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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는 만들어야


지도자는 만들어야


    우리 국민들은 지도자를 기르지 못했고 지도자에 따를 줄 몰랐다. 중상과 음해로 파쟁을 일삼아온 과거의 당쟁에서도 찾아볼 수 있듯이 우리는 해방 후의 짧은 기간 동안에도 많은 지도자를 정적으로 몰아 없앤 사례를 눈여겨 보아왔다. 메마른 정치풍토는 오늘날에 있어서도 여전히 지도자의 불모지대로 황폐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의 미국을 이룩하기 까지에는 훌륭한 지도자가 많았다는 사실을 큰 이유로 들 수 있으며 그 지도자는 국민들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중요시해야 할 것이다. 그 국민에 그 지도자라 할까? 미국민들은 지도자를 만들고 그 지시에 따르며 그 지도자가 영도하는 정부에 따르고 있었다. 미국 대통령선거전에서 느낀 일이지만 미국민들은 존슨 대통령을 자꾸만 '위대한 지도자'로 만들고 있었다. '위대한 존슨'이라고 떠들어대는데 따지고 보면 존슨은 아직 위대하지도 않은 것이다.

    케네디 대통령이 불의의 암살을 당했기 때문에 부통령에서 대통령으로 올라가 남은 임기를 채웠을 정도지 위대할 만한 치적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존슨 지지자들은 광적인 지지의 표시로서 자꾸만 위대하게 만들고 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케네디 전 대통령도 역사적으로 봐서는 위대하다고 할 만한 위대한 일을 한 대통령이라 볼 수 없을 것 같다. 쿠바위기를 극복한 것, 민권법을 제정한 것 등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역사에 길이 빛날 치적을 남긴 일이 없는데 케네디는 미국역사상 위대한 대통령으로 숭앙의 대상이 되었다. 그것은 젊은 대통령으로서 극적인 죽음을 당했다는 데도 큰 이유가 있겠지만 한편으로 보면 지도자를 위대하게 만드는 미국인의 기질의 영향도 크지 않은가 보였다.

    미국사람들은 조지 워싱턴이나 링컨 같은 조상들을 신앙하듯 존중하였고 그러한 숭앙의 정신으로 그들 지도자가 세워놓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있었다. 워싱턴 교외에 있는 조지 워싱턴의 집과 묘지, 그리고 링컨 기념관, 케네디의 묘지에는 언제나 참배객이 끊어지지 않고 꽃다발이 없는 날이 없다. 미국 시민들은 워싱턴시에 오면 꼭 이곳을 참배한다는 것은 좀 과장 같지만 의무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지도자를 키울 줄 알고 지도자를 따를 줄 알고, 그 지도자가 영도하는 정부에 이바지하려는 국민적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과연 숭배할 만한 지도자가 없었는가? 우리에게도 훌륭한 조상과 훌륭한 애국자가 있었으며 정치지도자가 없는 것이 아니다. 가까운 예로 해공(海公) 신익희 선생, 유석(維石) 조병옥 선생 같은 분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지도자를 받드는 정신이 부족했다. 인도에서는 야당이라도 네루라고 하면 시비를 걸지 않았다. 내가 인도의회를 방문했을 때 야당은 하이웨이 공사에서 사람이 자꾸 죽어간다는 이유로 하이웨이 공사를 중지하라고 대정부 공격을 하고 있었다. 그때 정부측의 답변이 '그 하이웨이 공사는 네루 전 수상이 시작한 것인데 우리의 위대한 지도자 네루가 설마 우리 국민들에게 해로운 일을 했겠는가?'라고 하자 야당도 그 이상 따지지 못하는 것이었다.

    어느 나라에 가나 국민들이 존경하고 숭앙하는 조상이 있고 지도자가 있으며 조상들이 남겨놓은 전통과 문화를 지니고 있어 그것이 국민정신의 지주가 되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국민이 숭앙할 만한 심벌이 없다. 아쉬운 대로 이승만 박사라도 그렇게 욕심만 부리지 않고 적당한 시기에 후퇴하여 국민적 숭앙의 대상으로 남아 있었던들 나라가 이렇게 정신적으로 메마르지 않았을 게 아닌가? 남산 중턱에 이박사 동상이 그대로 남아 있어 그곳에 더러 찾아가는 국민들이 있을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