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우슈칭(吳樹靑) 교장, 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고 교수와 학생 여러분!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북경대학을 한국의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방문하여, 여러분께 말씀드릴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북경대학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신문화운동의 중심지로서, 중국 근대화의 선구적 역할을 했습니다. 오늘에 와서는 중국 발전의 견인차가 되고 있습니다.
교수와 학생 여러분!
옛말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습니다. 나는 이번 방문을 통해, 상해의 거대한 포동개발지구에서 고도 북경에 이르기까지, 약동하는 중국의 발전상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지난 10여년간 지속된, 연평균 10%가 넘는 고도성장은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입니다. 중국 국민의 근면과 성실, 그리고 중국 지도자들의 탁월한 영도력이 오늘의 중국을 있게 했다고 믿습니다. 동서랭전의 와중에서 개방과 개혁의 용단을 내린 중국 지도층의 지혜와 결단을 높이 평가하는 바입니다. 나는 한국 국민과 더불어 중국 국민의 위대한 성취를 경하해 마지 않습니다.
한·중 수교이래 겨우 1년반이 지났습니다만,두 나라 관계는 다방면에 걸쳐 매우 빠르게 발전되고 있습니다. 한·중 두 나라의 무한한 발전 잠재력을 고려할 때, 양국 협력의 전망은 매우 밝다고 봅니다. 양국간 교류협력이 이렇게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중국과 한국은 수천년에 걸친 두터운 유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자를 사용하고 유교문화적 전통을공유해 왔습니다. 제국주의 침략에 대항하여 함께 싸우기도 했습니다. 1919년, 한국의 3.1 독립운동과, 북경대학 중심의 5.4 운동이 그 대표적인 것입니다. 상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졌던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20세기초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두 나라 관계가 일시적으로 단절되었을 뿐입니다.
중국의 강은 대부분이 동쪽으로 흐릅니다. 한반도의 강은 대부분이 서쪽으로 흐릅니다. 이 물은 모두 황해에서 만납니다. 두 나라는 숙명적으로 가까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태평양 시대를 함께 열어 나가는 동반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학생 여러분!
한국은 산업화를 시작한지 30년이 지났습니다. 한국은국민 총생산이나 무역 면에서 세계 유수의 산업국가가 되었습니다. 조선, 자동차, 전자, 철강 산업 등에서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위치에 이르렀습니다. 중국 국민이 위대한 저력을 발휘하여 現代化를 성공시키고 있듯이, 한국 국민도 세계사에 유례없는 기적을 창출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과 중국은 양국의 공동번영과 아·태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훌륭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경험과 유사하게, 한국의 산업화는 여러가지 부작용을 초래하였습니다. 나는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부정부패 추방과 정치·사회 개혁을 결심하였습니다. 우리는 지난 1년동안 과감한 변화와개혁을 통해 제2 건국의 정신으로 새로운 나라건설에 총력을 기울여 왔습니다.부정부패를 추방하고 국가기강을 바로 잡았습니다. 행정절차를 간소화하여 부정부패의 소지를 제거하였습니다. 금융실명제를 실시하여 정·경 유착의 고리를 끊었습니다. 정치개혁 입법을 통해 부패·무능한 공직자와 정치인은 도태되도록 했습니다. 나아가서, 새로운 국내외 현실에 맞추어 법과 제도를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1년 사이에 한국은 획기적으로 달라졌습니다. 신한국 창조의 활기가 넘치고 있습니다.
중국 국민 여러분!
세계는 지금 21세기를 앞두고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아시아의 경제적 역동성이 세계 경제지도를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21세기는 아시아·태평양의 세기가 될 것입니다. 아시아가 성공을 거두면서 아시아의 책임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공동번영의 아·태시대를 함께 열어가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최근 아·태지역의 정세는 매우 고무적입니다.대립과 갈등이 해소되고,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환기적 불확실성으로 군비경쟁의 조짐 등, 우려요인도 없지 않습니다. 한반도 정세는 아직도 랭전의 탈을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아시아를 단숨에 혼란으로 빠뜨릴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핵개발 문제가 평화적으로 원만히 해결되어 세계의 평화에 기여하기를 진실로 바라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금 고립과 대결의 노선을 고수하느냐, 아니면 개방과 협력의 세계조류에 동참하느냐로 주저하고 있습니다. `한 집안에 일이 있으면, 이웃이 함께 걱정해 준다 (一家有事, 衆隣分^ )'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이야말로 북한으로 하여금 핵 투명성을 보장하고,시대의 흐름에 동참하게 할 수 있는 이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중국의 능동적인 역할을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우리는 결코 북한의 고립을 원치 않으며,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나서는데 필요한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은 지금 중국과의 교류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서해안지역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개방·개혁의 조류에 동참하게 된다면, 「황해경제권」이 급속히 부상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황해는 「평화와 번영의 호수」가 될 것이며,동북아는 더욱 활력이 넘치는 지역이 될 것입니다. 태평양은 새로운 문명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반도 통일은 중국의 국가이익에 부합될 것입니다.동북아의 긴장을 완화시켜, 지역발전을 더욱 촉진시킬 것입니다.나아가서, 통일은 동북아 秩序에 참된 균형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학생 여러분!
세계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한·중 협력 증진의 결정적 시기입니다. 우리는 지금 손을 맞잡고 「상생의 시대」를 열어나가야 합니다. 서로 돕고, 서로 보완해서,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시대를 만들어 나가야 하겠습니다. 특히 한·중간의 상생관계는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의 기본축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태시대를 여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나는 한·중관계를 한국의 가장 중요한 대외관계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중 양국은 문화적 동질성, 지리적 근접성, 오랜 역사적 유대라는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높은 경제적 상호보완성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양국은 인력과 자원, 자본과 기술, 발전경험 등 모든 면에서, 서로 주고받을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한·중관계의 발전은 또한 양국의 대외 경제관계를 다변화하는데도 기여할 것입니다.나아가서 아·태지역 전체의 평화와 번영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한·중 양국은 개방된 지역협력을 위해 APEC을 발전시키는 데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 지역의 긴장완화와 분쟁예방을 위한 다자 안보대화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15세기에 쓰여진 한국의 고전 용비어천가는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꽃도 아름다우며 열매도 많이 열린다"(根深之木 風亦不^^ 有灼其華 有賁其實)고 노래했습니다. 한·중 친선교류의 역사는 뿌리가 매우 깊습니다. 냉전의 바람이 몰아치고 가뭄도 있었지만, 근본은 흔들리지 않았으며, 근원은 결코 마르지 않았습니다.
한·중관계는 이제 아름다운 꽃을 피울 것이며 풍성한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양국 지도자와 국민들은 서로 가슴을 활짝 열고 협력해 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양국간에 더 많은 인적 교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중국의 청년 여러분!
세계의 장래는 아시아의 장래에 달려 있으며, 아시아의 장래는 젊은이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은 미래와 세계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아·태지역 전체의 공동 번영이라는 높은 이상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새 문명의 시대를 여는 데 앞장서야 합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국가의 하나가 되었습니다.한국 또한 세계속의 주요국가로 부상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두 나라는 책임이 무거워졌습니다. 한·중 양국은 긴밀한 협력으로, 21세기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는 데, 책임있는 역할을 다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나의 이번 방문이 한·중간 「상생의 시대」를 활짝 여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북경대학 연설문, 1994.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