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일회담에 대한 태도를 이해하는 데는 내가 미국에서 만난 바 있는 코네티컷주 출신 상원의원(민주당) 도드 씨가 9월 11일 상원에서 행한 다음과 같은 발언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미국무성도 주권국가인 한일양국이 국교정상화에 합의하고 경제, 정치, 문화적 협조를 위한 길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미국의 희망을 피력한 바 있다. 우리는 국무성의 이러한 공표를 환영한다. 왜냐하면 한일간의 화해는 그 지방의 경제, 정치적 안정의 관건이기 때문에 한국의 개발계획에 일본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일본과의 화해보다 한국에 유리한 것은 없을 것이다. 지리적 접근과 과거의 경험으로 말미암아 일본은 한국경제의 근대화에 긴요한 기술적 원조와 직접투자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어느 나라보다도 유리한 위치에 있다. 또한 한일양국이 과거의 적대관계를 청산하지 못하는 한, 그 지역에 대한 중공의 침략에 대한 합리적 방어는 불가능할 것이다. 구적(舊敵)이 든든한 벗이 될 수 있음은 불독협상(佛獨協商)의 발전이 극적으로 실증한 바 있다. 한일양국은 이들 유럽의 2대강국이 보여준 선례를 따를 것을 기대한다.'
다른 많은 미국의 지도자나 시민들도 그랬지만 이와 같은 도드 의원의 발언은 한국의 대일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그들에게 그것을 희망한다는 것은 국제관계에 있어 관념이나 감정보다 실리를 더욱 중시하는 오늘날의 세계적 경향하에서 더욱 어려운 일이다. 미국이 한일회담타결을 희망하는 이유는 단순한 한일관계의 정상화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고 그들이 아시아에서 지향하려는 공산세력으로부터의 방위문제까지 함께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드 의원도 한일간의 국교정상화가 중공의 침략으로부터 방어하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도드 의원의 견해는 한국의 대일감정이나 평화선(平和線)에 대한 일본의 공공연한 침범과 같은 복잡한 사정을 충분히 이해 못하고 있긴 하나 그러한 발언의 저류나 미국 정부 당국자의 한일정상화 촉구정책은 그들의 종합적인 아시아 특히 극동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한국은 깊이 인식해야 할 것 같다. 미국의 어느 국회의원은 사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은 이제 인구로 중공의 70분의 1이고, 영토로 천 분의 3인 대만의 국민정부를 중국의 대표정권이라고 우기기에는 무리가 간다. 따라서 불원 미국은 대만의 안전이 보장되는 선에서 중공을 승인하고 중공의 유엔가입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만일 중공의 유엔 가입으로 그 국제적 지위가 높아졌을 때 일본은 한국에 대해 보다 냉담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일본은 중공이라는 커다란 시장에 구미를 돋굴 것이다'라고. 미국정계에서는 이미 중공을 유엔에 가입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외교정책수립에 중요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상원 외교위원장 풀브라이트 의원 같은 사람은 벌써 지난 3월 15일 상원에서의 연설을 통해 '중국은 하나의 중국이라야 한다. 그리고 그 하나의 중국은 본토를 지배하는 중국이라야 한다. 대만의 중국이 생명만 유지된다면 중공을 승인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 정계에서는 미국이 후르시초프 시대에 미소간의 부단한 접촉으로 세계의 냉전을 완화시켰던 사실을 상기하고 중공의 경우도 따돌려놓고 깡패같이 말썽을 부리도록 하기 보다 차라리 그 존재를 인정해주고 외교적인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평화를 위해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미국의 어느 정치인은 귀띔해주었다.
그러나 다시 집권한 민주당은 그 선거강령에서 분명히 중공의 유엔가입을 반대한다고 못을 박아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