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여성 자원봉사자 여러분 ! 그리고 시설 관계자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여러분 !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대단히 반갑습니다. 저는 오늘 제 2 회 ‘전국 여성자원봉사자 대회’에 참석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먼저 전국 각지에서 묵묵히 자원봉사 활동을 해오신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특히 15 년 이상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해온 공로로, 오늘 훈장을 받으신 윤용자 한국 걸스카웃 서울연맹장과 수상자 쉰 다섯 명의 헌신적인 노고에 찬사를 보냅니다.
또한 자원봉사 활동 사례공모에서 경험담이나 새로운 분야 발굴로 우수상을 받게 되신 수상자 여덟 분의 따뜻한 사랑의 정신에 감사드립니다. 그 동안 자원봉사자 여러분께서는 공공기관이나 의료기관, 그리고 사회복지 시설에서 노력봉사, 기술봉사, 재정후원을 해 오셨습니다. 자원봉사는 물질적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삶을 보다 가치 있고 건강하게 만듭니다.
이것이야말로 물질적 보상을 넘어서는 긍지와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자원봉사는 우리 사회를 한층 따뜻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사회안정과 발전을 이룩하는 데도 중요한 몫을 담당합니다.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자원봉사 활동이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해 왔다고 합니다. 선진국일수록 자원봉사 활동이 일상화되고 국민 생활 속에 널리 확산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고등학교 중 상당수가 학교교육 과정에 자원봉사 활동을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자원봉사 활동을 하지 않으면 졸업이 안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그 때문인지 청소년의 자원봉사 활동 참여도가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성인의 경우도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미국의 선거가 주로 자원봉사 활동에 의존해서 치러지고 있는 것에 대단히 큰 감동을 받은 바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선거도 앞으로는 지지자들의 자발적 도움을 받아 치를 수 있게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깨끗하고 건전한 정치가 이룩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돈 안드는 선거, 깨끗한 선거의 지름길입니다.
선거를 예로 들었습니다만, 자원봉사는 어떤 영역에서든 할 일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가봉사나 의료봉사 등과 같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직접 돕는 일도 있습니다. 환경보전 운동이나 의식개혁 운동 같은 밝은 사회 건설을 위한 운동도 있습니다.
자원봉사로 우리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은 무궁무진합니다. 또한 자원봉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원봉사는 돈과 시간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장애자, 미성년자도 할 수 있으며, 직장인도 물론 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자원봉사라 하면 중산층의 여유 있는 여성들이 여가선용을 위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잘못된 인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원봉사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70∼80 퍼센트나 됩니다. 이러한 인식은 변화되어야 합니다.
시간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몸으로 뛰고,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재정후원을 하고, 바쁜 직장인은 자신이 가진 기술과 전문지식을 이용해서 그 나름대로 봉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의 마음이요 정성입니다. 저는 남성들도 자원봉사에 적극 참여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사실 예로부터 이웃을 걱정하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을 미덕으로 알고 또 몸소 실천해 왔습니다. 우리의 미풍양속 중에 근심과 재난을 당하면 서로 돕는 아름다운 덕목이 있고, 두레의 전통이 있습니다. 그런데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그리고 핵가족으로 바뀌면서 개인주의와 가족 이기주의가 만연하기 시작했습니다.
나 하나, 내 가족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어느새 우리들 각자의 마음속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의 마음을 열고 춥고 힘들고 외로운 이웃들을 돌아보아야 할 때입니다.
살기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가치관을 크게 변화시켜야 할 때입니다.
저는 지금도 이웃끼리 서로 돕는 미풍양속의 전통이 우리 국민들 가운데 남아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각박한 세상을 살아오면서 잠시 접어두었을 뿐이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번 서해훼리호 사고나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사고 때, 마을 주민들이 보여준 헌신적인 사랑이 이것을 입증해 주고 있습니다.
저는 그때 며칠씩 잠을 못 이루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우리 국민의 숭고한 인간애를 보고 가슴이 뭉클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우리 국민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우리 나라를 사랑이 넘치고 희망이 넘치는 공동체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자원봉사자 여러분에게서도 바로 그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저는 얼마 전 APEC 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번의 여행에서 저는 국제화, 세계화를 향해 우리 모두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시대의 흐름이요, 우리가 낙오하지 않는 길이라고 느꼈습니다.
‘신한국’은 국제화된 선진사회입니다. 이제 우리는 더이상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선진사회에서 배울 것은 배워나가야 합니다.
우리가 선진사회에서 가장 부러운 것이 있다면, 시민들의 자발적인 봉사활동입니다. 자원봉사는 우리 사회 내부를 따뜻하게 하는 힘입니다. 한 인간을 결코 외롭지 않게 하는 힘입니다. 절망하지 않게 하는 힘입니다. 또한 사회구성원 내부를 하나 되게 합니다.
선진화, 국제화는 반드시 밖으로 나가는 것만이 아닙니다. 우리 자신이 선진화, 국제화하는 것, 바로 그것이 진정한 선진화요, 국제화입니다. 우리가 서로 돕지 않으면, 앞으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하나 되지 않으면 자신 있게 세계로, 미래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볼 때, 자원봉사자 여러분이야말로 선진화, 국제화를 이미 오래 전부터 실천해 오시는 분들입니다. 저는 그 동안 이 사회의 뒤안길에서 묵묵히 착하고 힘든 일을 해오신 여러분에 대해, 우리 사회가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아니하는 겸손으로, 우리 사회의 촛불이 되어 오신 여러분에게 응분의 대접을 못해 드리고 있는 데 대하여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오늘의 대회가 자기희생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공동체를 더불어 함께, 인간답게 사는 따뜻한 사회로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은 비록 남이 알아주지는 않지만, 그러나 이 사회의 밑거름이 되고 소금이 되고 있다는 긍지와 보람을 가지고 더욱 열심히 봉사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늘이 여러분의 사랑을 지켜볼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1993. 12. 3. 전국 여성 자원봉사자 대회 연설. 서울교육문화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