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적 명성과 전통에 빛나는 이 대학이 나에게 주신 영예를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특히 존경하는 정치선배였던 신익희, 김성수 선생이 공부한 바 있는 이 대학에서 명예로운 학위를 받게 된 것을 더욱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여러분께서 저를 와세다 동창의 한 사람으로 맞이해 준 데 대하여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형설의 노력 끝에 학위를 받은 졸업생 여러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나는 야당 정치인 시절인 1985년에 이 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그때 방문기념으로 「대도무문」이라는 글을 써 주었습니다. 당시 대학 관계자들은 와세다 대학에 교문이 없는 것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했습니다. 나는 그때 이 대학에 문이 없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그렇지만, 와세다 정신은, 당당하고 떳떳하게 나가면 거칠 것이 없다는 「대도무문」이라는 나의 좌우명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로부터, 저는 와세다人과 정신적 同志라는 생각을 가져 왔습니다. 그때 쓴 글이 아직도 이 대학에 비치되어 있는데 대해 저는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와세다 대학은 현대 일본의 인재양성의 요람이었으며, 과학과 문화의 산실이었습니다. 이 대학의 창립자 오오꾸마 시게노부(大 畏重信) 선생은「학문의 독립」과 「정신의 독립」을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그의 정신을 이어받은 와세다人들은 높은 이상을 추구했으며,진취적 정신을 지녔습니다. 그리하여 이 대학 출신들은 日本 近代化의 役軍이 되었습니다.전쟁의 폐허 위에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대국을 건설하는 주역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가장 많은 한국 유학생들이 와세다를 선택했던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졸업의 영광을 차지한 와세다人들을 바라보면서,나의 졸업 당시를 회상하게 됩니다. 당시 한국은 전쟁의 와중에서 모든 것이 암울했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젊은이들이 그러했듯이, 나는 자유와 평화,그리고 번영에 대한 꿈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꿈을 실현하고자 25세의 나이로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그로부터 40년 가까이, 나는 「대도무문」의 정신으로 국민과 함께 달려왔습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자유와 정의를 위해서 어떠한 난관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자유와 정의없이는 참된 번영과 행복이 있을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를 꽃피우기 위한 한국 국민들의 희생과 고통은 매우 컸습니다. 나와 나의 동지들도 숱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지난해 우리는 마침내 정통성있는 문민정부를 수립하게 되었습니다.이제, 한국은 정치와 경제 등, 모든 면에서 신흥 공업국의 선두에 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분단과 전쟁을 겪으면서, 한세대 안에 그러한 성공을 거두었기에 더욱 보람찬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년간 한국 국민은 희망찬 전진을 해 왔습니다.모든 분야에서 과감한 변화와 개혁이 추진되었습니다. 국제화, 개방화로 넓은 세계,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한국의 정치와 경제는 이제 성숙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국 국민은 제도개혁에 이어 의식개혁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이러한 정신개혁은 여러분과 같은 젊은세대에서 더욱 빠르고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우리는 지금 세기적인 격변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세계는 더욱 좁아지고, 국경의 문턱은 더욱 낮아지고 있습니다. 나라와 나라간에 교류가 많아지고 협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의 변화를 되돌아 본다면, 앞으로 5년 10년동안, 얼마나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날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수반된 도전도 만만치 않습니다.인구는 늘어나는 반면, 자원은 고갈되고 있습니다.환경오염이 증가되어 우리 모두를 위협하고 있습니다.혼란과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국지적인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우리 모두의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구가족은 운명공동체가 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계는 기존의 가치체계와 질서를 무력화시키고 있습니다. 국가 중심주의로는 인류복지에 기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자기나라의 안녕과 번영도 보장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더 넓게, 더 멀리 바라보아야 합니다.새로운 세계, 새로운 문명에 대한 꿈을 가져야 합니다.여러분과 같은 지성인과 젊은세대에게 높은 리상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공동 번영의 정신으로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더욱 가까워지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 모두가 편견을 버리고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하겠습니다. 역사상 많은 비극이 편견에서 비롯되었습니다.편견은 진실의 눈을 가립니다. 민족우열 의식도 편견에서 나온 것입니다. 세계 도처의 분쟁도 민족적, 종교적 편견 때문입니다. 우리는 또한 평화에 대한 확고한 설계를 해야 합니다. 핵무기와 전쟁의 공포가 없는 세계를 지향해야 합니다.그런 점에서 북한의 핵 투명성 보장은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아·태시대의 평화와 번영을 여는 관건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 투명성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을 계속 외면하고 있는 것은, 한반도와 아·태지역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는 불행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핵없는 평화를 반드시 실현시켜야 합니다. 인류 최초로 핵폭탄의 희생자가 되었던 여러분의 부모님들이 겪었던 비극이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됩니다. 인류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군비증강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군비축소를 위한 경쟁이 일어나야 합니다.폭넓은 안보대화를 통해 분쟁을 예방해야 합니다.전쟁의 참화를 몸소 겪은 한·일 양국 국민이 앞장서나가야 합니다.
나아가서, 우리는 새로운 문명에 대한 비전을 세워야 합니다. 세계 모든 지역이 빈곤과 질병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합니다.하나뿐인 지구환경은 보존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문명은 오오꾸마 시게노부 선생의 말처럼,동·서 문명의 조화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문명의 창조적 융합」을 지향해야 합니다. 새로운 문명의 먼동이 터오고 있습니다.역사의 물결은 「철의 장막」,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습니다.이러한 역사조류에 역행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역사의 위대한 힘을 믿는 나는 멀지않은 장래에 한반도의 통일도 반드시 실현되리라 믿습니다. 아시아에도 서구에 못지않은 평화와 번영이 충만하게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일본 국민 여러분!
서새동진의 근세 100년 동안 아시아는 충격과 혼란의 와중에 휘말리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아시아는 서구문명을 따라가는데 급급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세계의 중심무대는 태평양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동아시아가 세계人의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습니다. 아시아인들은 이제 스스로를 돌아보고, 아시아를 다시 평가해야 합니다. 새로운 아시아, 새로운 세계를 함께 설계해 나가야 합니다. 아·태지역은 넓고 다양하며,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가장 역동적인 경제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풍부한 문화전통을 지고 있습니다. 아·태시대를 열어나가는데, 일본과 한국의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일본과 한국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2대 가치에서 아시아의 선두국가임을 자부할 수 있습니다.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고 있는 한·일 양국은 상호보완적 동반자 관계를 열어나가고 있습니다.지금이야말로 한·일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양국 국민은 과거의 편견을 씻어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역사의 진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역사의 교훈을 용기있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는 민족은 똑같은 과오를 되풀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신뢰의 바탕 위에 보람찬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 과거의 감정에 얽매이지 않은 양국 젊은이들이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양국 젊은이들이 손잡고 나간다면, 아·태지역의 미래는 더욱 평화롭고, 더욱 풍요롭게 될 것입니다.우리의 미래는 양국 청년들의 결의와 실천에 달려 있습니다. 일본과 한국 사이에 둥근 바다가 있습니다.둥근 바다는 평화와 협력을 상징합니다. 「평화와 번영의 태평양」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이 둥근 동해를 먼저 「우정과협력의 호수」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 한국을 잘 알고 한국인과 깊은 유대를 가진 와세다인이 앞장서야 합니다.
와세다인 여러분!
냉철한 지성과 높은 력사의식을 가지고 한국의 젊은이들과 함께, 밝은 미래를 열어주기 바랍니다.
끝으로, 오늘 저에게 주신 영예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와세다 대학의 무궁한 발전과 여러분의 전도에 영광이 있기를 바랍니다.
경청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 와세다대학 학위수여식 연설문, 1994. 3.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