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개입하고 있는 전쟁의 경우, 그 지역에서 전선(戰線)이 형성됨은 물론, 미국 내에 새로운 여론전선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월남전을 예로 든다면, 월남의 정글에서 전선 없는 전선이 형성되었음은 물론, 워싱톤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여론전선이 형성되고, 유엔이 있는 뉴욕을 중심으로 한 세계여론의 전선이 또한 형성되는 것이다. 한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은 그러므로 동시에 세 개의 전선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월남 내부에서 전쟁의 승패도 중요한 것이지만, 이러한 여론전쟁의 승패의 귀추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월남전은 여실히 보여주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월남전과 관련하여서는 미국의 반전운동이 격렬하게 전개된 바 있었다. 반전운동이 물론 평화를 지향하는 운동임에 틀림이 없는 인도적인 사상에 바탕을 둔 것이기는 하다. 그러나 만약 월남전쟁이 미국의 그리고 미국 국민의 입장에서 꼭 지키고 싸움을 통해서라도 마침내 수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면 반전운동은 설득력이 없었을 것이다. 반전운동의 이면에는 이미 지켜야 될 명분도 가치도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었던 것이다. 월남을 지원하는 것이 도덕적으로나 미국의 국익으로 보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직 미국 젊은이의 피와 그리고 미국 국민의 재산만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내정의 파탄으로 국민의 철저한 불신 위에 베트콩의 공세와 월맹의 침략과 대치하고 있는 월남을 지탱하는 것은 오직 미국의 경제적, 군사적 원조와 지원에 의한 것이었는데 미국내 여론이 월남을 버리는 쪽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었던 것이다. 월남의 정글이라는 전장(戰場)에서의 패배 이전에 이미 미국내 여론전쟁에서 패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와 아울러 국제 무대에서 그 영향력이 강대해진 제3세계 국가를 중심으로 한 세계여론도 월남에게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내 여론, 그리고 세계여론에서의 패퇴가 바로 월남패망을 초래케 한 것이다. 미국내 여론이 이미 미국의 월남지원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방향으로 기우는 것을 간파한 월맹과 베트콩은 총공세를 감행, 월남의 숨통을 조이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즉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후 대소전쟁에서 패배한 것은 미국내 여론전쟁에서 월남 등 미국의 지원국들이 패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는 지적임이 분명한 것이다. 사실상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국가나 세력에 대치되는 국가 또는 집단은 이러한 사실에 입각, 미국 내에서의 여론전쟁을 하나의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최근 북한이 미국에 대한 여론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각도에서 볼 때 지극히 위험스러운 조짐으로 파악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