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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을 믿고 승산을 확신


민심을 믿고 승산을 확신


    정치인에게는 현실 인식과 결단 그리고 추진력이 필요하다. 유신 체제와 싸워야 하지만 언제 어떤 방법으로 싸우느냐는 전술적인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1974년 당 총재 경선에 나서는 문제가 그랬다. 가까운 동지들과 의논했더니 의견이 분분했다. 박 정권이 기를 쓰고 방해를 할 것이고 누군가를 선택해서 밀 것이니 그것이 걱정이라는 것이었다. 사실 당의 형편이 말이 아니었다. 1971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이래, 4년간 우리 야당은 내부 파쟁만 되풀이했다. 정권 교체의 길은 막히고, 당은 산산조각이고, 박 정권이 두렵고 그래서 풀이 죽고 기가 꺾인 무기력한 야당이 되어 있었다. 파벌은 왜 그리 많은지 중진들은 저마다 파벌을 가지고 있었고, 또 모두 당 총재 경쟁에 나서겠다고 했다.

    당의 희망을 회복하도록 할 능력이 내게 있는가. 박 정권의 방해를 이겨낼 수 있는가. 당권 경쟁은 혼전이 될 것인데 총재가 되고 당을 통합해 유신 정권과 싸울 수 있을 것인가. 동지들 말대로 앞이 캄캄한 조건만 수북했다.그러나 나는 내가 나설 때라고 판단했다. 내가 믿는 것은 민심이다. 나는 승산이 있다고 믿었다. 국민들은 유신 헌법이 잘못된 헌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좀 더 강한 야당이 나와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바라고 있다고 나는 판단했다. 나는 민심이 우리 당 대의원들을 분발하게 할 것이라고 믿었다.

    나는 성명을 통해 당 총재 후보로 나서는 나의 입장을 밝혔다.

    "국민이 정권을 선택하는 평화적 정권 교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신민당에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다. 나는 이같은 사명을 깊이 인식하고 내 스스로 십자가를 짊어질 비장한 결심으로 총재 경선에 나선다. 나는 당수가 되기 위해서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 회복을 위한 힘을 얻기 위해 당수가 되려고 한다."

    총재 후보 선언문 속에 있는 이 구절은 당시 나의 기본 입장이고 진심이었다.예상했던 대로 당국은 야당의 전당대회에 개입했다. 그들은 특정인을 직접적으로 도왔고 내게 대해서는 드러내놓고 방해했다. 전에도 정보 공작 정치가 있었지만 유신 권력은 전보다 훨씬 노골적이고 공공연하게 개입했다.그때는 짐작만 했고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처음엔 고흥문 씨를 당 총재로 지목했다는 것이다. 후일 고씨는 그때의 일을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와서 대통령께서 내가 총재가 되도록 돕겠다기에 사양했다. 총재가 된 뒤에 협조할 것은 하겠지만 총재가 되는 것부터 도움을 받을 수는 없다. 그랬더니 도움을 거절한 것으로 알겠다. 그리고 도움을 거절했으면 총재 선거에 나가지 않는 것이 좋다. 당신은 총재로 당선될 수 없다." 그러더라는 것이다.

    사실 그때 유신 정권은 야당 총재도 자기에 맞는 사람을 밀어올릴 힘이 있다고 자만하고 있었고 실제로 대단한 영향력도 있었다.나는 유신 권력이 대회에 개입하리라는 것도 예상해 사전에 이에 대한 경고도 했다. 타락한 매수 작품이나 불순한 권력의 작용이 있다 해도 당수를 선택하는 최소한의 권리는 지켜야 한다. 자유는 싸우는 자의 것이며, 승리는 용기 있는 자의 것임을 우리 함께 명심하자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