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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 일황 주최 만찬답사

아키히토 일황 주최 만찬답사

     천황폐하 내외분, 천황일가 여러분, 총리대신각하 내외분, 그리고 귀빈 여러분!

     우리 일행을 따뜻이 맞아 주시고, 이처럼 성대한 만찬을 베풀어 주신데 감사드립니다.

     방금 나는 천황폐하께서 우리나라와 국민에 대하여 우의에 가득찬 말씀을 해주신 것을 경청하였습니다. 천황폐하께서 한·일 양국관계에 깊은 관심을 보여주신 것은 앞으로 양국관계 발전에 귀중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나는 우리 두 나라가 마음을 열고 내일을 향해 서로 협력하는, 진정한 선린우호의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귀국을 방문하였습니다. 우리 두 나라는 수천년 동안 이웃으로 지내면서 서로 문물을 주고 받아 왔습니다. 앞으로도 수천 수만년을 또 그렇게 이웃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양국관계는 금세기초 역사의 거센 바람과 격랑으로 시련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 과거가 미래를 속박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과거는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을 진솔하게 받아들일 때, 새로운 한일관계가 열리게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우리 두 나라 국민이 이러한 자세로 여러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해가면, 틀림없이 새로운 선린의 장이 열릴 것입니다.

     폐하!

     다가오는 21세기는 아시아·태평양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우리 두 나라는 새로운 시대를 여는 동반자로서 상호 협력해 나가야 할 력사적 소명을 띠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소명을 반드시 실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의 확고한 의지와 경험은 새로운 아시아, 새로운 태평양,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는 인류의 도정에 커다란 힘이 될 것입니다.

     폐하!

     우리 두 나라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공통으로 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두 나라는 개혁과 개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일 양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폭넓은 국민적 기반에 입각한, 다원적 한일관계를 열어가야 한다는 사명과 열기에 넘치고 있습니다. 금세기가 끝나기 전에 한·일 양국민은 양국관계를 튼튼한 반석 위에 올려 놓아야 합니다. "아시아속의 한·일, 세계속의 한·일"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걸맞는 동반자 관계의 구축을 통해, 21세기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대장정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서로 돕고 의지하는 자랑스런 이웃관계의 유산을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도록, 지혜를 짜고 힘을 모아 나갑시다.

     귀빈 여러분! 천황폐하 내외분의 만수무강과 일본국의 무궁한 번영, 그리고 한·일 선린협력관계의 발전을 기원하면서, 다같이 축배를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1994. 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