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자인 국민이 통치의 대상으로 전락(轉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그리고 국민주권에 의해 수임(受任)을 맡은 통치권력이 자신의 권력유지와 그 강화를 위하여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 삼아 부려먹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일정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자연법(自然法)의 논리를 원용하지 않더라도, 민주정치는 곧 법의 정치라는 말이 입증하듯이 법에 의한 통치가 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옛 성인(聖人)이 '악법도 법'이라고 한 말은, 악법에의 절대적 준수(遵守)를 강조한 것이 아니라, 법을 지킴으로써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신념에서 나온 말이라고 나는 해석한다. 따라서 법에 대한 신뢰를 기초로 하여 나온 말인 것이다. 오늘날에는 하도 많은 법이 생겨나, 그 법을 다 준수하다보면 법의 규정에 묶이어 한발자욱도 행보(行步)를 하기가 어려울 터이고, 한마디의 말을 하기에도 법을 연상(聯想)해야 될 지경에 이르렀지만, 옛날에는 법이라는 것이 통치자의 말이라는 형태로 있었고, 그 이전에는 그저 불문율(不文律)로서 몇 개만이 있었을 뿐이다. 우리나라 고조선시대(古朝鮮時代)는 육조(六條)의 금법(禁法)만으로도 충분히 나라를 다스릴 수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법은 정의에 기초되는 것으로 자연법 이론에 의해 강조되어 왔고, 정의에 입각한 법이라야 타당성과 실효성이 있으며, 모든 실정법의 근원이 정의에 있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법을 지키라는 말은 국민의 소리여야지 통치자의 소리일 수는 없다는 것이 법의 발전과정에서 확인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