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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의 고민 흑백 싸움


최대의 고민 흑백 싸움


    세계에서 최대의 번영을 누리는 미국이지만 암흑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민주정치의 최선진국임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민주주의의 기본이 되는 평등원칙이 유린되고 있으니 그것이 흑백인종분규이다. 백인작가 윌리엄 포크너는 '서서히 행동하라. 이성을 잃고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말라'고 경고한 데 반하여 흑인작가 제임스 볼드윈은 '노예로서 2백년을 보내고 유사자유(類似自由)라는 명목 속에서 90년을 보내고도 서서히 행동하라는 충고를 지상의 충고로 생각하기는 곤란하다'고 반박함으로써 벌어졌던 논쟁이 말해주듯이 흑백분규는 끝이 없는 듯했다.

    90년전 링컨은 흑인들을 노예신분에서 해방시켰고 케네디 대통령이 만든 민권법이 지난 7월 2일 존슨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되었지만 특히 남부지방의 백인들의 흑인에 대한 박해는 여전하다. 이에 대한 흑인들의 저항 또한 이성을 잃고 있다. 흑인들은 '서서히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 흑인들은 도처에서 파괴적인 행동을 일으켰다. 그러나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군대를 동원할 수도 없어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백인과 흑인 사이에는 평화롭게 같이 살 수 없을 정도로 거리가 먼 것같이 보였다. 흑인들은 뒤틀린 감정 때문인지 사회질서를 지키지 않고 있었다. 나도 미국에서 여러번 경험한 바이지만 교통규칙을 위반하는 사람은 거의 모두가 흑인이다.

    미국은 레이디 퍼스트의 나라다. 차를 몰고가다가 여자가 운전하는 차가 뒤에 따라오면 비켜줘야 하는 미풍이 있다. 그런데 요즘에는 여기에 하나 더 붙어 새로운 미풍 아닌 악풍이 생겼다. 그것은 레이디 퍼스트 아닌 니그로 퍼스트라는 것이다. 흑인 자동차는 앞에 보내주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흑인들은 교육수준이 낮은 데도 이유가 있겠지만 도대체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을 뿐 아니라 범죄행위는 도맡아 한다. 작년 4월의 통계를 보면 워싱턴 시의 범죄발생건수 중 80%는 흑인들이 저질렀다고 한다. 특히 워싱턴 시에 흑인들의 범죄가 많아 백인들은 자꾸만 다른 곳으로 이주해감으로써 워싱턴에는 흑인이 늘고 백인은 줄어간다. 여인들이 밤거리를 자유롭게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워싱턴은 범죄의 도시처럼 됐다고까지 표현하는 정도다. 어쨌든 백인들이 자꾸 워싱턴을 떠남으로써 워싱턴은 더욱 어려운 문제가 생긴다. 기업체와 공공기관도 백인들을 따라 나가기 때문에 워싱턴 지역의 세입이 줄고, 따라서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케네디 대통령이 말했듯이 미국이 세계에 자랑해야 할 도시 워싱턴이 이러한 고민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흑백간의 대립이 심한 곳은 역시 남부이다. 나는 남부의 흑백분규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시카고에 본부를 둔 흑인차별대우반대 학생단체를 찾아 학생지도자들을 만났다. 그 단체에는 백인학생들도 많았다. 그들의 말을 들으면 미시시피주 어느 지방에는 이번 대통령선거에 있어서 흑인유권자가 15,000명이고 백인유권자가 11,000명인데 백인유권자는 9,000명이 등록됐으나 흑인유권자는 백인들의 등록방해로 300명밖에 등록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단체의 학생들은 각 지방에 나가 유권자등록을 하도록 운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미시시피주는 지금도 흑인탄압이 전국에서 가장 심한 곳이며 흑인학생 3명이 행방불명된 사건도 여기서 일어났다. 이 단체의 학생의 말에 의하면 옛날에는 이곳에서 흑인여인이 어린애 셋만 낳으면 사생아로 취급해서 그 이상 못 낳도록 생식기 수술을 당국이 강제로 해버렸다고 한다. 흑인들은 혼인신고를 잘 안했다는 것을 이유 삼아서 이런 박해를 했다는 것이다. 미시시피 주에서의 흑백분류는 민주당전당대회에까지 번졌었다. 미시시피주의 민주당은 주 대의원단을 백인만으로 구성하여 애틀란틱 전당대회에 파견했던 것인데 흑인들은 그들대로의 대의원단을 보내서 데모를 벌였다. 흑인대의원도 참석시키라고 데모를 벌인 것이다.

    1. 대회자격심사위원회는 민주당 대통령후보 지지를 조건으로 백인대의원들에 대회출석을 인정한다.

    2. 흑인대의원단은 옵서버로 참석할 것을 인정하되 그 중 2명에게만 투표권을 준다. 단 다음 전당대회(1968)까지는 대회규약을 개정하여 각주 민주당은 인권, 종교, 그밖의 어떠한 차별도 없이 대의원단을 조직한다.

    이러한 타협안을 냈던 것이다. 그러나 이 타협안은 백인이나 흑인이 다같이 거부하여 미시시피주 대의원은 대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알라바마주에서는 주지사가 흑인지위를 높이는 민권법에 불만을 품고 존슨 정권에 반기를 들어 11월 선거에서 존슨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을 기세를 보였다. 전당대회의 자격심사위원회는 알라바마주 대의원들에게는 민주당 정부통령후보를 지지한다는 서약서를 미리 받고 대회에 참석시키기로 했는데 36명 대의원 중 서명한 대의원은 겨우 10명 정도였다. 이와 같은 흑백분규는 가까운 장래에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미국 1억 7천만명 중 흑인의 수는 2천만에 달하는데 증가율은 흑인이 훨씬 많다. 흑인들은 연년생으로 아이를 낳지만 백인들은 산아조절을 하기 때문에 흑인들의 수가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 어느 흑인작가가 말했듯이 어느 시기엔가는 '흑인문제'가 '백인문제'로 바뀔 날이 오지 않는다고 보장 못하게끔 되어가고 있다.

    오늘날 미국을 지배하는 백인들은 흑인문제가 공산주의에 못지 않게 큰 고민거리다. 링컨이 노예해방전쟁을 일으킨 지 백 년이 다 돼 가는 오늘날 흑인문제는 여전히 심각해지고만 있으니 케네디가 민권법을 제정한 지 백 년이 될 때쯤에 가서는 미 대륙에는 흑인수가 백인보다 많아질지 모른다. 그래서 그때는 흑인대통령이 나오지 않는다고 단정하지 못할 일이고 보면 그때는 흑인문제가 백인문제로 제목이 바뀐다고도 예언할 만한 것이다. 어쨌든 흑백분규는 오래오래 미국의 고민거리로 남을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