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창당대회 때 개헌 의도를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평민당은 개헌에서 멀어진다고 했다.- 김대중 총재가 뭐라고 그랬나. 3당 합당은 노 대통령의 장기 집권 음모라고 했다. 정계 개편의 종착 목표는 내각제 개헌을 하고 노 대통령이 군사 외교 안보 통일 문제를 전담함으로써 계속 집권하려는 데 있다. 이를 뒷받침할 첩보도 있다. 이렇게 말했다.내가 그렇게 말했더니 말만 그러는 것이지 김대중 총재도 그것이 아니라는 걸 안다고 했다.물론 김대중 총재도 합당이 노 대통령의 장기 집권과는 관계가 없다는 건 안다. 그러나 지금은 합당에 대한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 개헌을 밝히면 그것 봐라 음모가 드러나고 있잖은가 라고 공세를 취할 것이다.나는 이렇게 얘기를 했다.
그런데 내 예측대로 되지 않았다. 내각제 추진 뜻이 담긴 강령에 대한 평민당의 반응은 뜻밖에도 온건했다. 김태식 평민당 대변인은 권력 구조 개편내용은 다수 국민의 동의가 필요할 뿐 아니라 그 논의도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김대중 총재도, 대통령제나 내각제가 모두 민주적 제도임에 틀림없다. 나 자신도 내각책임제 아래서 대변인 한 전력(前歷)이 있고 국민 대다수가 지지한다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물론 13대 국회는 개헌할 자격이 없다거나 아직은 내각제는 시기 상조라는 말을 뒤에다 붙이기는 했지만 개헌을 반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가 더 짙은 발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