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보다 가까운 우방으로


보다 가까운 우방으로


    누가 뭐라든 미국이 한국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 함에 미국의 민간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없어져가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가 없다. 미국은 한일회담이 성공되더라도 대한원조는 끊지 않는다고 공식으로는 말하고 있으나 언젠가는 대한원조를 끊는 방향으로 지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그것은 10년 전부터 생각해 왔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한국은 언제나 그 원조가 계속될 것이려니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해왔던 것이다. 미국이 대한정책을 이런 방향으로 밀고 가는 것은 미국의 전반적 세계정책의 일부분으로서 어쩔 수 없겠지만 적어도 미국이 한국에 걸었던 기대가 어긋났다는 데도 원인의 일부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목표는 한국에 민주정치체제의 확립과 자유자본주의 경제질서의 확립이었다. 그러나 이 두 가지의 목표는 한 가지도 달성되지 못했고 한국은 미국 위정자들에게 '골치 아픈 존재'가 되어버렸다. 정치적으로는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비정상적인 정권교체, 특히 5·16 군사쿠데타는 더욱 그들의 기대를 허물어뜨렸다. 이러한 정변의 부작용에서 오는 경제적 불안정은 그들의 원조의욕에 유형무형으로 악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미국의 권력은 1년 총예산규모가 시카고 시 예산(6억 달러)의 2분의 1도 못되는 한국을 도와주는 데 인색할 정도는 아니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내가 본 미국의 농장마다에는 농산물가격보호와 잉여농산물 처치곤란으로 정부로부터 보상금을 받고 생산을 억제하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땅을 놀리고 있었다. 석유에서도 정부의 통제로 생산을 억제하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그러한 생산의 억제는 그들의 종합적인 경제계획에서 이루어진 것이겠지만 흉년이 져서 잉여농산물을 받아올 때마다 한국은 더 달라고 하고 미국은 적게 주려 하는 꼴을 보아왔던 나는 그러한 방향으로 생각을 몰고 갈 수밖에 없었다. 정치적 불안정이 미국의 민간자본가들의 한국에 대한 투자의욕을 상실하게 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만난 몇몇 미국의 사업가는 한국의 정치불안 때문에 투자할 의욕이 없다고 명백히 했다. 버몬트에서 유전과 정미소 등 많은 업체를 가지고 있는 카펜터 씨는 월남에 공장을 하나 건설했다가 그곳의 정치불안 때문에 골탕을 먹는다면서 정치가 불안한 지역에는 아주 질색이라고 고개를 흔드는 것이었다. 마이애미에서 만난 한 사업가는 중국 본토에 비행기공장을 갖고 있다가 중공이 밀고 내려오는 바람에 빼앗겼고, 쿠바에 비료공장을 갖고 있다가 카스트로에게 빼앗겼다는 것이었다. 나는 한 나라의 정치불안이 이처럼 그 나라의 발전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껴본 적이 없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정치를 안정시켜 국민의 단결된 모습을 보여 외국인들이 투자의욕을 높여야겠다. 미국이 원조를 자꾸만 줄여가는 마당에 민간자본이라도 도입해서 이 나라 경제자립을 이룩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그릇된 관념을 시정하고 보다 긴밀한 우방을 많이 만들어 국제사회에서 어깨를 나란히 해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