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경제인 여러분!
APEC 정상회담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그리고 호주 방문길에 오르는 저를 위해, 이처럼 따뜻한 환송의 자리를 만들어 주신 경제인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세계화 한반도의 변화하는 정세 속에서 우리의 자세와 그 나아갈 길에 대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APEC은 냉전질서의 해체에 따른 새로운 국제질서의 수립과정에서 중대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이나 NAFTA 등 지역주의 추세에 대응하여, 다자간 무역체제를 강화, 보완해 나가고 있습니다. 대외지향의 발전전략을 추구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다자간 자유무역체제의 확립이 매우 긴요합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다자간의 무역과 투자자유화를 실현시킬 수 있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입니다. APEC은 우리 경제의 활동영역을 아시아·태평양 전역으로 확대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것입니다. APEC은 세계경제의 58%를 차지하는 국가간의 공동번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경제발전단계가 서로 다른 회원국들을 조화시키고, 조정하는 역할이 주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APEC의 발전을 위해 중견국가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APEC 정상회담 전후에 방문하게 될 아세안 지역은 아시아·태평양 시대의 도래와 함께, 새롭게 부상되고 있는 지역입니다. 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교역량의 증가추세와 더불어 이 지역의 중요성이 날로 더해가고 있습니다. 경제발전속도에 비추어 잠재력이 큰, 성장하는 시장입니다. 또한 우리에게는 중요한 자원공급국가이자, 최대의 해외건설 시장이기도 한 것입니다.
호주 또한 우리와의 협력에 열의를 보이는 우방입니다. 교역의 상대일 뿐 아니라, 산업과 과학기술, 특히 환경 기술분야에서 긴밀하고도 상호보완적인 경제협력을 할 수 있는 나라입니다. 저는 APEC 정상회담과 3개국 순방을 통하여, 아시아·태평양 시대, 개방된 국제사회에서 민족진운을 개척하고, 국가이익을 도모하는데 대통령으로서 성심을 다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경제인 여러분!
바야흐로 아시아·태평양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시대는 이 지역의 모든 주민이 자유와 번영, 그리고 높은 삶의 질을 누리는 시대를 말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이 지역의 모든 나라가 경제협력을 통해 공동번영을 추구해 나가야 합니다. 이는 바로 냉전의 시대가 가고, 경제와 복리가 국내외 정치의 중심이 되는 새 시대가 우리 이웃과 한반도에 찾아 온 것을 뜻합니다. 이러한 시점에서, 북한 핵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음으로써,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새로운 국면이 마련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한반도에서 진정한 평화가 이룩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핵투명성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네바의 미·북 합의가 충실히 이행 되어져야 합니다.
이제 남북관계도 세계사의 흐름에 맞게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들어가야 합니다. 북한도 지도자 교체를 계기로 안정 속에서 이러한 세계사의 흐름에 합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북한은 하루속히 우리와 함께 하나의 민족공동체를 건설하는 길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특히 민족경제의 균형적인 발전과 민족전체의 복리증진을 위해 경제공동체를 이룩하는데 서로 협력해야 할 때입니다.
저는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민족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기 위한 「민족발전공동계획」 구상을 밝힌 바 있습니다. 저는 광복 50주년이 되는 내년을 계기로 그 구체적 사업에 착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번 합의된 경수로 사업에 우리가 적극 참여하기로 한 것도 바로 이같은 민족발전의 미래구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핵문제에 얽매어 여러가지 어려운 국면을 겪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남북간에 경제협력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진전시켜 나갈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 남북관계는 창조적이고 실질적인 협력관계로 접근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남과 북이 상부상조의 정신아래 당국간의 협의를 거쳐 경제협력의 기본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러한 여건조성을 위하여 우리 기업들이 참여하는 남북 경제협력사업을 활성화하는 단계적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이와함께 남북간의 협력이 국제무대에까지 확대됨으로써, 아시아·태평양 시대에 걸맞는 우리 민족의 위상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남북이 협력하는 한반도는 아시아·태평양 시대를 주도하는 중심지역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저는 북한이 APEC 등 지역공동체와 국제공동체에 적극 참여하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북한이 참여를 원할 경우 이를 적극 지원할 것임을 분명히 밝혀두고자 합니다. 남북간에 경제협력의 문이 열리면, 그것은 이산가족문제 해결과 사회·문화분야의 교류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남과 북은 민족의 복리증진을 남북관계의 중심으로 삼는 새로운 인식을 바탕으로, 평화와 통일의 길을 닦아나가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경제인 여러분!
세계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주변의 상황도 변하고 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모든 국가들이 무서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달라져야 합니다. 최근 일련의 사건·사고를 겪으면서, 저는 이제까지 우리가 살아온 삶의 방식과 의식으로는 결코 안되겠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모든 사건·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는 전도된 가치관과 정신적인 해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안됩니다.무엇보다도 인간을 회복해야 합니다.
저는 그동안 번민을 거듭하면서, 오직 변화와 개혁만이, 그리고 철저하고도 지속적인 부정부패의 척결만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최선을 다하는 공직사회의 기풍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작년에 대통령으로 취임했을 때의 바로 그 심정으로,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국가의 기강을 바로 세워 나갈 작정입니다. 저는 특히 경제인 여러분에게 이 기회에 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부실은 우리가 이룩한 경제성장에 대한 겸허한 자기반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허세와 외형보다는 내실과 실질을 추구해야 합니다. 제가 일체의 정치자금을 배격하는 것도, 정경유착과 그에 따른 부실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해외에서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완벽하고도 안전한 시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양심과 자존심이 실린 경제건설을 해야 합니다. 인간존중과 내실없는 건설은 사상누각일 뿐이며, 국제적으로도 더이상 공신력을 얻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진실로 깨끗하고 튼튼한 경제를 건설해야 합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저와 함께, 그리고 국민과 더불어, 경제인 여러분이 더 열심히 다시 시작해 주셔야 하겠습니다.우리 다 함께 뜁시다. 그리하여 국제경쟁력을 높입시다.
국민 여러분!
저는 이번 순방 기간중, 국정전반을 냉철하게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것입니다. 여정을 마치고 돌아와, 새로운 각오로 국민 여러분과 함께 국가건설에 저의 신명을 바치고자 합니다. 끝으로 저의 이번 정상외교가 우리의 국가이익을 증진시키고, 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성원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성원에 부응하여 저의 최선을 다하고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경제인 초청 만찬 연설문, 1994.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