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시아정책은 비공산주의 제국에 강력한 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확립한 경제적 사회적 구조를 강화하며 중공세력의 공세에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아시아에 구축해 주는 것일 것이다. 그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일본을 중심으로 하여 구상하고 있을 것은 분명하다. 미국이 오늘의 일본의 능력을 크게 평가하고 있는 것을 나는 여러 번 들었다. 적어도 일본은 중공세력을 견제할 만한 실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아시아에서 중공과 맞설 수 있는 세력은 일본이라는 상정 밑에서 아시아의 방위정책을 구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중공의 핵실험성공 이후 일본의 재무장론이 대두하고 있는 것을 한국은 주목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아시아방위정책이 논의되고 있는 때에 미국의 지식인들 사이에는 위험한 사고방식이 노출되고 있음을 특히 경계해야겠다. 더욱이 전 주소대사를 지냈고 외교학자인 조지 캐넌 씨가 포린 어페어즈(10월호)에 기고한 「일본의 안전보장과 미국의 정책」이라는 글은 위험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대일강화조약에 대한 미국의 기본적 이념은 ① 일본이 공산주의 세력으로부터 침략적 위협을 받고 있으므로 그러한 위협을 배제하기 위해 미군이 항구적으로 일본에 주둔해야 하고 ② 한국에 있어서 미군 세력의 어떠한 후퇴도 공산측의 즉각적인 적대행위를 초래할 것이며 한국의 안전보장은 일본의 안전보장에 긴요하고 일본에 있는 미군기지들은 일본본토의 방위뿐 아니라 한국의 안전지원을 위하여도 필요하며 ③ 일본으로 하여금 미군의 일본 주둔이 일본 본토와 인접 제국의 안보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느끼게 해야 할 것 등등이었다. 그러나 그 후의 추세는 이러한 상념이 전부 과오였음을 입증하였다. 왜냐하면 소련도 중공도 일본에 대하여 어떠한 군사적 계획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한 계획은 모스크바 당국에게는 하나의 모험에 불과한 것이고 중공으로서는 미소간의 분규에 개입할 의사가 없으며 미국의 공산경제에 대한 지배욕망이 크기는 하지만 그로서 군사적 직접행동으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캐넌 씨의 이 글은 사견에 불과하지만 영향력있는 학자가 그러한 글을 발표했다는 데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극동에 있어서 더욱 강력한 방위체제를 구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미군이 주둔하는 가치에까지 이의를 제기하여 한국의 방위문제를 극히 소홀히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과 중공간의 관계를 밀접하게 조성할 것을 제의하고 한일간의 계속적인 긴장상태는 미국의 대한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고케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 같은 이는 캐넌 씨의 소론을 사견으로 돌리고 한국의 진정한 우방인 미국이 한일관계의 정상화를 바라는 것은 양국이 공통적 이익이 되기 때문이라고 안심을 시키고 있지만 어쨌든 한국은 미국의 극동정책이 이러한 방향으로 오도되는 것을 막도록 각별한 외교활동을 벌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6·25 전 미국이 한국을 극동방위권외로 설정함으로써 공산침략을 자초했던 일을 상기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생각나는 것은 일찍이 구한말에 당시의 데오도 루즈벨트 미국대통령이 한반도에서의 일본의 우위권을 인정한 태프트-가츠라 조약을 맺어 일본으로 하여금 한국병합의 길을 열어주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에 비친 한국의 중요성은 일본에 견주어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일본의 한국병합에 방조적 역할을 했던 것이다. 미국은 일본의 중요성을 강조한 나머지 또 다시 이와 같은 과오를 범하지 말기를 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