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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운동은 우리국민 모두의 것


민주화 운동은 우리국민 모두의 것


    지난 6월 14일은 민주산악회(民主山岳會)가 창립된 지 만 4주년을 맞는 날이었습니다. 이날 1천 명이 넘는 회원 그리고 축하인사들과 저는, 민주산악회의 역정과 함께 이 땅의 민주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민주산악회 지부(支部)가 지방 곳곳에 조직되고, 이들간의 친목도모와 민주화투쟁에서의 유대강화를 위해 회지(會誌)를 발간하게 되니, 특별한 감회(感懷)를 느끼게 되는 바입니다. 앞으로 이 회지는 지금 모든 언론이 독재권력하에서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민주산악회 회원 여러분들의 민주화 의지를 국민들께 격의없이 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회지 창간에 대한 각별한 축하의 인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민주산악회는 바로 고난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작은 몸짓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따라서 민주산악회의 모든 활동은 산행과 아울러 민주화 대열의 한 흐름으로 모아지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1980년 5월 17일의 폭거(暴擧)로 모처럼 다시 피어나려던 민주주의의 꽃봉오리가 무참히 짓밟힘으로써 지속적으로 전개해 온 우리들의 민주화 운동은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분노는 참으로 큰 것이었지만, 기필코 다시 민주화투쟁을 전개하여 민주주주의의 개화를 이룩하고야 말겠다는 우리 동지들의 의지는 결코 꺾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우리들의 뜻은 국민과 차단된 속에 억압되고 왜곡 전달되어지기까지 했습니다. 나 자신도 1년 동안 완벽하게 외부와 차단된 연금생활을 강요받아야만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다음과 같은 성경구절은 나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었습니다.

    "두려워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보라 네게 노하던 자들이 수치와 욕을 당할 것이요. 너와 다투는 자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것이며, 멸망할 것이라."

    그렇습니다. 우리는 놀라워하거나 두려워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나와 우리 동지들은 현정권의 폭력적이고 반민주적인 정권장악 과정에서 나타난 도덕성과 정당성의 결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저항해 왔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은 권력장악이 민주적이지 못한 정권은 그 이후에도 반민주적일 수밖에 없다는 철칙이었습니다. 현정권은 광주사태(光州事態) 이후 회개는커녕 그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거나 한마디 사죄의 말도 없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민주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통해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길이었습니다. 단식투쟁기간 동안 우리는 눈물겨운 동지애와 민주화를 향한 거룩한 신념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민주인사와 동지들이 단식투쟁에 들어갔으며 미국에 있던 김대중 의장 역시 우리들의 단식투쟁에 뜨거운 지지를 보내주었던 것입니다. 내가 아직도 생명을 가지고 민주화투쟁에 매진할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동지 여러분들의 뜨거운 애정과 권력에 의해 결코 패배하지 않은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격려와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결국 이 시대 우리들의 삶은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을 관철시킴으로써 은혜와 사랑에 보답하는 데 바쳐지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국민과 함께 두려움없이 싸우고 국민의 뜻에 복종하고자 하는 우리들의 행진은 민추협(民推協)의 결성과 신민당(新民黨)의 창당 그리고 신민당을 중심으로한 민주적 정치인들의 결집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결코 몇 사람의 인위적인 노력에 의해서 가능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오로지 국민의 뜻과 국민의 힘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입니다. 독재자는 국민의 뜻을 모릅니다. 또한 국민들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가를 모릅니다. 따라서 아직까지도 현정권은 국민의 뜻을 왜곡, 비하하면서 무례한 언동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의 그러한 무지함 속에서 얼마만큼 큰 민족적 이익들이 훼손되고 있는지 그들 자신들은 깨닫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 반민주적 독재정치의 폐해는 사회 도처에서 심각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것은 결코 정치권력이 특정집단에 무단적으로 독점되어 있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오늘날 권력의 집중화와 부패로, 그리고 경제적 위기와 민중 생존권의 위협으로, 사회 여러 운동에 대한 폭력적 탄압으로, 그리고 도덕적 타락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민주산악회원 여러분 !우리가 산행(山行)에서 '민주회복'을 힘을 다해 외치는 것은 민주화야말로 구국의 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산을 통하여 동지적 유대를 확인함은 물론 건강을 증진시키고 수많은 도덕적 수련을 쌓아 가고 있습니다. 한 인간에게 있어서조차 건강이 중요한데 한 사회의 건강은 그 사회구성원 모두의 행불행을 좌우하는 것임을 우리는 깨닫습니다. 또한 '아무리 높은 산도 정상에 오르면 다시 내려와야 한다'는 진리를 산행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아무리 강한 권력을 가진 자도 결국 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으면 안된다는 평범한 사실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평범한 것이라고 해도 권력의 자리에 연연해하고 있는 현정권의 담당자들에게 있어서는 반드시 터득되지 않으면 안될 진리로 남아 있습니다. 더 이상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평화로운 하산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의 산행은 국민에 대한 경애심을 가지고 민주화를 이룩하며, 이 사회의 건강을 되찾고자 하는 동지들의 우람찬 행군의 한 모습입니다.계속적인 산행을 통해 더욱 확인하게 되는 동지 여러분들의 민주화에의 경건한 열정과 역사 인식에 대한 건강성에 대해 저는 진심으로 존경의 마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동지여러분!우리는 우리의 사력을 다해 민주화를 이룩하고 우리 사회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물론 그 방법은 비폭력적이어야 할 것입니다. 산과 강이 험해도 가야 될 길로 가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이에 민추협의 김대중 공동의장과 본인은 이번 정기국회와 86년 봄까지 민주화 일정이 국민 앞에 제시되어야 하고 또 내년 중으로 헌법을 개정하여 국민이 정부를 자유스럽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민주화 일정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를 포함하게 될 것인 바, 첫째로는 모든 비정상의 정상으로의 회복입니다. 즉 일터에서 쫓겨난 모든 분야 인사들의 원상회복 그리고 학생과 양심수의 석방 등 민주화를 향한 상황의 조성입니다. 둘째로는 유신시대 이래 권력의 자기욕구에 맞추어 양산되어 온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법령의 개폐와 정비요, 마지막으로 국민적 합의에 따른 헌법 개정과 지방자치제의 실시 그리고 선거제도의 민주적 개선입니다.

    이와 같은 작업은 어느 일개 정치세력의 문제는 결코 아닙니다. 민주화의 달성은 어느 누구에게도 결코 패배를 안겨주지 않을 것이요, 우리들 모두에게 승리의 축제가 될 것입니다. 그것은 정부여당에게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 의미로 다가 올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민주화 운동이 이 시대 우리 국민들 모두의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것입니다.

    민주산악회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이 시대의 역사적 사명인 민주화의 성취를 위해 우리 함께 힘을 모으고 더욱 튼튼한 연대를 확립해 나갑시다. 이에 나는 확고한 지도노선의 구축으로, 어려운 민주화투쟁을 부단히 전개하기 위하여 신민당의 이민우 총재를 적극 지지하고 지원할 것입니다. 이제 이 나라의 민주화는 국민적 합의이며, 피할 수 없는 역사의 순리입니다. 이 과업은 우리들의 어깨에 짊어지워 있습니다. 우리가 지난 4년간 싸워 온 것과 똑같은 정신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마침내 승리할 것입니다.

    민주산악회보의 창간을 다시 한번 축하하면서 전국에 있는 모든 동지들의 위대한 투쟁을 기대합니다.

    1985.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