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의 가까운 우방, 필리핀을 방문하여 따뜻한 환영을 받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또한 라모스 대통령 각하의 우의에 찬 말씀에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나는 각하의 영도하에 「필리핀 2000」운동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에 대해 찬사를 보냅니다. 과감한 부패추방과 화합조치로 민주주의가 착실히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국민의 힘에 의한 필리핀 민주화는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세계 여러 나라에 희망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나 자신도 민주화 투쟁의 어려운 시기에 필리핀 민주주의의 승리로부터 한국 민주화에 대한 신념을 더욱 굳건히 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과 필리핀은 민주화의 동반자였듯이, 이제 개혁과 발전에 있어서도 동반자가 되고 있습니다.
대통령 각하!
우리 두 나라 관계는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혈맹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이 북한의 침략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청년장교로서 참전하신 라모스 대통령과 7천여 필리핀 장병들이 흘린 피와 땀은 오늘의 한국의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한국 속담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어려울 때 도와준 귀국을 결코 잊지 않고 소중한 친구로 여기고 있습니다.
대통령 각하!
우리 두 나라간의 경제적 교류와 협력은 매우 빠르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양국간 무역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기업의 필리핀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늘어가고 있습니다. 작년 기준으로 한국은 필리핀의 4번째 큰 투자국이 되었습니다. 양국 경제의 상호보완성을 고려할 때, 양국간의 경제협력은 밝은 미래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대통령 각하의 한국 방문은 필리핀과 한국간의 우호협력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고 믿습니다. 이번 나의 필리핀 방문이 두 나라간의 돈독한 우의를 재확인하고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더욱 촉진시키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나아가서 우리 두 나라는 이 지역 전체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계속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특히 한반도 안정과 통일을 위한 우리의 정책에 대해 귀국이 지속적인 지지와 협조를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저는 필리핀의 위대한 국민시인이자 정치가였던 호세 리잘이 일찌기 1세기 전에 지적했던 것을 상기하고자 합니다.
"필리핀 혁명은 칼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지성과 존엄성을 한껏 고양시키고, 목숨까지 바칠 정도로 정의와 공정, 그리고 고귀함을 높이 받드는 자세를 갖춤으로써 성취된 것이다."
저는 필리핀이 스스로 이룩한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필리핀 2000」계획이 반드시 성공할 것임을 확신합니다.
귀빈 여러분!
라모스 대통령 각하 내외분의 건강과, 필리핀의 무궁한 발전, 그리고 필리핀과 한국의 영원한 우호협력을 위하여 축배를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1994. 1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