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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명을 향하여 자신과 용기를....

새로운 문명을 향하여 자신과 용기를....

     존경하는 사도브니치 총장! 교수와 학생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나의 러시아 방문은 이번으로 세번째입니다.

     나는 러시아를 방문할 때마다, 이 모스크바대학을 방문했습니다. 1989년 6월, 이 대학을 처음 방문했을 때, 나는 이 대학의 창립자 흉상아래 새겨져 있는, 다음과 같은 송시(頌詩)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우리 조국 러시아는 플라톤과 같은, 그리고 뉴톤과 같은 훌륭한 철학자와 과학자를 많이 배출하게 되리라."

     과연 모스크바 대학은 세계의 진보와 인류의 역사를 풍요롭게 한 지성의 요람이 되었습니다. 벨린스키, 체호프, 투르게네프와 같은 빛나는 지성이 이 대학에서 나왔습니다. 오늘 수여받은 명예박사학위로, 모스크바 대학과 깊은 인연을 맺게 된 것을, 나는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친애하는 교수와 학생 여러분!

     나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1년동안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을 방문했습니다.그 나라 지도자들과 새로운 세계질서와 21세기의 문명적 변화에 대하여, 그리고 나의 조국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평화에 대하여 진지하게 협의했습니다.

     이제 나는 같은 목적으로, 그리고 21세기를 향한 한국과 러시아의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하여 러시아연방을 공식 방문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러시아는 1884년 통상조약을 맺는 것으로 공식관계를 시작했습니다. 1910년 한국이 일본에 강점될 때까지, 러시아는 한국의 자주독립을 지키기 위해 애써준 우방의 하나였습니다.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였던 시절, 러시아는 한국의 독립을 지지하고 또 지원해 주었습니다.이렇게 한국과 러시아는 냉전시대의 단절을 제외하고는 우호와 협력의 관계를 지속해 왔습니다.

     한국인들은 러시아 문호들의 명작을 통하여 아름다운 모스크바, 그리고 러시아의 문화와 전통을 잘 알고 있습니다.톨스토이의 인도주의에 깊은 감명을 받고 있습니다.차이코프스키의 음악을 통하여 러시아 국민과 예술적 영감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참가한 소련 선수들은 한국국민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볼쇼이 발레단, 모스크바 교향악단 등의 공연이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와 찬사를 받았습니다.

     냉전시대의 산물인 한국전쟁과 1983년 KAL기 격추사건 등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두나라 국민은 어두웠던 과거에 집착하기 보다는, 밝은 미래를 여는데 주저하지 않고 있습니다.관계가 정상화된지 4년도 안되었지만, 두 나라 사이의 교류는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청년 학생 여러분!

     세계는 지금 급속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분명한 것은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하는 민족은 시대의 패배자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1980년대 말, 바로 모스크바로 부터의 개혁과 개방에서 비롯됐습니다.민주주의와 탈(脫)이데올로기가 돌이킬 수 없는 세계사의 흐름으로 되고 있습니다. 냉전의 시대가 가고 화해와 협력의 시대가 온 것입니다.지역간 정치·군사대립이 사라지고, 국가간에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경제와 과학기술, 그리고 문화에 있어서 하나의 인류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21세기를 향하여 새로운 문명이 태동되고 있는 것입니다.새로운 문명은 각 민족의 저력과 문화적 전통이 그 토대가 될 것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나는 러시아가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나폴레옹과 히틀러의 침략을 저지한 러시아는 세계평화의 마지막 보루라는 긍지와 저력이 있습니다. 러시아는 인류의 정신문화와 예술을 보다 값지게 만든 위대한 전통이 있습니다.지금도 러시아는 자원고갈시대의 자원부국이며, 기술전쟁시대의 첨단기술대국입니다.무한한 잠재력과 불굴의 정신을 가진 위대한 국민이 있습니다.

     세계와 인류는 강력한 러시아, 안정된 러시아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러시아를 여러분이 창조하고 건설해야 합니다. 이 대학 출신이며, 러시아가 낳은 위대한 사상가인 헤르짼과 오가료프는 1827년 여름, 바로 이 대학이 서 있는 언덕에서, 해질 무렵의 모스크바 시내를 바라보면서, 조국을 위해 젊음을 불태울 것을 맹세했다고 들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이 언덕위에서 그러한 꿈을 다짐하리라 믿습니다.청년의 꿈은 국가와 민족의 꺼지지 않는 생명력입니다.꿈이 있는 민족은 어떠한 역경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러시아의 쌍독수리 문장(紋章)은, 서쪽인 유럽과 동쪽인 아시아를 지향하고 있습니다.러시아는 유럽국가이면서 동시에 아시아 국가입니다. 서구의 어떤 학자는 21세기를 「문명충돌의 시대」로 예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와같은 갈등과 투쟁의 역사가 반복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 국민은 서구문명과 동양문명, 그리고 이슬람 문명을 수용하여 독자적인 문명을 꽃피웠습니다.러시아 국민들은 문명간의 상호이해를 「머리」로서가 아니라, 오랜 세월을 통해 「가슴으로」, 그리고 「삶으로」 체험해 왔습니다. 러시아는 바로 이같은 문명충돌의 위기로 부터 인류와 세계를 구원할 평화의 사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동쪽으로 아시아·태평양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나는 러시아가 한국과 더불어 서로 협력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시대를 함께 열어나갈 것을 제의합니다. 러시아 국민의 위대성과 무한한 잠재력이 결합되어러시아의 영광을 노래할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나는 오늘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러시아가 다시 웅비하는 날, 세계는 새로운 문명의 창조를 보게 될 것입니다."

     교수와 학생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한국과 러시아는 짧은 기간 동안에 아주 훌륭한 관계발전을 이룩해 나가고 있습니다. 두나라 사이의 보완적인 협력관계는 날로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분단과 전쟁이라는 최악의 조건속에서도 한국은 한 세대안에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모두 성취했습니다.한국의 민주주의는 30여년만에 출범한 문민정부와 더불어 본 궤도에 들어섰습니다.나는 냉전적 군사문화 청산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감한 변화와 개혁을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한국은 조선, 자동차, 전자, 철강 등 주요 업에서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세계 유수의 공업국가가 되었습니다.한국의 독특한 발전경험은 러시아에게 유익한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에게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러시아의 협력이 필요합니다.북한 핵문제의 해결은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새로운 한·러 관계, 새로운 아시아의 평화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필수조건입니다.나는 북한이 개혁과 개방이라는 세계사의 큰 길로 나오도록 하기 위해 러시아와 협력해 나가고자 합니다. 또한 시베리아 개발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번영을 위한 양국간의 경제협력과 기술협력도 필요합니다.

     한국과 러시아의 협력은 유라시아 협력의 아름다운 가교(架橋)가 될 것입니다. 한국과 러시아의 협력은 동서문명을 창조적으로 융합하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러시아의 협력은 21세기 평화의 세계문명 창조를 위한 역사적 도정(途程)입니다. 러시아와 한국의 속담에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했습니다. 나는 어려울 때일수록 두 나라 국민의 우정과 협력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믿습니다.

     청년학생 여러분!

     나는 여러분들이 한국의 청년들과 우정과 협력의 아름다운 꿈을 키워나가기를 바랍니다.한국인과 한국사회, 그리고 한국문화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 바랍니다. 1천여명의 한국 학생들이 이 대학을 비롯한 러시아의 여러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한국에는 러시아를 공부하는 학생이 30여개의 대학에, 3천 5백여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것은 한국의 젊은이들이 러시아의 전통, 러시아의 정신과 문화, 과학과 기술에 그만큼 애정과 관심이 많다는 증거입니다.이같은 사실은 한국과 러시아 협력의 밝은 내일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나와 한국정부는 한국과 러시아간에 학술문화 교류에 깊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나는 러시아와 한국의 청년들이 동(東)과 서(西)를 뛰어넘는 새로운 문명을 창조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끝으로, 어려울때마다 내가 즐겨 낭송했던, 러시아의 위대한 국민시인, 푸시킨의 시 구절을 여러분과 함께 음미하고자 합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지 마라, 성내지 마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옴을 믿어라.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오늘은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한 순간에 지나가는 것
     지나간 것은 또 다시 그리워지는 것을....

    우리 모두 새로운 문명, 저 밝은 미래를 향하여 자신과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갑시다.

    감사합니다.

    (모스크바대학 명예박사학위 수여식 연설문, 1994. 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