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현상적 측면 외에도, 한반도 평화에 더욱 위협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은 남과 북에 각기 비이성적이며 반민주적인 통치권력이 주민을 통치, 억압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들 독재권력 집단은 각각 분단에서 획득한 기득권-정치권력을 강화하고 영구화하기 위하여 분단과 대치상태를 주민억압의 명분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10.26사태로 권좌에서 끌어내려졌음 물론 생명을 잃은 박정희(朴正熙)씨는 "남북 대치상태 하에서 국민의 자유와 기본적 인권은 유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여 왔습니다. 이것은 독재권력이 널리 원용하던 철권통치의 논리였던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북한에서도 통치권력집단은 남북대치상태를 이용하여 그들 독재 권력을 강화, 영구화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김일성(金日成)에 이은 그 아들 김정일(金正日) 세습체제가 공공연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입니다.어떻게 보면 남북 독재권력집단은 상대방 독재권력집단의 존재를 서로 이용하여 자신들의 독재권력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이들 독재권력들은 자신의 독재권력 유지를 위한 상호 이용관계에 있는 것입니다. 만약 한국에 일찍부터 민주주의 정부가 수립되어 민주주의적 제도와 국민의 활력과 창의가 상당한 수준으로 발양될 수 있었다면 북한에서 김일성-김정일 세습체제는 결코 이루어지거나 공개적으로 거론되지는 못하였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합니다.
더욱이 이들 독재권력들은 자기 권력의 강화와 영구화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모험이나 비이성적인 판단도 서슴지 않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반도의 그나마의 평화도 불확실성 속에 있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남한에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북한에 있어서는 공산집단의 모험이나 분별없는 판단을 억제할 외적 및 내재적 힘이 없다는 데서 한반도의 전쟁 억지력은 언제 깨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