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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았으면 그때 행동해야


깨달았으면 그때 행동해야


    그랬지만 내 판단은 터무니없는 낙관이 아니었다. 나는 신당이 민한당을 누르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 세 가지 일을 다 해냈다. 종로의 이민우 총재 선거 운동도 순조로웠다. 당초 이 총재의 종로 출마는 부산의 한 호텔 방에서 늦게까지 술잔을 나누며 결정을 보았다.

    내가 처음 그이에게 종로 중구에 나가라고 했더니, 나는 거기서 하루 밤을 잔 일도 없는데 날 보고 죽으란 말이냐고 했다. 이 총재로서는 종로 중구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데다 민한당에서 나올 정대철 씨가 선대 때부터의 연고로 강력한 기반을 가지고 있어서 신당으로서는 가장 조건이 나쁜 선거구였다. 나는 종로 중구가 갖는 상징성을 말하고 총재가 거기서 신당 바람을 일으켜 주어야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목표를 이루기가 어렵다.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도 바칠 각오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렇다면 꼭 당선하는 것만 생각할 것 없지 않느냐고 했다.

    결국 이민우 총재가 결심을 했다. 나는 이 총재에게 나는 당선할 것으로 믿는다. 민주산악회, 종교 세력 모두 협조하도록 하겠다. 저네들이 연금을 해서라도 나를 막을 것이고 그 때문에 현장에 못 갈지라도 나를 선거 사무장으로 알고 이를 공표하자고도 했다.이 총재는 종로에서 성공적인 선거 운동을 했고 학생들이 짜임새 있게 도왔다. 학생들은 당선이 아니라 투쟁의 자리로 선거를 이용했는데 차츰 선거 투쟁을 통해 원내에 제대로 된 야당이 진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처음 학생들은 그들의 유인물에 거부해야 할 인물로 신민당에 참여한 비민추계의 두 사람을 포함시키고 있었다. 내가 그들에게 그 유인물을 재고하라고 일렀다. 신민당이 제1야당에 올라서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신민당이 제1야당이 되면 우리들 민주 세력이 당의 중심으로 계속해 남고 민한당을 침몰시켜 투쟁을 이끌 수 있다. 그렇지 못하고 3당으로 처지면 주도권은 너희가 야합의 당사자라고 지목하는 사람들 쪽으로 넘어가고 전두환 체제의 정치 구도에 들러리가 된다. 그 유인물을 보고 국민들이 신민당도 민한당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학생들은 유인물에서 신민당 사람을 뺐다. 선거에 모두가 하나가 되어 도와주었고 그래서 승리했다. 신민당이 제1야당으로 올라섰다는 것이 승리가 아니었다. 진정한 승리는 1980년 5월을 기점으로 거꾸로 거슬러 간 역사의 흐름을 순리대로 앞으로 나아가게 하라는 국민의 뜻을 선거 투쟁을 통해 끌어냈다는 점이었다.신민당은 제3당으로 떨어진 민한당을 흡수했다. 이걸 두고 가혹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김대중 씨는 법절차를 밟아 대등한 합당을 하는 여유를 주겠다는데 내가 시간이 없다, 탈당하고 개별로 입당하라고 했다 해서 원망이 더 컸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2.12 선거는 야당이면서도 민주화운동의 장래에 의문을 갖고 있던 사람들에게 그것은 잘못이라는 걸 가르쳐 주었다. 깨달았으면 그때 행동해야 한다. 그들이 머뭇거렸다면 깨달았던 것도 흐려지고 충격에서 깬 민정당 정권도 반격에 나서게 되어 법 절차를 거치는 합당은 더 많은 시간과 힘을 요구했거나 실패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