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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를 향한 대합의에 응해야


민주화를 향한 대합의에 응해야


    국민여러분! 그리고 당원동지 여러분!

    나는 오늘 현 정권의 장기집권음모를 여러분과 함께 확인하면서 현 정권에 대한 일말의 연민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현 정권은 분명 국민을 겁내고 있습니다. 그들이 국민의 지지를 상실하고 있음을 두려워 하고 있지 않다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공권력을 동원하여 개헌 서명운동을 저지하려 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우리는 현 정권이 무리, 무모하게 개헌 서명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불상사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아주 조용하고도 평화적으로, 그리고 해방 41주년 기념일이 되는 8월 15일 1천만 개헌 서명을 완료할 수 있습니다. 개헌 서명운동이 소란스러운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막는 방해 공작과 물리적 폭력이 소란스러운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충돌보다도 평화를, 대결보다 대화를 통한 합의를 원합니다. 나는 현 정권의 장기집권 의도와 큰 정치, 작은 정치 따위의 구차한 말장난과 속임수를 걷어치우고 지금이라도 민주 진영과의 민주화 일정 협의에 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우리가 누누이 얘기한 바와 같이 88년 이전에 개헌, 그리고 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한 사람의 평민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대통령이 권좌에서 내려오는 길을 평안하게 하기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또 한 나라의 민주화가 결코 특정한 사람이나 집단의 노력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말해지기보다는 우리 시대의 모든 사람의 합심과 합의와 공동의 노력에 의한 것이었다고 말해질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우리는 언제나 대화와 토론의 문을 열어놓고 있음을 현 정권 당국에 다시 한번 주지시키는 바입니다.

    진정 있어야 할 큰 정치는 민주화와 민족통일을 놓고, 가슴을 열어놓고 벌이는 대화이며, 거기서 이루어지는 가슴 벅찬 민주화에 대한 대합의입니다. 한쪽을 묶어놓고 따라오라는 것은 협박이며, 속임수이며, 언젠가는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죄과를 쌓아 가는 것일 뿐입니다. 나는 지금도 민주화를 향한 대화와 대토론을 제의하는 바이며, 그에 대한 나의 희망을 포기하려 하지 않습니다. 나는 만약 오늘의 정치.사회 현실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나라의 앞날이 진실로 회복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예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켜야 될 가치로서의 자유와 인권이 안보의 핵심이자 요체이며 월남이나 니카라과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공산주의에 이길 수 있는 가장 강한 무기는 독재가 아닌 자유민주주의임이 분명함에도 그 가치가 전도되고 있습니다.

     또한 민주화는 평화적 민족통일의 대전제입니다, 민주화 없이 각각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이루어지는 남북대화나 통일논의는 단지 제스처에 불과할 뿐 통일문제에 대한 진정한 접근이 될 수 없습니다.자유언론에 대한 끝없는 통제와 간섭은 결국 사회적 안전판으로서의 언론의 기능을 거세(去勢)하여 자기파국을 결과할 위험을 항상 안고 있습니다. 사법부의 정치권력에 대한 시녀화는 우리 사회에 믿고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이 없다는 절망감을 유발하여 사회변혁에 대한 유혹을 증대시키고 있습니다.한사람의 공민으로 삶에 대한 의욕을 고취시키고 배타적 지역감정을 창조적 지역사회 건설로 치환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지방자치제도를 구차한 이유로 유보시키고 있습니다.이러한 일들은 한 사회가 정권이기주의에 의해 나빠지기는 쉬워도 그것을 원상으로 회복하는 데는 얼마나 많은 창조적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지를 보여주는 부분들인 것입니다.

    나는 이러한 부문들에 있어 현 정권당국과 진지한 논의를 통해 인식의 합일에 도달하기를 바랍니다. 민주화를 향한 토론에서는 반민주악법의 철폐 또는 개정문제, 정치적 이유와 생존권주장과 관련하여 직장과 공직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원상회복문제, 언론의 원상회복과 언론자유의 보장문제 등 요컨대 민주화일정과 그 내용이 논의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논의가 진정 국민의 희망 속에서 진척되고 국민의 환호를 받기 위해서는 또 민주화를 지향하는 것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정치적인 견해의 표명과 관련하여 투옥된 학생 등 양심범과 노동자, 농민 등 민생관련자들의 석방과 사면.복권이 마땅히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나라 민주화 투쟁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김대중 동지의 사면.복권도 마땅히 선행되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작년에 신민당이 12대 국회 등원과 관련하여 이미 원론적으로 제기했던 문제들로 이제는 아득하게 그 방향이 묘연합니다만 나는 다시 한번 민주진영의 이와 같은 절실한 호소를 전하는 바입니다.

    우리가 오직 처절한 싸움을 통해서만 민주화에 이를 수 있느냐, 그렇지 아니하고 이 시대의 우리 모두가 민주화의 반려요, 승자가 되는 평화적인 방법으로의 민주화가 가능할 수 있느냐하는 문제는 이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답변하여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역설적으로 그 가장 큰 선택권은 현 정권에게 있습니다.그러나 우리는 평화적 민주화에 대해 결코 그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83년 5월 내가 단식투쟁에 임했던 심경, 곧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기여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다 참고 나의 모든 것을 다 비울 수 있다는 그 심경으로 오늘 신민당에 입당하면서 나의 인사를 국민에게 전하는 바입니다.나는 하나님의 정의와 역사가 항상 국민의 편이라는 것을 믿으며,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감사합니다.

    1986년 2월 6일