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문 : 오는 5 월 15 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대통령께서 재학 시절 잊을 수 없는 스승에 대해 회고해 주시고, 오늘날의 바람직한 스승상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대통령 : 해방 직후 경남고등학교 재학 시절, 교장 선생님으로 계시던 안용백 선생님은 나에게 참으로 많은 영향을 주신 분입니다. 선생님께서는 그 당시 윤리학을 강의하시면서 학문 중에서 최고의 학문이 철학이라고 늘 강조하셨는데, 나도 그분의 말씀을 듣고 철학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나는 정치학과에 지망하려 했었습니다. 일생의 진로가 바뀌게 된 셈입니다. 스승은 학생들로부터 존경받고 학부모로부터 신뢰받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시대상황과 사회환경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바람직한 스승의 역할은 과거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믿습니다. 제자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교육에 헌신적으로 정열을 쏟는 교사라면 요즈음도 학생과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 문 : 대통령께서 어린 시절 부모님으로부터 받으신 가정교육은 어떠했는지요. 그리고 2 남 3녀의 자녀를 키우시는 동안 즐거웠던 일도 있었겠지만, 어려웠던 때도 많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대통령 댁의 가정교육 방법과 자녀 교육관을 소개해 주십시오.
대통령 : 우리 어머님은 자신의 일보다 이웃을 돌보고 남을 돕는 일을 더 열심히 하신 분이어서 그것 자체가 우리 남매들에게 중요한 교육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버님은 엄격하시면서도 나에게 진취적인 자세와 자립심을 갖도록 특별히 가르치셨다고 기억합니다. 나는 파란많은 야당 정치인 생활 때문에 아이들 교육에 남들만큼 신경을 쓰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교육 문제뿐만 아니라 애들의 취직과 결혼에도 어려움이 많아 부모로서 안타까운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지금도 특히 잊혀지지 않는 것은 내가 야당 총재 시절 가택연금되어 있을 때 당시 대학에 다 니던 막내딸이 가장 마음 고생을 많이해 우는 모습을 여러번 봤습니다. 주위의 눈총이 심해서 그 아이는 학교에서 집으로 곧장 돌아오느라고 연애 한번 못하는 게 아닌가 해서 마음이 아팠 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정직하고 당당하게 살도록 가르쳤고, 스스로 책임지는 독립심을 길러 주려고 애썼습니다.
요즘의 가정교육은 아이들을 지나치게 위해주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핵가족화에 따라 아이들 중심으로 가정이 운영되고 ‘오냐, 오냐’ 하니까 아이들의 버릇이 없어지고 자립심이 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질 문 : 해방 이후 우리 교육은 급속한 양적 성장을 이룩하면서 국가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교육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대 개혁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며, 교육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
대통령 : 우리 교육은 크게 달라져야 합니다. 이제까지의 교육이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내는 데 크게 미흡했고, 과거 정부들이 교육을 잘못 이용한 점도 없지 않습니다. 또한 일부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이 이기적인 형태로 잘못 표출되고, 여기에 우리 사회의 황금만능주의가 교육계에까지 침투, 오염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수많은 수험생과 그 가족들이 대학입시 준비로 고통받고 있는 것은 무척 가슴아픈 일입니다. 각급 학교 교육에서는 어린이 교육부터 인간교육, 도덕교육이 중시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품성을 기르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다운 사람을 기르는 인성교육, 예절교육, 생활교육을 강화하고, 부모와 스승을 공경하는 도덕교육을 힘써 가르쳐야 합니다.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하여 중·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수험생과 학부모의 고통과 부담을 덜어 주도록 정부와 교육계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교육의 자치와 자율을 실질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창의성 있고 진취적인 교육이 되도록 정부가 적극 뒷받침해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교육을 바로잡는 일은 국민 모두가 함께 뜻을 모으고 힘을 합쳐야만 이루어낼 수 있 습니다. 정부와 대통령인 나 자신이 교육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특히 교육일선을 책임지고 계신 선생님들이, ‘교육자가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는 신념으로 교육개혁에 앞장서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합니다.
새로운 사회는 새로운 인간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제도의 개혁만으로 새로운 사회는 출현되지 않습니다. 오직 훌륭한 교육을 통한 새로운 인간에 의해서만 ‘신한국’은 창조될 수 있습니다.신교육’이야말로 신한국 창조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교육자 여러분께서는 자부심과 함께 소명감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질 문 : 최근 드러난 여러 가지 교육계 부정사건에서 보듯이 가장 깨끗해야 할 교육계가 각종 비리로 얼룩져 있습니다. 지금 교육계 내에서 깊은 자성과 함께 자정운동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총은 이번 교육주간을 맞아 학부모 단체들과 공동으로 봉투 갖지 않고 학교 방문하는 운동도 벌이고 있습니다. 교육계 자정운동과 관련하여 교육자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대통령 : 최근 대학 부정사건과 관련해서도 교육부가 보통 실수한 것이 아닙니다. 대통령인 본인까지 의심이 가는데 국민들이 의심하지 않겠습니까. 결국 교육부가 정직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대다수의 교원은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면서 스승의 길을 걷고 있는 줄 압니다. 그러나 최근에 밝혀진 교육계 비리는 학부모·교사·학생·재단 모두가 관련된 총체적 부정이 특징입니다. 전체 교원들이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점, 참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든 부정 중 제일 나쁜 것이 교육계 부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의 미래라 할 수 있는 2 세들을 가르치는 교육자가 부패하면 나라의 장래가 무너지는 것이고 이는 구제불능입니다. 따라서 교육계 비리는 다른 분야의 부정부패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습니다. 물론 이 문제가 단시일 내에 쉽게 풀릴 것은 아니겠지만 이는 반드시 뿌리뽑아야 합니다.
이제 우리 교육계는 결연한 각오를 가지고 교육부조리를 일소하여 국민들로부터의 신뢰를 회복하고 신한국 건설의 산파역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교총의 ‘교육 바로세우기 운동’은 매우 시의적절한 사업이라 생각하며,교육개혁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두어 주실 것을 기대해마지 않습니다.나 자신은 물론 정부 부처의 책임자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학교를 방문해 교육현장의 실정을 파악할 것입니다.
질 문 : 대학입시 제도는 4 천만 전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해방 이후 현재까지 10 여 차례에 걸쳐 입시제도가 바뀌었지만, 금년부터 시행되는 새입시 제도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습니다. 대학입시 제도의 개혁에 대해서 평소에 생각하고 계신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대통령 : 우리 국민들 중 90 퍼센트 이상이 자녀를 대학까지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 입시제도는 이들 진학 희망자를 모두 받아들일 수 없는 형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 국민들의 불만이 클뿐 아니라 입시제도 개혁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겠습니다만, 국민 대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금년부터 시행되는 새 대학입시 제도는 대학수학 능력시험이라는 새로운 평가방법을 도입하여 적응에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시험을 위한 단순한 암기보다는 폭넓은 독서를 통해 논리적 사고와 판단력을 키우는 바람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정부가 바뀌었다고 해서 대학입시 제도를 수시로 바꾸는 것은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서나, 일선 교육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현행 대학입시제도를 보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대학입시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 주고, 보다 큰 틀에서는 인간교육, 그리고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교육에 보다 충실해질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입니다.
그러나 입시제도의 변경만으로 교육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자녀의 적성이나 소질에 관계없이 꼭 대학에 보내야겠다는 학부모들의 생각이 바뀌어져야 합니다.대학에 안 가도 떳떳한 사회인이 될 수 있는 사회, 학력보다는 개인의 능력과 노력이 존중되는 그런 사회풍토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1 세기는 졸업장 아닌 실력과 자격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학력중시 풍조가 문제의 근본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졸업장보다 실력 있는 사람이 우대받는 제도적 보완과 인식전환이 있어야 합니다. 대학 안 나와도 크게 성공한 사람들의 실례를 널리 알려야겠습니다. 전에 직업훈련원에 가본 적이 있는데, 학생들이 아주 열심히 배우고 취업도 잘 된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것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직업인들도 대학과정을 밟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습니다. 언제든지 이 과정을 통해 대학과정을 마칠 수 있습니다.질 문 : 교육 정상화는 우선 교육자가 긍지와 사명감을 갖고 학생들을 교육하는데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원을 우대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시급한 시점에서 대통령께서 생각하고 계신 교원우대 방안을 말씀해 주십시오.
대통령 : 교원은 교육활동의 주체로서, 교육자가 높은 긍지와 사명감을 갖고 만족을 느끼며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과 풍토를 마련하는 것은 교육개혁의 중요한 과제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하여 우수한 인재가 교직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나가겠습니다. 정부는 교원의 생활안정을 위해 처우를 개선하는 문제와 함께 교원주택자금이나 생활안정자금 등의 융자를 확충해 나가는 방안 등을 강구 중에 있습니다. 또한 관계 부처에서 교원들의 숙직이나 잡무 등의 부담을 덜어 주는 조치와 미취학 자녀를 둔 여교원들을 위해 ‘학교 내 유아방’을 시 단위 이상 지역으로 확대, 설치하는 계획 등을추진하고 있습니다. 나는 교원이 보람과 긍지를 갖고 교직에 종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과 사회적으로 우대받을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일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관계 부처를 독려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스승이 제자들로부터 진심으로 존경받을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스승에 대한 전통적인 존경과 신뢰의 회복은 저절로 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질 문 : 일선 교사들은 교육부 등 교육행정기관 간부 중 교사 출신 전문직이 적기 때문에 일선 학교에 대한 지원행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일선 교단의 여론을 수렴하여 교사출신 전문직이 교육행정에 좀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실 의향은 없으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대통령 : 지금도 교육행정 기관에는 교사출신 전문가들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앞으로 간부직에도 그러한 기회가 보다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교육부도 탄력적인 조직관리와 인사운영을 통해서 전문직 보임을 늘려 나갈 방침이라고 합니다만, 필요한 경우 관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교육부의 직제 개정문제도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질 문 : 대통령 선거에서 제시하신 교육공약에 대해 일선 교육계에서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특히 교육예산을 GNP 대비 5 퍼센트까지 늘리겠다는 말씀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는데, 이의 실현방안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대통령 : 아무리 좋은 정책도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교육부 예산이 국가 전체 예산의 23 퍼센트에 이르고 있지만,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를 제외하면 실제로 쓸 수 있는 예산은 한정되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직도 불비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하여 ’98 년까지 교육재정을 GNP 대비 5 퍼센트 수준까지 확대하여 학부모의 부담을 경감하고, 선진국 수준의 교육환경을 만들며, 다양한 교육시설의 확충으로 지역간·계층간의 교육기회를 균등화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현재 정부예산 중 교육예산의 GNP 대비 비율이 3.7 퍼센트에 불과한데 이를 ’98 년까지 5 퍼센트로 증액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관계 부처간의 협의를 거쳐 전반적인 세율의 조정을 통한 교육재정의 확충이라든가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법상의 경상교부율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것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질 문 : 대통령 선거공약 중, 교육을 바로잡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교육개혁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일선 교육계는 이번에 설치되는 교육개혁위원회가 과거와 달리 교육 현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언제쯤 이를 발족하실 계획이며, 그 기능과 운영을 어떻게 구상하고 계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대통령 : 그 동안 우리나라의 교육발전을 위해서 많은 논의가 있어 왔고 제도개선도 있었지만, 국가 재정상의 제약과 범정부 차원의 지원 부족, 그리고 지방 및 학교현장의 참여가 미흡했던 이유 등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도 사실이며, 아직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그래서 우리 교육이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고 21 세기를 향한 바람직한 교육제도의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대통령 직속의 교육개혁위원회를 설치, 운영할 생각입니다.‘교육개혁위원회’의 구성에 관해서는 현재 정부 관계 부처와 전문가들이 검토, 추진 중에 있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안에 발족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새로운 교육개혁위원회는 교육 현장의 소리와 국민 각계각층의 교육에 대한 기대를 충실히 반영할 수 있도록 위원을 선정할 것이며, 아울러 위원회의 건의가 제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할 생각입니다.
질 문 : 대통령께서는 교원이 노동자임을 자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씀하신바 있습니다.이 말씀에 대해 많은 교사들이 공감을 하고 있으며, 그 후 안심하고 교직에 임하고 있습니 다.
대통령 : 학생들 앞에 교사가 노동자로 서서야 교육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교직은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2 세의 교육을 담당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특별한 직업관과 사명감이 요구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