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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세력은 개헌투쟁에 연대를


민주화세력은 개헌투쟁에 연대를


    존경하는 국민여러분!올해로써 우리는 서른일곱번째의 제헌절(制憲節)을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 민주헌정의 길은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습니다. 반민주적 독재정치로 인한 한국 민주정치의 표류는 단순히 특정집단이 권력을 무단적으로 독점하고 있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오늘날 권력의 집중화와 부패로, 또한 경제의 파탄과 민중생활의 궁핍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사회의 도덕적 타락이 조장되고 공동체적 유대가 약화되고 있으며, 민주화와 생존권을 요구하고 있는 재야인사, 학생, 지식인, 노동자, 농민에 대해 폭력적인 탄압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민주화 세력의 분열을 조장하는 공작정치의 음모를 발견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폐해들은 이미 현정권의 탄생과정에서부터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탄생과정이 비민주적인 정부는 그 결과에 있어서도 비민주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입니다. 따라서 오늘 우리는 하나의 독재권력이 탄생하면서 희생되어야 했던, 광주시민들의 한맺힌 목소리와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깃발을 높이 들었던 부마(釜馬) 민주항쟁의 뜨거운 함성을 다시 새롭게 듣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목소리들은 민주화를 성취하라는 준엄한 명령을 내리고 있습니다.

    민주화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성취되어야만 합니다. 따라서 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경로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째로는 모든 비정상(非正常)의 정상에로의 회복, 즉 직장으로부터 추방당한 언론인과 노동자의 현장복귀, 군(軍)의 정치불개입 원칙과 국토방위 임무에로의 복귀, 그리고 정치보복의 형태로 엄존하고 있는 공민권 제한의 철폐와 학생과 양심범의 석방 등 민주화를 향한 상황의 조성입니다. 둘째로는 유신시대 이래 권력의 자기욕구에 맞추어 양산되어 온 반민주적이며 반인권적인 법령의 개폐와 정비입니다. 여기에는 물론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제정 또는 개정된 반민주적 법령이 포함됩니다. 민주주의 아래에서 법령체계는 그것의 운용은 물론 제정 과정에서의 민주적 절차 역시 중요한 것입니다. 따라서 국가보안법, 사회보호법, 언론기본법, 노동관계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물론 그 이전에 제정된 사회안전법과 그 이후에 제정된 자원관리법 등은 마땅히 개폐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는 이러한 반민주적 제도와 장치의 개폐가 국회에서 평화적으로 이루어지게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국민적 합의에 따른 헌법개정과 지방자치제(地方自治制)의 실시와 선거제도의 민주적 개선입니다. 이는 유신 독재이래 우여와 곡절 끝에 만신창이가 된 민주주의를 국민적 합의로 이 땅에 정착시키는 완결작업이라 하겠습니다.

    이와 같은 민주화일정에 대한 합의가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그리고 86년 봄까지는 분명하게 국민여러분께 제시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내년 중으로 개헌을 완료함으로써 국민이 정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회복하고, 민주화작업에 대한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입니다. 개헌안의 내용은 80년 5월에 이르기까지 국민적 합의였던 대통령직선제를 우선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나라의 민주화를 총체적으로 다시 논의하는 것이라면 내각책임제에 대한 논의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충분한 토론과 국민적 합의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최근 나는 김대중 의장과 대통령직선제에 합의했습니다. 따라서 김대중 의장과의 협력을 존중하여 나의 의견을 후퇴시키기로 합니다.

    그동안 우리들의 민주화투쟁은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여 민주화세력의 대동단결을 도모하고, 민주화 일정에의 합의를 정부여당에 강력히 촉구했으며, 총선에서 승리한 신민당의 원내투쟁을 적극 지지하고 성원해 왔습니다. 그리고 신민당 역시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자생정당으로서의 투쟁의 면모를 보여 주었고, 이에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제 우리들의 민주화투쟁은 다시 새로운 단계로 더욱 고양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이는 민주화투쟁에는 결코 자만도 휴식도 있을 수 없으며, 도도한 민족사의 전개 속에서 더이상 민주화를 천연시킬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 민주화를 성취하지 못했을 때 우리의 민족사는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이 중요한 시점에서 나는 두 가지를 강조하고자 합니다. 그 하나는 신민당의 내부적 단결을 공고히 함으로써 공작정치 개입의 여지를 없애는 일이요, 다른 하나는 모든 민주화세력의 연대를 보다 강화해 나가는 일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나오는 모든 힘들은 개헌투쟁에 모아져야 할 것입니다. 올 정기국회에서 신민당이 해내야 하는 투쟁과 역할은 참으로 중차대한 것입니다. 따라서 신민당은 다가오는 전당대회를 통하여 지도체제를 강화함과 아울러 축제적인 분위기 속에서 내부 결속을 다져 나감으로써, 민주화대열의 첨병으로서 역할, 즉 개헌투쟁과 민주화일정 합의에 매진해 나갈 수 있는 태세를 갖추어야만 할 것입니다. 또한 민주화세력들은 연대의 강화를 통해 신민당의 원내투쟁을 지켜보면서 계속 성원해 나가야 되겠습니다.

    결국 현정권이 민주화의 천연을 획책하고, 이를 위해 공작정치를 계속해 나간다면 우리 민주화세력은 민추협을 중심으로 뭉쳐 개헌과 민주화를 위한 범국민운동을 전개해야 될 것입니다. 나는 감히 국민 여러분께 민주화투쟁의 승리를 확신함과 아울러 국민여러분의 이에 대한 동참과 격려를 호소하는 바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민주화의 성취야말로 우리 모두가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입니다,. 국민여러분의 평안과 행운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198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