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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민의 평화를 향한 처절한 굶주림


한국민의 평화를 향한 처절한 굶주림


    나는 오늘 한국 국민이 처하고 있는 평화에 대한 위협의 실상과 그 구조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한국 국민은 역사적으로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그 누구보다도 평화를 소망하고 있으면서도 가장 처절하게 평화에 굶주리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한국의 국토는 분단되고 민족은 분열되었습니다. 이러한 분열과 분단은 한국 국민의 무능이나 자기분열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제2차 세계대전 후의 국제질서 재편성 과정에서의 미.소(美蘇) 강대국의 분할 정책의 소산입니다. 이로부터 한국은 6.25 한국전쟁이라는 민족 내부의 동족상잔을 겪어야 했습니다.     한반도 22만킬로미터 좁은 땅덩어리 위에는 200만명에 가까운 중무장한 병력과 핵병기까지를 포함하는 현대적인 화기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의 휴전선 지역은 이스라엘-시리아 국경, 중-소국경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화력과 병력이 집결되어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합니다.이렇게 한반도는 자신을 파괴하고 남을 만큼의 화약이 장전된 하나의 터널로 전쟁의 검은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것입니다.냉전시대의 산물로서의 동서(東西) 양 이데올로기가 남과 북을 사이에 두고 첨예하게 대치되어 있습니다. 민족적 차원에서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분열과 적대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한반도에 있어서의 평화의 위협은 민족적인 문제이면서 동시에 세계의 문제인 것입니다. 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이며, 또한 여러분의 문제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적 측면 외에도, 한반도 평화에 더욱 위협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은 남과 북에 각기 비이성적이며 반민주적인 통치권력이 주민을 통치, 억압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들 독재권력 집단은 각각 분단에서 획득한 기득권-정치권력을 강화하고 영구화하기 위하여 분단과 대치상태를 주민억압의 명분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10.26사태로 권좌에서 끌어내려졌음 물론 생명을 잃은 박정희(朴正熙)씨는 "남북 대치상태 하에서 국민의 자유와 기본적 인권은 유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여 왔습니다. 이것은 독재권력이 널리 원용하던 철권통치의 논리였던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북한에서도 통치권력집단은 남북대치상태를 이용하여 그들 독재 권력을 강화, 영구화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김일성(金日成)에 이은 그 아들 김정일(金正日) 세습체제가 공공연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입니다.어떻게 보면 남북 독재권력집단은 상대방 독재권력집단의 존재를 서로 이용하여 자신들의 독재권력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이들 독재권력들은 자신의 독재권력 유지를 위한 상호 이용관계에 있는 것입니다. 만약 한국에 일찍부터 민주주의 정부가 수립되어 민주주의적 제도와 국민의 활력과 창의가 상당한 수준으로 발양될 수 있었다면 북한에서 김일성-김정일 세습체제는 결코 이루어지거나 공개적으로 거론되지는 못하였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더욱이 이들 독재권력들은 자기 권력의 강화와 영구화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모험이나 비이성적인 판단도 서슴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의 그나마의 평화도 불확실성 속에 있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남한에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북한에 있어서는 공산집단의 모험이나 분별없는 판단을 억제할 외적 및 내재적 힘이 없다는 데서 한반도의 전쟁 억지력은 언제 깨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