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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무관심에 대하여 - 5


정치적 무관심에 대하여 - 5


    민중의 입장에서 볼 때, 정치적 무관심이 빚어내는 해독(害毒)은 엄청나게 크다. 그리고 그 정치적 무관심의 결과로 하여 현실적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은 바로 민중 자신인 것이다. 그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통치권력의 절대화와 영구화를 획책케 하는 것으로 되며, 그 결과 그 권력으로부터 탄압과 기본적 인권의 유린을 당하는 것 또한 민중 자신이라는 점을 깨닫지 않으면 안된다. 만약 우리 민중이 항상 정치적 관심을 가지고 깨어있는 모습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고자 했다면, 정치권력의 이런 횡포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며, 지금쯤 우리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민중의 주체적 힘으로 정상궤도(正常軌道)에 올려놓았을 것이다. 예컨대, 우리가 1961년 모처럼 출발한 제2공화국을 우리가 이룩한 민주주의로서 한사코 지킬 결의와 태세가 있었다면, 5.16 군사쿠데타는 결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며, 군(軍)의 정치개입은 민중과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이 땅에서 저지되었을 것이다.

    나는 정치인의 책임을 민중에게 전가하고자 하는 뜻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 역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역사의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또 민중이 나에게 어떠한 책임추궁을 한다 해도 나는 그것을 달게 받을 용의가 있다. 나는 나 스스로가 한 사람 민중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같은 입장과 시각에서 말하고자 할뿐이다. 내가 민중의 입장에 서서, 앞으로 전개되어져야 할 민중의 시대에 대하여 말한다면, 앞으로 도래할 민중시대는 민중의 자기실현운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민중의 권익과 민주주의는 누구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또 누가 베풀어주는 것이 아니다. 권력은 자기옹호와 자기권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민중의 자기실현은 오직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권력이 부르짖는 이념의 제시는 한갖 구호이거나 아니면 선전용 기만행위라는 사실을 깨닫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권력이 내세우는 모든 데마고그의 허구성(虛構性)을 확인하는 것이야말로, 민중이 자기실현을 하고자 함에 있어 제1차적인 요건이 된다.

    현실에 안주하려는 태도, 정치적 관심이 마침내는 나와 내 주변을 파괴할 것이라는 패배주의로부터 과감히 탈출해야 한다. 우리는 현실안주와 정치적 무관심의 악순환이 낳은 가장 위험한 고빗길 위에 지금 서있는 것이다. 성경에도 깨어있으라는 말이 있지만, 깨어있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민중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책무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