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쿠데타와 함께 번지르하게 '혁명공약'이라는 것을 내걸고 변칙적 집권의 명분을 찾으려 했다. 그 혁명공약에서 그들은 혁명과업이 끝나면 '양심적이고 참신한 정치인'에게 정권을 돌려주고 군 본연의 자세로 돌아갈 것을 내외에 공약했었다. 그리고는 정치를 정화한다는 명분으로 기성 정치인은 모조리 도매금으로 정치정화법을 만들어 발을 묶었다.
그러나 그들이 내세운 '정치 정화'의 간판과 '플래카드' 뒤에 도사리고 있던 장기 집권의 저의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마각을 드러내고 말았다.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으로 나타났고 정정법(政淨法)의 정체는 그들의 재집권을 위한 방편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버렸다. 그들이 이상형으로 설정한 '양심적이고 참신한 정치인' 영상에는 바로 그들 스스로의 얼굴을 비쳤다. 기성 정치인은 정정법이라는 사슬로 발을 묶어두고 그들은 공화당이라는 새 정당을 사전 조직,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여, 선거라는 형식을 밟은 민간정부를 다시 손에 넣었다. 그들이 무리한 재집권을 강행하는 동안 이 나라는 너무나 많은 희생을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혁명공약을 휴지화함으로써 국가의 신용은 국내외에서 여지없이 떨어졌으며 국민 속에는 걷잡을 수 없는 불신의 풍조를 씨뿌렸다.
그들은 뒤늦게 출발한 야당마저 악랄한 '정보정치'의 마수로써 사분오열시켰다. 이러한 변칙적이고 무리한 방법으로 '군정'에서 '민정'으로 옮긴 후 그들은 과연 어떻게 했는가? 그들은 '양당정치'를 구현해야 했고 정권의 평화적 교체의 바탕을 구축하려 애써야 했다. 그것만이 민선정권을 총칼로 무너뜨린 데 대한 역사적 사죄의 길이 될 수 있겠기에 말이다. 민정 후 3년 동안에도 그들은 야당을 갖은 수법과 작용으로 파괴, 분열시켜 이른바 '야당 부재'라는 비극적인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정치의 바탕을 흔들기만 했다. 그들은 야당을 약화시키고 그 결과 상대적으로 국회를 무력화시켜 행정부만 독주시킴으로써 민주주의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삼권분립의 원칙마저 흐리게 했다. 국회가 행정부의 시녀로 전락되고 야당이 야당으로서의 힘을 발휘할 수 없는 현상을 가지고 '정국이 안정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 집권세력의 정치적 사고인 것이다.
무릇 민주정치란 여야 균형된 힘을 견지하면서 상호 타협과 설득으로 협조, 이해, 조화해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야당을 무시 내지 경시하고 공화당의 다수의 힘에만 의지하여 '독주'를 되풀이했다. 야당의 주장이나 국민의 여론은 완전히 외면하고 한일협정이나 월남파병 문제를 비롯한 모든 국가적 정책 결정을 날치기와 변칙으로만 강행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 교섭과 그 협정 비준 과정에서 그들은 군을 학원에 난입시켜 군의 정치적 중립 원칙을 파괴했으며 그로 인해 군은 학생과 교수들을 학원에서 추방했으며 그 추방 학생과 교수의 복교, 복직을 요구하는 대정부건의가 국회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채택되어도 그들은 이 국회의 건의를 묵살하고 말았다.
이와 같이 그들은 재집권 후에 줄곧 이 나라 민주주의의 바탕을 흔들어놓기만 했다. 자손 만대를 위해 민주주의의 바탕을 굳건한 반석 위에 올려 놓으려고 애쓰기는 커녕 오히려 스스로의 정권유지 내지 집권 장기화만을 위해 민주적 기본질서를 날로 약화시키는 데만 주력해왔다. 차기 총선거를 1년이나 앞둔 시점에서 그들은 벌써 재집권을 위한 선거 준비에 국력을 비정상적 방향으로 낭비하고 있다. 모든 행정조직과 그 방계조직은 이미 공화당 정부의 정치적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한 사병으로 화해버렸다.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행정기구를 정치도구로 동원하는 정치수법은 자유당 말기의 그것과 하등 다른 것이 없다. 그들의 수법은 오히려 자유당 시대의 그것보다 훨씬 '근대화'된 느낌이다. 그들은 1년 전에 벌써 방대한 정치자금을 뿌리고 사전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치자금으로 전국의 야당조직을 침식함으로써 '야당 부재' 현상에 더욱 부채질을 하고 있다.
그들은 또 다시 야당을 파괴 분열시켜 무력화시킴으로써 '부전승'하려는 비열한 정치플레이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의 그 방대한 정치자금의 원천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국력'이다. 국민의 호주머니로 들어가야 할 돈이며 국가의 발전을 위해 투자해야 할 돈인 것이다. 그것이 공화당의 손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부정부패가 횡행하고 있겠는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행정은 있어도 정치는 없고 부정부패는 있어도 정치는 없는 이 시점에서, 집권세력들은 무슨 낯으로 5.16 혁명을 말하며 '정치 정화'를 운위하겠는가. 이제 정치정화의 대상이 바로 그들 스스로가 돼야 한다는 것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지난 5년간의 갖가지 실정과 시행착오들은, '5.16'의 가치를 다시는 쿠데타가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는 역사적 교훈 과정밖에 되지못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1966년 5월 17일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