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는데 내가 반대 토론자로 지명한 무소속의 양순직 의원이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었다. 오전 본회의에서 두 사람이 토론할 때도 본회의장에 나와 있었고 반대 토론도 하겠다고 했는데 오후 속개된 회의에 그는 나오지 않았다. 양 의원이 반대 토론을 하고 바로 표결에 들어가게 되어 있는데 사라져 버린 것이다.그뿐 아니라 갑자기 의사당을 경찰이 포위했다. 개헌안에 관심이 많은 시민들이 의사당 근처에 몰려들고 있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것이지만 도리어 이것은 공화당 내 반대자의 기를 꺾기 위한 무력 시위였다. 이쯤 되니 야당으로서는 표결에 응할 수가 없었다.
개헌 주체들이 이렇게라도 해서 별관에서 공화당의 일사불란한 찬성을 만들어내지 않고는 불안할 만큼 우리들 야당은 잘 싸웠다. 개헌안의 국민 투표 때도 유진오 총재와 나는 전국을 유세했다. 청명한 가을 날씨여서 가는 곳마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유 총재와 나의 개헌 반대 연설은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공화당의 사전 공작과 국회 심의, 그리고 국민 투표까지 1년 넘게 끌었던 개헌 공방전은 내가 국내외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맡았던 대변인이나 원내 총무 두 자리가 모두 정당의 얼굴에 해당하는 자리여서 다른 정치인들보다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 1년의 개헌 공방은 내 이미지를 국민 속에 뚜렷하게 각인시킨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