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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계, 김대중 총재의 내심 오판


민정계, 김대중 총재의 내심 오판


    대회 후 며칠 지나기도 전에 세 계파가 당 강령 작업을 하면서 앞으로 1년 내에 내각제 개헌을 마무리짓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그 내용을 담은 합의 각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 김영삼 대표최고위원도 이를 승인했다고 신문에 흘려보냈다. 민정계 사람들은 김대중 총재가 내심 개헌을 바란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연립 정부 협상 때의 생각만 했다. 김대중 총재의 평민당은 지역 기반이 좁다. 그때 연립 정부만 보장되면 내각제를 받아들인다고 했다. 지금이라고 변했을 리 없다고 했다. 그렇지 않다. 김대중 총재로서도 지금은 내각제도 야권의 당론을 모을 수 없다고 해도 내 말은 곧이 듣지 않았다. 민정계 사람들로 하여금 내 말이 아니라 자기의 판단을 믿을 건덕지가 생긴 것도 더욱 나를 어렵게 했다.

    나는 창당대회 때 개헌 의도를 드러내면 드러낼수록 평민당은 개헌에서 멀어진다고 했다.- 김대중 총재가 뭐라고 그랬나. 3당 합당은 노 대통령의 장기 집권 음모라고 했다. 정계 개편의 종착 목표는 내각제 개헌을 하고 노 대통령이 군사 외교 안보 통일 문제를 전담함으로써 계속 집권하려는 데 있다. 이를 뒷받침할 첩보도 있다. 이렇게 말했다.내가 그렇게 말했더니 말만 그러는 것이지 김대중 총재도 그것이 아니라는 걸 안다고 했다.물론 김대중 총재도 합당이 노 대통령의 장기 집권과는 관계가 없다는 건 안다. 그러나 지금은 합당에 대한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 개헌을 밝히면 그것 봐라 음모가 드러나고 있잖은가 라고 공세를 취할 것이다.나는 이렇게 얘기를 했다.

    그런데 내 예측대로 되지 않았다. 내각제 추진 뜻이 담긴 강령에 대한 평민당의 반응은 뜻밖에도 온건했다. 김태식 평민당 대변인은 권력 구조 개편내용은 다수 국민의 동의가 필요할 뿐 아니라 그 논의도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김대중 총재도, 대통령제나 내각제가 모두 민주적 제도임에 틀림없다. 나 자신도 내각책임제 아래서 대변인 한 전력(前歷)이 있고 국민 대다수가 지지한다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물론 13대 국회는 개헌할 자격이 없다거나 아직은 내각제는 시기 상조라는 말을 뒤에다 붙이기는 했지만 개헌을 반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가 더 짙은 발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