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총선에서 보여 준 이 나라 국민의 민주화 의지를 정직하게 받들어 투쟁할 선명하고 강력한 야당이 이제 전열을 가다듬어 새롭게 출발함을 만천하에 밝히는 바입니다. 우리는 현 정권의 공작과 폭력, 갖은 방해책동을 헤치고 오늘 통일민주당의 창당을 맞이하였습니다. 오늘은 이 나라에서 분명 민주화투쟁의 새로운 기원이 설정되는 날입니다. 우리는 현 정권의 독재정치 구도와 공작을 완전하고도 단호하게 물리치고 민주화투쟁의 소중한 나의 결실로서 '통일민주당'의 창당을 쟁취해 낸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싸워왔노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이제 진정 민의를 관철해 내고 가슴 속에 맺혀 있는 울분을 풀어줄 국민의 정당, 국민에 의한 정당, 국민을 위한 정당을 갖게 될 것입니다. 나는 이 감격을 당원동지 여러분과 그리고 국민과 함께 나누면서 영광의 열매는 국민들에게, 고난의 역경은 나 자신이 떠맡아야 한다는 자세로 총재직을 수행해 나갈 것임을 엄숙하게 다짐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오늘 마땅히 여러분의 환호 속에 우리와 자리를 함께 해야 할 이 나라 민주주의의 지도자인 김대중 의장이 자신의 집에 갇혀 있어야 하는 현실임을 우리는 직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오늘의 창당을 자축하기보다는 더 큰 고난을 예감하고, 굳건한 투쟁의 결의를 다져야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당원동지 여러분!우리 당은 긴 역사의 눈으로 볼 때 이 나라 민주주의를 파탄시키고 민주헌정을 위협하는 군사쿠데타와 군사독재를 영원히 이 땅에서 종식시키고 민주와 사회정의, 그리고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실현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탄생되었습니다. 민족사의 정통성을 계승.확립하는 주체적 민족.민주정당으로서 밝은 정치, 맑은 정부 실현을 지향함으로써 위대한 민족공동체를 실현하는 모체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지금 역사상 유례없는 잔인하고 흉포한 독재정권 아래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공동선보다는 정권의 특수 이익과 무한 부정을 획책하는 속에서 절대다수 국민의 생존권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국민의 기본적 인권과 자유를 봉쇄, 유린하기 위해서 12만명의 경찰이 새까맣게 동원되면서도, 우리 당의 지구당 창당 과정에서 나타난 '백주의 폭력'은 방치, 조장하는 경찰국가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민주제 개헌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하루아침에 배반하고 거역하는, 염치도 양심도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두려움마저도 갖고 있지 않은 국사독재정권과 우리는 대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절대절명의 시기에 통일민주당은 어려운 출범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당은 민주화의 실현과 그것을 담보할 수 있는 대통령 중심 직선제 민주개헌의 실현에 그 당면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친애하는 당원동지 여러분!나는 선명하고 강력한 민주화 투쟁과 함께 실질 대화를 우리 당의 현단계 투쟁노선으로 설정하고자 합니다. 현 정권당국은 2.12총선 민의를 국민과 함께 주체적으로 관철하고자 하는 실질민주세력을 의도적으로 외면하여 왔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나아가 자신들의 영구집권음모에 협조하거나 야합할 수 있는 세력을 야당 내에 형성시키기 위해 현 정권은 공작을 벌여왔던 것입니다. 그러한 공작에 회유, 포섭된 사람들만을 상대로 기만적 대화를 통해 영구집권음모를 관철하려 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그와 같은 음모에 과감히 대처하기 위해 통일민주당의 창당을 결행했던 것입니다. 또한 이미 정보공작정치의 마수에 걸려 자기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들과의 단호한 결별을 선언하고 선명하고 강력한 야당에의 길을 선택하였던 것입니다. 지금까지 현 정권이 운위해 왔던 대화는 대화가 아니라 공작이며 기만일 뿐입니다.
우리가 실질대화를 위하여 통일민주당을 창당하려 하자 저들은 우리와의 대화를 서둘러 포기,거부하였습니다. 그것은 기만이나 공작이 아닌 참다운 대화를 저들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이제 범국민적 지지와 성원 위에 선명하고도 실질적인 야당을 창당한 우리는 자신있게 말하고자 합니다. 거짓대화가 아닌 실질대화, 공작에 의한 기만적 대화가 아니라 떳떳하고 정당한 대화를 하자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군사독재와 영구집권음모에 들러리서는 따위의 대화라면 단연코 거부합니다. 그렇지만 정의와 민주화를 향한 대화라면 우리는 결코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의 기본적 자유와 인권,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과 생존권을 위한 것이라면 어떠한 대화라 할지라도 환영해마지 않을 것입니다.
친애하는 당원동지 여러분!우리가 창당을 결행했을 때 현 정권은 이른바 4.13조치라는 것을 발표했습니다. 과연 4.13조치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지난 1년 동안 온갖 논리를 구사하며 대통령 중심제는 나라를 망치는 제도라고 매도하고 내각제만이 난국을 수습할 수 있는 유일의 길인 양 선전해대던 현 정권이 엄청난 자가당착 속에서 현행의 반민주적 대통령제로 돌아섬으로써 국민적 합의에 대한 쿠데타를 자행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또한 그것은 김수환 추기경이 지적하신 대로 "고난에 찬 결단이 아니라", "정치는 이제 민주화와는 거리가 먼 전제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며 이 땅 위에는 다시금 최루탄이 그칠 줄 모르고 터지며 국민의 눈과 마음속 깊은 곳에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게 된 것"입니다.
호헌이란 무엇입니까?
광주사태의 역사적인 비극 속에서 계엄령을 선포해 놓고, 대통령 임기를 어제는 5년, 오늘은 6년, 내일은 7년 하는 식으로 멋대로 제정된 그 헌법, 특정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 유신체제를 거의 그대로 복사한 대통령간선체제의 그 헌법, 군사독재체제의 출범을 위해서 급조된 그 헌법으로 되돌아가자는 것입니다. 그것은 호헌과 개헌에 대한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군사독재체제를 계승시키겠다는 반국민적 음모일 뿐입니다. 평화적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군사독재체제를 나누어먹기식을 담합하여 승계시키겠다는 것입니다. 군사독재체제가 자기들끼리 승계되는 마당에 단임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이겠습니까? 이런 음모와 흉계 앞에서는 단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군사독재체제의 청산과 민주화로의 대전환이 절실하고 중요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난데없이 70년대의 긴급조치가 유령처럼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민주화를 향한 개헌논의를 탄압하겠다는 공권력의 공공연한 공갈과 협박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박종철군의 저 참혹한 죽음이 온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반성은 커녕 인권유린과 탄압은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2천명이 넘는 정치범이 감옥에 갇혀 있고, 수백 명의 수배자가 거리를 방황하고 있으며, 학원은 경찰에 포위되어 있고 언론과 사법부는 권력의 시녀가 되어 있습니다. 국회 역시 경찰에 의한 관리체제가 운위, 계획되고 있으며 진정한 야당 국회의원의 의원 신분은 오직 탄압의 표적이 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가 헤쳐왔던 유신시대 이래의 길고 긴 암흑의 터널이 이제 80년대의 한가운데서 또다시 재현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무한독재의 절망적 상황 속에서 온갖 부정과 부패가 독버섯처럼 그 어두운 곳에서 판을 치고 있습니다.
온 국민을 분노와 좌절 속에 몰아넣고 있는 범양사건은 그 하나의 사건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과 역사와 정의를 우롱하여 사회 전체에 만연되어 있는 부정부패의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1조원이 넘는 부채를 짊어진 부실기업에 엄청난 특혜를 주면서도 그 실태를 공개하지 않았던 이유를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독재권력은 국민의 돈을, 국가경제를 마음대로 희롱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해도 하루 몇 천원을 벌지 못하는 우리 근로자들의 분노와 슬픔을 어떻게 달랠 수 있으며, 우리 국민들이 이러한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이 캄캄한 암흑의 시대에 횃불을 밝혀야 할 사람들이 바로 우리요, 우리 당인 것입니다.
친애하는 당원동지 여러분!우리는 정통성을 상실한 유신정권이 어떻게 그 종말을 고했는지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10.26사태로 유신체제가 종말을 고하자 '유신만이 살길'이라던 목소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정통성 없는 정치권력이 역사와 국민에 의해 얼마나 허망하게 거부당하고 몰락하는지를 우리는 너무도 생생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이른바 4.13조치라는 것은 유신체제가 그랬던 것처럼 정통성 없는 정권에 대한 역사와 국민의 거부와 저항을 스스로 재촉하고 끝내는 비극적 종말을 예비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는 그것을 확언합니다.
친애하는 동지 여러분! 그리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나는 이른바 4.13조치라는 것을 받아들이지도 인정하지도 않을 것임을 여러분과 함께 분명히 밝히는 바입니다.나는 현 정권의 반민주적, 반국민적, 반역사적 배신행위에 분노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그러나 나는 미래에 대한 좌절이나 비관을 말하고자 하지 아니하며, 더욱이 파국을 말하고 싶지 아니하며, 증오와 보복을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나와 동지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말하고자 하며, 사랑과 화해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가 나라와 민족의 불행을 막고 희망 있는 미래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그들까지를 포함한 사랑과 화해의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그것은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화해, 권력과 국민과의 화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화해로 연결 지어져야 하며, 그 화해는 정의와 양심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 정권의 작태는 이러한 모든 화해의 길을 차단하고 갈등과 증오와 불신만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나는 반드시 맞게 될 불행한 종말, 묘혈로 가는 길을 막기 위해서 현 정권이 이제야말로 독재의 장기화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민주화의 길을 결단할 것을 진심으로 촉구합니다.
첫째, 전두환 대통령의 4.13 개헌유보 선언은 현 정권은 물론 국가의 불행을 자초하는 제1의 요인이 될 것이므로 이를 즉각 철회하고 난국수급을 위한 실질대화에 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나는 나라의 민주화를 향한 허심탄회한 실질대화를 통하여 현재의 난국을 풀어나갈 수 있는 여백이 아직은 있다고 확신하는 바입니다.그러나 현 정권당국이 이른바 4.14조치를 기초로, 일방적인 정치일정을 강행해 나간다면, 우리는 현 정권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 또한 명백히 해두고자 합니다. 전두환 대통령은 스스로의 말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지만, 이대로 간다면 그는 5.17쿠데타와 이른바 4.13조치로 두 차례에 걸쳐 국민의 개헌열망을 배신한 한국정치사상 유일한 대통령이란 치욕적인 기록을 남길 것입니다. 있어서는 안 될 정권, 민족사적 과오 속에 출범되고, 단임이라는 이름 밑에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과 기능을 파괴.유린한 정권이 역사와 국민 앞에 끝내 스스로 부정될 수밖에 없는 마지막 길을 걷는다면, 우리 당과 국민의 거부투쟁은 정당한 것이며 또 필요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선거인단 선거 및 체육관에서 하는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합니다. 나아가 우리는 범국민적 비폭력 거부 운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명동성당에서, 광주에서, 전주에서, 기독교 회관에서, 대학에서 이미 신부, 목사, 대학교수 등이 이 나라의 양심과 지성을 대표하는 책임 있는 민주인사들이 4.13선언의 백지화를 요구하면서 온몸을 던지는 투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주권자인 국민이 선거를 통해서 정부 선택권을 가지고 정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의사가 정당하고도 평등하게 반영될 수 있는 선거제도를 전제로 합니다. 그러나 현행 대통령 선거제도는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라 박탈하는 제도입니다. 그것은 국민이 정부 선택권을 행사하는 주권 확인자인 국민이 들러리가 되는 요식에 불과한 것입니다.이러한 헌법 하에서의 대통령 선거는 선거로 인정할 수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둡니다. 그 이치는 우리가 북한의 선거를 선거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그러한 요식을 합리화하기 위한 구차한 수단과 명분으로서의 어떠한 정치일정이나 행사도 우리는 거부할 것입니다. 이러한 기만적 정치일정에 전국민이 그에 대하여 거부, 불참하는 것은 너무도 정당한 국민의 권리임을 나는 이 자리에서 선언하는 바입니다.
둘째, 독재의 종식과 민주화를 요구했다는 이유 때문에 부당하게 권리를 박탈당하고 고통받고 있는 인사들에 대하여 전면적인 원상회복조치를 단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청년학생, 노동자, 지식인, 종교인, 정치인 등 2천여 명에 달하는 양심수들은 즉각 석방되어야 하며, 김대중 의장을 비롯한 민주인사들에 대한 사면, 복권도 즉각 단행되어야만 합니다. 또한 정치적 이유로 수배받고 있는 인사들에 대하여도 즉각 수배명령이 해제되어야만 합니다. 또한 김대중 의장에 대한 불법연금을 해제할 것을 요구합니다.
셋째,'고문폭력정치'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과 여대생 권양 성고문사건으로 대변되는 잔혹한 고문은 우리 사회의 인간성을 근원적으로 파괴하고 있습니다. 경찰과 공권력, 그리고 깡패까지 동원한 무한폭력의 폭력정치는 폭력의 속성이 그러하듯이 우리 사회의 존립기반을 말살하고 있습니다. 고문과 폭력 등 국민에게 어떠한 박해를 가해도 괜찮다는 착각은 결과적으로 나라를 황폐화하고 스스로 멸망의 길을 재촉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넷째, 국민을 기만하고 민주정치의 원칙을 파괴하는 '정보공작정치'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현 정권이 하고 있는 것은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야당을 상대로 전투와 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으며, 국민을 협박하여 잠시 억누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억누를 수는 없습니다.
다섯째, 언론인과 언론기관에 대한 탄압과 협박을 중단하고 언론자유를 보장할 것을 촉구합니다. 무릇 언론의 자유는 모든 자유를 자유케 하는 자유로서 민주주의 국가와 국민에게 있어서는 결코 빼앗길 수 없는 국민 제1의 기본권입니다. 현 정권은 오늘날 파렴치한 공작정치로 언론자유를 말살하고 끊임없이 거짓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사회전체는 불신풍조가 만연되고 건전한 가치관이 파괴되는 위기에 빠져버렸으며, 이러한 상태의 지속은 국가의 뿌리마저 뒤흔들어 놓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현 정권이 이러한 조치들을 우선적으로 취해 나갈 때 우리에게 화해의 길이 열릴 수 있으며, 우리 모두가 정치보복의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나는 민주화를 위해서라면, 그리고 국민의 편에 서는 것이라면 투쟁이든 대화든 어떠한 길이라도 감연히 나아갈 것입니다.나는 이 시대에 이 나라와 국민이 직면하고 있는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가능성을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
친애하는 당원동지 여러분!그리고 민주국민 여러분!우리는 목이 아프도록 이 정권을 상대로 민주화를 외쳐 왔습니다. 우리가 외쳐 온 민주화의 목소리는 국민의 한이 되고 메아리가 되어 조국산천을 꽉 메우고도 남을 것입니다. 88올림픽이 국민의, 민족의, 세계인의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민주화가, 국민 내부의 화해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독재권력의 자기선전을 위한 것이라면, 그리하여 국민이 권력에 의하여 강제로 동원되는 그런 올림픽이라면 1936년 나치 치하의 베를린 올림픽을 오늘에 재현하는 것에 다름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분명히 민주화를 갈구합니다. 그러나 독재권력에 의하여 시혜나 선심으로 배급되는 기만적 민주화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물론 정치범, 양심범의 석방과 사면복권을 바랍니다. 그러나 정치범이 인질이나 전쟁포로처럼 정략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민주화는 선언적인 것이어야 하며, 온 국민의 화해와 축제 속에 이루어지는 새로운 민족사의 출발이 되어야 합니다. 민주화는 조건이 아니며, 고문의 종식과 인간존엄성의 회복은 흥정의 대상이 아닙니다. 단 하루라도 이 땅에서 사실과 진실의 보도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군사독재는 그 하루를 견딜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유언론 하에서 쓰러지는 정권은 언론자유의 억압 위에 유지되는 정권보다는 훨씬 위대합니다. 나는 현 정권당국과 민정당(民正黨)이 인간성과 최소한의 정치양식으로 되돌아와 민주화와 정통성 있는 문민정부 수립을 협의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바라마지 않습니다.
친애하는 당원동지 여러분!우리는 마지막까지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민주화와 민주제 개헌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민주화를 추진할 수 있는 길이 봉쇄되었을 때, 우리는 국민에게 물어보고 그 뜻을 따라야 할 것입니다. 선택적 국민투표의 제의는 바로 국민으로부터 해답을 듣자는 우리들의 충정이었던 것입니다. 현 정권이 쳐놓은 울타리인 장내에서의 규칙이 정당한 것이 아닐 때 우리는 장내투쟁에만 매달릴 수는 없습니다. 국민과 호흡을 같이하는 적극적인 투쟁을 전개해야 될지도 모릅니다.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을 오직 통치의 대상으로만 아는 정권에게는 국민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운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이 최선의 교훈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어떤 투쟁의 방식을 택하든지간에 우리가 전개해야 될 투쟁은 비폭력 평화적 투쟁입니다. 때리면 맞고, 짓밟히면 눕되, 풀잎처럼 다시 일어나는 이 나라 국민의 끈기와 전통을 이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당원동지 여러분!나는 김대중 의장과 함께 민주화가 될 때까지뿐 아니라 그 이후까지도 같이 협력하리라는 것을 동지 여러분께 약속합니다. 나는 오늘 온갖 박해 속에서도 통일민주당의 깃발을 이 땅에 꽂은 우리 모두의 결단과 노고와 눈물겨운 승리에 대해 함께 기뻐하는 바입니다. 이제 우리는 도도한 세계사와 민족사, 민주화의 흐름 속에 우리의 역할과 소명을 신명을 다해 완수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동지끼리 형제처럼 단결하여 독재권력의 마수와 폭압에 떨쳐 일어나 대항하는 이 민족, 이 국민의 전위입니다. 고난의 역정에는 앞장서고, 우리 자신이 민주화와 화해, 민족의 일치와 통일에의 도구로 쓰여지는, 빛과 소금이 되는 그런 우리 자신이 되기를 이 자리에서 다짐합니다. 우리는 선명하고 강하면서도 결코 용서와 화해의 마음을 잃지 않으며, 항상 겸손하고 인내하되 원칙에는 견고하고 깨끗한 투사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창당대회는 민주국민과 더불어 그런 태도, 그런 자세를 가다듬는 거룩한 서약의 현장인 것입니다. 언제나 떳떳한 자신, 당당한 우리, 명쾌한 우리 정당이 되게 합시다.
의로우신 하나님은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고 보호하실 것입니다. 마침내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1987년 5월 1일 김영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