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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지배와 폭력의 지배 - 7


법의 지배와 폭력의 지배 - 7


    민주국가의 법은 우선 먼저 그 제정과정이 민주적이지 아니하면 안된다. 민주국가에서 입법권을 3권 중에서도 제일 우위에 두는 것도 그 때문이다. 삼권(三權)이라고 하면, 입법, 사법, 행정이라는 순서로 표현하거나 기록하는 것은 전혀 우연이 아니다. 법을 제정하는 것이 그만큼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것이라는 공통된 확인일 것이다. 민주국가에서의 법은,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통하여 선출된 국민의 대표가, 자유로운 토론과 축조심의(逐條審議)를 거쳐 민주적 방식으로 제정하여야 하는 것이다. 유신체제 기간 중, 법률안의 제안이 주로 정부에 의하여 이루어졌고, 유신정변 당시는 비상각의에서 그토록 많은 법을 제정 또는 개정하였는데, 법률제정(개정 포함) 기록에 있어서 가히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것이다. 따라서 법 제정 과정에 있어서의 민주적인 절차와 방법, 그리고 민주적인 기구에서 만들어졌느냐 하는 것이 그 법의 정당성에 있어, 커다란 역할을 하게 된다. 설혹 형식상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통과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당당한 토론을 거쳐 통과되었느냐 아니면 날치기나 변칙에 의해 통과되었느냐 하는 것이 문제로 된다. 날치기 또는 변칙으로 통과된 법률안은 필경 민주국가의 법으로서는 떳떳치 못한 것임은 물론이다.

    또, 나라의 통치구조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규정한 헌법은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상위법(上位法)이다. 따라서 그 이후에 제정되는 모든 법률안(案)도 헌법상의 규정에 근거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흔히 헌법상의 명문규정(明文規定)과는 정반대로 하위법인 각종 법률이 제정되고 있는 경우를 우리는 보게 된다. 이 경우 마땅히 법률안에 대한 위헌판결(違憲判決)이 나와야 하는데, 나는 과문(寡聞)한 탓인지는 몰라도, 위헌청구심사가 있는 것을 보지 못했고, 또 그 신청에 대하여 위헌판결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20여년 동안 들어보지 못했다. 이것은 '그게 그런 것이 아니냐'하는 체념과 '해보면 무엇하느냐. 결과는 뻔한데…' 하는 자포자기의 결과일 것이다. 더욱 한심한 일은, 법률의 하위체계인 명령이(대통령령, 국무원령) 모법(母法)의 규정을 위반하고 있기가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하여 가장 힘이 있는 것이 명령이요, 그 다음이 법률이요, 제일 힘이 없이 앙상한 형해(形骸)만 지탱하고 있는 것이 헌법일 경우가 있다. 법체계가 이렇게 되고서는 민주주의를 말할 수가 없고, 당국으로서는 법을 지키라는 말을 할 자격을 스스로 잃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