하는 일련의 경제적 공세는 한.미 양국간의 혈맹적 우의에 앞서 비정한 국가적 이익만이 추구되고 있는 양상을 보여 주고 있다.

    미국의 경제압력은 세 가지 형태의 것이다. 우선 보호장벽을 치고 있는 섬유류, 신발, 전자제품, 앨범 등에 대한 수입규제는 한국의 경공업분야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것으로, 이미 비교우위를 상실한 미국산업의 개별자본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치이다. 두번째는 보험,증권,은행업무,지적소유권 등 자본산업부문의 개방에 대한 요구이다. 이는 한국경제의 대외의존성을 심화시킬 것을 충분히 예상케 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농축산품에 대한 수입개방 압력이다. 이는 경제개발과정에서 거의 황폐화되다시피 하여, 이미 50% 이하로 떨어진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을 더욱 떨어뜨려, 농업경제와 농민의 삶을 재기불능의 상태로 밀어 넣는 결과로 될 위험이 있다.

    이에 우리가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미 양국간의 우의(友誼)가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리고 민족의 존엄과 자존심을 확인하는 입장에서 진지하게 국민 내부에서 그 대응책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한 정권의 특수한 입장과 즉흥적 판단에 따라 대응된다면, 그것은 이 나라와 국민에게 있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응은 철저히 공개적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국익과 직결된 문제는 더불어 함께 국민적 논의를 거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한.미 양국간의 우의에 위험이 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진정한 우의를 확인하고 발전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진정한 우의는 서로의 처지와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바탕 위에서 공동선을 찾아나가는 데서만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번 나의 미국방문 때 나는 한.미 양국간의 진정한 우호관계를 위한 한국민의 입장을 전달하고자 노력하였다. 나는 나라의 권익과 관계된 문제에 있어서만은 한국 정부와의 협력과 연대를 바라마지 않았지만, 그와 같은 공동보조는 단순히 나의 희망으로 끝나고 말았음을 안타까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는 변화하고 있는데, 그 한가운데서 정권적 차원의 폐쇄성은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크고 작은 지역분쟁에서 그 영향력이 감소되거나, 월남과 앙골라 등지에서는 패퇴(敗退)를 자인하지 않을 수 없는 수모를 겪어오면서, 이미 들어선 정권과의 밀착이 지니는 위험성을 자각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미국은 정당차원에서도 현지 지역사정에 대한 보다 진지한 접근태도를 보이기 시작하였는데, 한국문제에 대한 관심도 단순한 정치적 제스처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나는 우리나라 신민당과 미국 민주당과의 교류를 합의하였는데, 이는 한국 야당의 국지성을 지양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이제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폐쇄성과 자기한계를 뛰어넘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열려진 창구와 시선을 가지고 세계사의 한가운데로 자신을 전진시켜야 할 때인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지만 한국문제는 우리 자신이 당사자이고 그 주체가 되어야 한다. 우리 자신의 문제를 남이 왈가왈부하는 것을 지켜본다는 것은 하나의 괴로움이요, 민족적 자존심에 상해가 된다. 내가 일본 사회당과 신민당의 교류를 주선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마땅한 일인데도 남이 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거나 그것을 훼방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오히려 정보의 교환, 협력을 통한 공동대응 등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선의의 충고, 민족적 이익에 합당한 제언은 크게 도움이 되고 또 환영하는 바이다. 나는 한 나라 제1야당의 독자적인 정당외교를 반대하는 것이 누구에게 이익이 되며, 또 누가 모멸을 받게 되는 처사가 될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볼 일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