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비장한 각오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저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직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서만 힘써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으로서 이 나라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이 역사적 사명이라고 믿습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참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한때 10 퍼센트 이상 성장하던 우리 경제가 작년 하반기에는 3 퍼센트 성장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하루에 30 개나 되는 중소기업이 도산하고 있습니다. 아무도 힘든 일은 일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국제경쟁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경제발전은 중단되고 있습니다.
세계는 바야흐로 경제전쟁, 기술전쟁의 시대입니다.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해 있습니다. 모든 나라가 경제적 실리 추구를 국가의 최고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제가 대통령 취임사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도약하지 않으면 낙오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엄숙한 민족 생존의 문제입니다.
우리 경제는 참으로 어렵고 우리를 둘러싼 여건은 냉엄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다 함께 힘을 모아 그것을 극복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습니다. 일부 공무원은 정신적 패배주의와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있습니다. 기업가들은 자신감을 잃고, 정부의 도움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국민 가운데는 이 어려움을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직도 내 몫만을 요구하는 풍조가 남아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경제난국의 책임을 그 누구에게 돌릴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 모두 다 같이 우리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국민적 합의라고 저는 믿습니다.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저는 ‘신경제’를 제창하고자 합니다.
신경제는 과거와는 다른 경제를 말합니다. 지시와 통제 대신에 참여와 창의가 바탕이 되는 경제입니다. 기업의 활동을 억제해 오던 많은 규제들이 대폭 줄어든 경제, 기업활동이 자유로운 경제가 바로 신경제입니다. 땀흘린 만큼 열매를 거둘 수 있는 경제, 사회정의가 실현되는 경제가 바로 신경제입니다. 모든 국민이 함께 일하고, 함께 보람을 느끼는 경제입니다.
신경제 건설을 위해서는 재정과 금융, 그리고 행정의 개혁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균형을 높이는 재정개혁, 실질적인 자율화를 추구하는 금융개혁이 필요합니다. 서비스 기능을 강화하는 행정개혁이 중요합니다. 금융실명제도 반드시 실시하겠습니다. ‘신경제’ 건설을 위해서는 경제 주체들의 의식개혁도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자기 혁신 없이는 어떠한 개혁도 성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공직자들의 자기혁신이 중요합니다. 저는 경제정책의 수립과 집행에는 자율성·일관성·투명성, 이 세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율성이란, 경제운영의 결정권을 가능한 한, 정부로부터 민간으로 넘겨 주자는 것입니다. 일관성이란, 정부의 경제정책이 어떠한 경우에도 이랬다 저랬다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투명성이란, 경제정책의 결정과 집행과정이 투명해서, 의혹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 모두 침체의 늪에 빠진 이 나라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웁시다. 저는 ‘신경제’를 건설하는 데 5 년의 임기를 모두 바칠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위해 ‘신경제 5 개년 계획’과 ‘신경제 100 일 계획’을 세워 실천에 옮기고자 합니다. 신경제 5 개년 계획은 제가 5 년 동안 추진할 경제정책의 청사진이 될 것입니다. 신경제 5 개년 계획의 대강은 이렇습니다.
첫해인 금년에는 무엇보다도 국제경쟁력을 회복하고,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데 힘쓰겠습니다. 신경제의 기틀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제도개혁과 의식개혁도 새로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내년에는 경제활동과 관련한 제도개혁을 마무리하겠습니다.
3 차년도인 ’95 년에는 본격적인 국제。를 추진하는 데 중점을 두겠습니다. ’95 년이 끝날 무렵 우리 경제는 한 차원 높은 발전을 이루어 정상 궤도에 올라설 것입니다.
4 차년도인 ’96 년에는 주택·환경·교통·노인·복지 문제 등 국민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5 차년도인 ’97 년에는 ‘신경제’의 목표를 모두 달성하고, 마무리를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서, 저의 임기 5 년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룬 시기였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자 합니다.
국민 여러분 !
우리 속담에 시작이 반이라고 했습니다. 5 개년 계획의 성패는 1 차년도인 금년, 특히 첫 100 일 동안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 시작하는 우리의 자세, 우리의 열정, 우리의 결단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신경제 100 일 계획’을 세웠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꼭 해야 할 중점과제는 일곱 가지입니다.
첫째,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일입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활동이 활기를 되찾게 하겠습니다. 그것을 위해, 투자활동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습니다. 경기부양 효과가 큰 공공투자사업은 가급적 앞당겨 시행하겠습니다. 공금리를 추가로 인하하겠습니다. 통화도 신축적으로 관리하겠습니다.
둘째,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통해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도록, 최대한의 자금을 투입하겠습니다. 중소기업 지원제도를 단순명료하게 체계화하겠습니다.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각종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배로 늘리겠습니다.
셋째, 과학기술투자를 대폭 늘리겠습니다. 특히, 산업현장에서 기술개발이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기술개발을 막는 모든 원인을 제거하고, 연구의 효율성을 높여 나가겠습니다.
넷째, 국민들의 경제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행정규제를 빠른 시일 안에 풀겠습니다. 법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사항은 즉시 시행하겠습니다.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준비기간을 거쳐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하겠습니다. 관행에 따라 행해지던 규제도 철폐될 것입니다.
다섯째, 농어촌 구조개선 사업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겠습니다. 농어민이 주체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자금규모만큼, 농어민이 그 혜택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하겠습니다.
여섯째, 서민들의 생활필수품 가격을 안정시키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서민들의 생필품에 대해서는 그 가격을 정부가 특별관리하겠습니다.
일곱째, 의식개혁운동을 시작하겠습니다. 공직자의 의식개혁운동을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관료주의와 권위주의를 씻어내야 합니다. 자율성·일관성·투명성이라는 경제정책원칙이 공직자의 의식 속에 뿌리내려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원칙이 몸에 배도록 의식교육을 실시할 것입니다. 우리 국민의 의식개혁운동은 민간주도로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일곱 가지 중점 추진사항에 대해서는 제가 직접 점검하겠습니다. 특히, 여러 가지 규제를 푸는 과제는 제가 직접 하나하나를 확인하겠습니다. 정기적으로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 민간기업이나 단체도 직접 방문하겠습니다. 결코 적당히 넘어가거나, 구호로 끝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이제 ‘신경제’로 도약하는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모두 고통을 분담해 주십시오. 정부가 앞장서겠습니다. 청와대 예산을 먼저 줄이겠습니다. 청와대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는 물론, 청와대의 식탁까지도 낭비요소를 철저히 없애도록 하겠습니다. 정부의 재정지출도 최대한 억제하겠습니다. 경상비 지출은 작년수준 밑으로 줄이겠습니다. 작고 생산적인 정부가 되겠습니다. 금년에는 공무원의 봉급을 올리지 않겠습니다. 정원도 늘리지 않겠습니다. 박봉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과 그 가족들에게는 참으로 미안합니다. 여러분의 애국적 헌신이 있어야만 정부가 모범을 보일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임기중에 여러분의 처우를 대폭 개선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이제 국민 여러분께도 당부 말씀을 드립니다. 먼저 기업과 개인 사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1 년간 제품가격과 서비스 요금을 올리지 말아 주십시오. 근로자의 고용안정에도 협조해 주십시오. 사업장이 사랑으로 가득찬 공동체가 되도록 해 주십시오. 대기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특별히 당부드립니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대기업도 살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을 살리는 협력관계를 만들어 주십시오. 자금결제 기간이 60 일이 넘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저는 정치자금을 포함해서 어떠한 이유로도 돈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규제를 풀고 절차를 줄이면 경제외적인 비용은 많이 줄어들 것입니다. 그 돈을 기술개발과 근로자의 복지향상과 그리고, 투자확대를 위해 써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주력업종으로 전문화해 주십시오.
근로자 여러분에게도 말씀드립니다. 앞으로 경제정의는 착실하게 실현될 것입니다. 그 동안 희생되어온 사람들은 보상받을 것입니다. 많이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양보하게 될 것입니다. 너무 내 몫만을 요구하지 맙시다. 경제를 살려야 내 몫이 있습니다. 기업과 더불어 발전하는 근로자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십시오. 금년에는 임금이 안정되게 해 주십시오. 물가안정은 정부가 책임지겠습니다.
농어민 여러분께서도 고통의 분담에 동참해 주십시오. 분담할 몫을 스스로 찾아 주십시오. 아울러 모든 국민 여러분께서도 앞으로는 건전한 소비생활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근검절약하고 열심히 일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눈물과 땀이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 국민 모두의 각성과 실천으로 경제를 살립시다.
국민 여러분.
대통령에게는 임금동결, 물가동결 등 비상한 정책을 쓸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이전에 그런 정책을 쓴 일도 있습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금 그것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저는 국민 여러분이 자발적으로 고통의 분담에 동참해 주실 것을 믿습니다. 이 길만이 신경제를 성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국민 모두가 나서서 고통을 분담할 때,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값진 보상이 골고루 돌아올 것입니다.
다시 한번 더 말씀드립니다. 우리 모두 한국경제 제 2의 기적을 창조합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모두 ‘신경제’를 향해 다시 뜁시다.
국민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