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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지배와 폭력의 지배 - 2


법의 지배와 폭력의 지배 - 2


    국민이 정치가 있음만 알고 실제의 정치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정치(太上下知有之), 가장 적게 다스리는 정치가 가장 바람직한 정치라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학생들에게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정치의 영향과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는 사실상 통치라는 것이 옳은 것이다. 학생들은 통치권력에 의해 걸핏하면 동원(動員)되고 어른들은 일상생활에서 통치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다. 최근에는 임금(賃金)의 인상도 15%선 이내에서 해야 된다는 것이 정책(政策)이라는 이름으로 제시되고 있다. 임금이 통치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어떠한 사람은 이와 같은 정치의 절대적 영향과 개입을 일컬어 정치공해(政治公害)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 가정의 생존과 가계(家計)를 좌우하는 임금(賃金)이 통치의 영향하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정치, 곧 통치구조와 통치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가지지 않을 수 없고, 결국은 자신은 나라의 주권자(主權者)가 아니라, 한갖 통치의 대상이라는 자신의 입장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주권자인 국민이 통치의 대상으로 전락(轉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그리고 국민주권에 의해 수임(受任)을 맡은 통치권력이 자신의 권력유지와 그 강화를 위하여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 삼아 부려먹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일정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자연법(自然法)의 논리를 원용하지 않더라도, 민주정치는 곧 법의 정치라는 말이 입증하듯이 법에 의한 통치가 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옛 성인(聖人)이 '악법도 법'이라고 한 말은, 악법에의 절대적 준수(遵守)를 강조한 것이 아니라, 법을 지킴으로써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신념에서 나온 말이라고 나는 해석한다. 따라서 법에 대한 신뢰를 기초로 하여 나온 말인 것이다. 오늘날에는 하도 많은 법이 생겨나, 그 법을 다 준수하다보면 법의 규정에 묶이어 한발자욱도 행보(行步)를 하기가 어려울 터이고, 한마디의 말을 하기에도 법을 연상(聯想)해야 될 지경에 이르렀지만, 옛날에는 법이라는 것이 통치자의 말이라는 형태로 있었고, 그 이전에는 그저 불문율(不文律)로서 몇 개만이 있었을 뿐이다. 우리나라 고조선시대(古朝鮮時代)는 육조(六條)의 금법(禁法)만으로도 충분히 나라를 다스릴 수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법은 정의에 기초되는 것으로 자연법 이론에 의해 강조되어 왔고, 정의에 입각한 법이라야 타당성과 실효성이 있으며, 모든 실정법의 근원이 정의에 있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법을 지키라는 말은 국민의 소리여야지 통치자의 소리일 수는 없다는 것이 법의 발전과정에서 확인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