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본 방문에서 나는 호소카와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주요 지도자를 만나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성숙한 한·일관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해 솔직한 의견교환을 했습니다. 호소카와 총리와 나는 한·일 양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공유하는 이웃나라로서 아시아·태평양 시대를 이끌어 가는데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한·일 두 나라가 하루빨리 다원적 선린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뒷받침할 실질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동북아시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긴요합니다. 우리는 세계사적인 탈냉전의 물결이 아직도 한반도에 충분히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유의하여야 합니다. 북한이 하루빨리 국제적 고립으로부터 탈피하여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설 수 있도록 주변국들이 긴밀히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이 핵개발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키고 남북한 사이의 대화가 본격화되어야 합니다. 북한 핵문제가 우리의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측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결국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게 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 두 정상은 이와같은 사태 진전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도 바람직스럽지 않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였습니다.
문제는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북한이 지금이라도 태도를 바꾼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의 태도에 변화가 없는 한, 우리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국제사회도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이번 회담에서 한·일 두 나라는 유엔 안보리에서의 협조 등을 포함, 북한 核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계속 긴밀히 協力해 가기로 하였습니다.
호소카와 총리와 나는 한·일 양국에서 진행중인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의 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를 소망했으며, 이러한 개혁이 궁극적으로 새로운 한·일관계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우루과이 라운드의 타결과 새로운 세계경제질서의 출범으로 통상에 있어서 국가간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일 양국은 자유무역체제와 개방된 지역주의의 유지에 공통의 이익을 가지고 있습니다.이번 회담에서 우리 두 나라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는 한편, 새로운 통상라운드에 대응함에 있어서 상호 긴밀히 협력해 가기로 했습니다.
두 나라의 무역불균형 문제도 긴밀한 경제협력을 통하여 경제관계를 확대하면서 균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또한 작년 한국의 문민정부 출범과 호소카와 총리의 방한등을 계기로 일기 시작한 성숙한 한·일관계를 지향하는 새로운 분위기를 더욱 확산시키는데 두 나라가 함께 노력하기로 다짐했습니다.
과거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밝은 미래를 향하여 상호신뢰를 깊이 해나가면 선린의 길은 활짝 열릴 것입니다. 한·일 양국간에는 연간 260만명의 인적교류와 316억불의 물적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2천년에 걸친 긴 교류사가 있습니다. 한·일 양국민이 서로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방을 진솔하게 이해하도록 노력한다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은 더욱 증진될 것입니다. 내년은 한·일 두 나라가 국교를 정상화한지 3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이를 계기로 보다 성숙된 한·일관계를 위한 두 나라 국민의 노력을 기대합니다.
이번 방일이 「아시아로, 세계로 뻗어 가는 성숙된 한·일관계」를 정착시키는 데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1994.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