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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씨의 탈당


이재형 씨의 탈당


    지명 대회 후 느닷없이 다시 전당대회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선거를 안 하고 전당대회만 하다 말 거냐고 했더니 총재의 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총재의 후보 추천을 대의원들이 거부했으니까 총재 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야 나는 할 말이 없었다.11월에 대회를 한다고 했다. 11월 대회 준비를 한다고 떠들썩했다. 총재를 뽑는 전당대회는 9개월 전에 했고 후보 지명은 이제 막 끝냈는데, 또 두 달 후에 총재를 바꾸는 전당 대회를 한다. 도무지 비상식이었다. 동지들은 대회를 한다는데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나는 할 말도 없고 아마 대회를 안할 거다라고 얘기해 주었다.

    11월에 들어서더니 대회를 선거 후로 연기한다고 했다. 3-4개월 앞두고 있는 대통령 선거에 중대한 손실을 가져올지도 모를 소모적 전당대회는 안하기로 총재와 후보가 합의했다고 했다. 마치 대통령 선거가 앞닿아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사람들의 얘기 같았다. 합의가 이것만이면 그래도 좋았을 텐데 당의 모든 각급 기구를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 기간 그 기능을 정지한다는 이상한 합의도 했다.

    선거 기간에는 선거대책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두는데 운영위원회는 국회의원 공천권을 갖게 되고 선거대책본부는 사무처 기능을 한다는 것 그리고 운영위원은 총재와 후보가 반반씩 추천한다는 것이었다. 운영위원 뽑는 일은 전당대회만큼 시끄러웠다. 나는 전부터 예정되어 있던 미국 방문 계획에 따라 정초에 나가게 되어 운영위원 뽑는 소동을 보지 않아도 되었다. 내가 귀로에 동경에 오니까 운영위원을 뽑아 그 명단을 발표했다면서 서울에서 전화로 알려 주었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중요한 두 사람을 빼버린 것이다. 한 사람은 이재형 씨다. 이재형 씨는 1월 전당대회 때 유진산 씨와 3차 결선 투표까지 한 비주류 대표다. 또 한 사람은 서범석 씨다. 서범석 씨는 40대 기수론을 지지한 유일한 5선의 중진이다.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나를 지지한 것하고 유진산 총재한테 당신은 후보는 할 생각 말라고 한 것밖에 없다.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나한테 전화로 알려준 동지에게 나를 빼놓지 않은 것이 신통하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돌아왔더니 당이 시끄러웠다. 이재형 씨 쪽에선 시정을 요구했다. 선거에 이기기 위한 거당 체제가 아니라 선거에서 진 뒤 당권 경쟁에 대비한 운영위원 선정을 시정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었다.김대중 후보 집 앞 데모도 일어나는 등 어수선하더니 끝내 일이 터졌다.

    이재형 씨가 탈당한 것이다. 가장 충격은 그의 탈당이 아니라 성명서 내용이었다.

    "신민당은 공화당과 싸우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의존해서 제1야당의 당수나 대통령 후보 아니면 국회의원 자리나 지키며 국민을 속이는 야당놀이를 하고 있는 집단이다. 신민당에서는 공화당 정권과 싸우려는 자는 멸하되 협상하려는 자는 흥하고 있다. 신민당은 정권 교체를 원하는 국민과 이를 위해 싸우는 당원의 고통을 대여 투쟁의 무기가 아니라 흥정과 거래의 미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이끌고 있다. 선거에서 지기로 작정한 당에 머물 이유가 없다."

    야당의 총재도 하려던 분인데 아무리 화가 난다 해도 자기가 몸담고 있던 정당을 향해 이런 난폭한 막말은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말을 듣게 한 당 지도부도 문제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