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나는 해외 여행을 하면서 민주주의적 방식으로도 번영하는 나라들을 많이 보았다. 공산주의와 같은 극단의 독재적인 수단으로는 자유민주주의 방법보다 앞설 수 없다는 것을 나는 베를린에서 볼 수 있었다. 몇 년 전 고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자유를 알고 싶은 사람은 베를린에 와보라. 민주주의를 알고 싶은 사람은 베를린에 와보라. 자본주의를 알고 싶은 사람은 베를린에 와보라"고 했던 의미를 현지에서 더욱 실감있게 느낄 수 있었다. 브란덴부르크의 망루에서 내려다 보이는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의 현저한 외관상의 차이에서 벌써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승부를 판단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서베를린은 완전 복구가 되어서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었지만 동베를린은 아직도 2차대전 때의 파괴된 자리가 그대로 보이기까지 했다. 서베를린은 살아 있는 도시였고 동베를린은 죽음의 도시였다. 베를린은 독재적 수단이 국가건설에 있어 민주적 수단에 앞서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쇼윈도인 것이다.
우리 사회는 흔히 서구식 자유민주주의가 우리에게 맞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사고방식에서 소위 행정적 민주주의니 민족적 민주주의니 하는 불투명한 사상이 나왔고 그것이 5.16쿠데타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듯이 선전했다. 그러나 서구식 방법 아닌 독재적 수단으로 2년 7개월 군정을 해도 아무것도 해놓지 못한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전후 서독이 민주적 방법으로 잿더미 속에서 라인강의 기적이라 부를 만큼 부강한 나라를 건설할 수 있었다. 일본 또한 같은 방법으로 '신무 이래의 경기'를 노래할 수 있었다. 우리도 이제는 이 길만을 지켜야 한다. 조국 근대화와 국가건설이 총부리나 계엄령이나 포고령 정치로 될 수 없다는 것이 역사 앞에 증명된 현시점에서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민주주의를 지켜서 이 궤도 위에서만 이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철학으로 삼아야 한다. 다시는 이 땅에 헌정의 궤도를 무너뜨리는 비극이 재연되어서는 안된다. 어디서 출발해서 어디로 왔든지 오늘의 헌정 질서는 다시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우리 모든 국민이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한다. 5.16이 이 나라 헌정을 10년 이상 후퇴시켰다. 또다시 쿠데타가 나면 헌정은 다시 20년, 30년 후퇴할 것이다.
오늘에 사는 우리는 이 나라의 헌정을 굳건한 반석 위에 올려 놓는 것만이 역사 발전에 이바지하는 길이다. 그것은 또한 5.16에 바쳤던 너무나 엄청난 희생의 대가를 그것으로나마 되찾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