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교회 지도자 여러분, 기독교인과 내외 귀빈 여러분.
방금 저를 위해 간절한 기도를 올려 주시고, 좋은 설교를 들려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 동안 이 기도회에 여러번 참석했지만 오늘 저는 대통령으로 처음 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제가 갖는 느낌도 전혀 새롭습니다. 대통령직은 무거운 책임과 냉정한 결단이 요구되는 매우 고독한 자리입니다. 하나님의 가호가 없이는 그 막중한 책임을 다하기 어려운 자리임을 지금 저는 절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설교와 기도는 저에게 새로운 용기와 힘을 주었습니다.
기독교 지도자 여러분.
기독교는 이 땅에 부리를 내린 이래 우리 겨레와 더불어 수난과 영광의 역사를 함께 해 왔습니다. 기독교는 이 나라 근대화의 선도자로 자유, 인권의 계몽사상을 처음 이 땅에 전파했습니다.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근면과 절약을 가르쳤습니다. 기독교는 민족수난의 암흑기에 밖으로 통하는 한줄기 빛이었습니다. 절망에 빠진 우리 민족에게 커다란 위안이었습니다. 겨레가 고통받고 수난당할 때는 애국운동의 선봉에 서 왔습니다. 기독교는 하나님의 높은 뜻과 그리스도의 거룩한 사랑을 낮은 곳과 그늘진 곳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왔습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교회는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 왔습니다. 유신 시대 이래 이 나라 민주화 투쟁의 과정에서 신·구 기독교계가 보여준 수난 속의 헌신은 역사 속에 길이 기억될 것입니다.
기독교 지도자 여러분.
오늘날 한국교회의 성장은 세계적으로 놀라운 현상으로 되어 있습니다. 기독교가 전파된 지 한 세기만에 한국교회는 1200 여만 명의 신자를 갖게 되었습니다. 우리 인구의 4 분의 1 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세계 50 대 교회 중 23 개가 우리나라에 있다고 합니다. 세계 곳곳에 파견하고 있는 선교사가 1 천여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겨레가 그 만큼 엄청난 영적 저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만큼 질적 성장이 이루어졌는지, 스스로 생각해 볼 때가 되었습니다. 종교 개혁자 칼빈은 “교회는 이미 개혁된 교회이면서 동시에 항상 개혁하는 교회이어야 한다" 고 하였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느 곳에나 비리의 줄기가 얽히고 설킨 채 널려 있습니다. 새정부가 들어선 이후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일련의 개혁조치를 하는 가운데 재산공개나 대학입시 부정사건에서 보듯이 이 사회는 결코 정상이라 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알게 모르게 부정과 부패에 감염되어 있고 도덕적 불감증에 빠져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빛과 소급을 자처하는 기독교인은 참으로 많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가 어찌하여 이렇듯 타락했는가 하는 의문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아니 교회와 기독교인 스스로가 사회의 부패를 막는 소금이 되기에 앞서 스스로 오염되어 있다는 말도 듣고 있습니다. 부정에 연루된 사람들 가운데 부끄럽게도 기독교인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없을 만큼 썩어 있는 오늘의 상황입니다. 저는 깨끗하고 정직한 사회,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우리가 목표로 하는 '신한국'이라고 말했습니다. '신한국'을 창조하기 위해 눈물과 땀을 흘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 눈물은 과거를 반성하는 회개의 눈물이요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눈믈입니다. 통회의 눈물 없이 자기혁신은 불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건, 집단적으로건 통회로부터 시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우리 사회, 특히 기독교계에서 일대 회개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일찍이 예수님은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짠맛을 지닌 소금만이 지금의 우리 사회를 더이상 부패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누가 이 사회에 필요한 진정한 소금이겠습니까? 바로 여기 꼐신 교계 자도다 여러분인 것입니다. 종교가 제자리에 서 있을 때 국민정신이 올바로 설 수 잇습니다. 종교인이 도덕적일 때 우리사회가 도덕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정치인이 도덕성 회복을 하기에 앞서 종교계가 먼저 이 일을 선도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혁의 바람이 국민의식 개혁운동으로 승화되도록 여러분께서 적극 나서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저는 하나님의 가호와 국민의 열화같은 성원을 바탕으로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오늘 이 아침에 우리는 나라와 겨레의 밝은 내일을 위하여 참으로 뜨겁고 간절한 기도를 하였습니다. 이 기도가 우리의 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되고, 우리 민족의 가슴에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이 나라와 여러분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